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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평생 촌놈으로 살아라” (유정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2 17:30
조회
207
유정배/ 춘천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우스갯소리로 "강원도는 운하사업에서도 소외됐어. 동서대운하 파달라고 요구해야 되는거 아냐 ?"라는 말이 떠돌았었다.

'강원도 무대접론'을 빌려 대운하 사업에 시비를 거는 말일게다. 그러면서 강원도 사람들은 강원도가 대운하 물길에 비켜서게 된 것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남한강이 지나가는 원주에 경부운하 터미널이 들어선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곧 지역 언론이 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인심이라지만 권력의 기세가 등등한 정권 이양기 라서 인지 여기저기서 대운하 지지 발언이 터져 나오고 강원발전의 새로운 기회라는 헛물켜는 주장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원도지사는 봉이 김선달식 물장사 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운하에 큰 배가 지나가면서 환경오염이 되고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운하 찬성론자들은 강바닥 지하수를 뽑아 먹으면 된다고 반론을 했는데 아무래도 강바닥 지하수도 찝찝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니까 수십 억 톤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소양호 물을 수도권 주민에게 팔아서 강원도도 돈좀 벌어보자 라는 물장수 론이 등장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부대운하 덕분에 낙후되고 소외된 강원도가 발전의 기회를 잡는 셈이 되는 것이다.

강원도 사람들이 암하노불(巖下老佛, '바위 밑의 오래된 불상(佛像)'의 뜻으로, '산골의 착하기 만한 사람'을 평한 말)이라는 말처럼 순진 한 건지 아니면 워낙 도세가 약하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강원도 발전의 기회라는 주장은 백보 양보해도 정신없는 소리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교육정책을 보면 강원도사람들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강원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기반이 취약하며, 강원도 사람들은 대부분 족집게 학원에 다닐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고 경제적 조건이 되더라도 그런 학원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래서 일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방학기간에 대치동에 원룸을 구해놓고 아이를 족집게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풀어버리겠다는 수도권 규제는 "당신들은 평생 촌놈으로 살아라"라는 족쇄를 채울 뿐이다. 기업유치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단체장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쓸 만한 기업들이 강원도에 올 일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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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강원일보



북한이 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지원을 하겠다는 상호주의가 남북 관계를 냉각시키면 강원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접경지역 개발 사업은 개점 휴업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밀어 닥치는 경쟁력 지상주의, 시장 숭배주의는 강원도처럼 경쟁의 출발선에 설 능력도 안 되는 지역이나 사람들에게는 모멸감과 좌절을 안길뿐이다.

그래도 소양호 물이라도 팔아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 그런 방법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 소양호 물은 이미 주인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소양호 물의 주인인데 강원도가 무슨 수로 소양호 물을 수도권 주민에게 팔아서 이익을 챙길 수 있을까 ?
이래저래 우울한 새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