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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에 두 번 우는 농민의 마음 (최응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2 17:26
조회
229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농산물 수입개방과 한ㆍ미 FTA 협상의 타결로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울상 짓게 만들더니, 이제는 기승을 부리는 도둑들로 인해 잠까지 설치게 만들고 있다. 범행수법도 집 근처를 노리는 ‘토착형 절도’보다는 차량을 이용하여 전국을 무대로 뛰는 ‘여행성 절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예전같이 먹고살기가 어려워 먹을 것을 훔치던 생계형 범죄자는 점차 없어져 가고 있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범이나 농촌의 농산물을 훔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힘들여 재배한 인삼, 쌀, 참깨, 고추 등 농산물을 송두리째 훔쳐 가거나 소, 돼지, 개 등 가축까지도 절취해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피와 땀을 흘려 가꾼 자식 같은 농산물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도난당한 농부들의 참담한 심정은 삶의 의욕마저 잃게 만들고 있다. 농산물절도는 물론이고 비닐하우스 파이프, 농기구, 구리전선 등 돈이 되는 것이면 닥치는 대로 훔쳐가고 있다. 더욱이 농사용 전깃줄 절도는 겨울철 시설하우스의 전력공급 중단을 초래하게 되어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에 냉해까지 발생케 하고 있다.

흔히 범죄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몇 가지 원칙에 의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범죄를 통하여 얻게 되는 이익이 범행 후 체포되어 받게 되는 고통이나 처벌보다 클 때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범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하여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감시가 허술하고 보호능력이 약한 대상을 범죄대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소위 상황적 범죄예방이론으로 범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을 통제하여 범죄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농촌지역의 절도는 도시에 비해 범죄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쉽게 제공되기 때문에 범죄가 자행되는 면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기회의 제공을 차단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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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범이나 농촌의 농산물을 훔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림 출처 - 국민일보


 

우선 농번기에는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낯선 사람을 예의 주시하는 게 상책이다. 농촌지역을 돌아다니며 절도행각을 벌이는 절도범들은 빈집처럼 보이는 집에 들어가 인기척을 한 후 반응이 없으면 도둑질을 하고, 누군가 있으면 집을 잘못 찾은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빈집털이범들은 농촌지역의 대부분 집들이 출입문이 잠기지 않아 도둑질하기가 수월했다고 털어놓고 있다. 아울러 예금통장의 비밀번호도 집 전화번호, 자동차번호 등 쉬운 번호를 쓰거나 통장에 기재해 놓아 쉽게 예금이 인출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일이다.

두 번째는 농촌주민들이 자율방범대를 결성하여 순찰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찰에서도 농촌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농ㆍ축산물 도난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시간과 장소를 선정하여 현장검거 체제를 구축하여 활동하고 있다. 또한 관서별 실정에 맞는 기획수사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관서별 농ㆍ축산물 절도사건 수사 자료의 공유 등 공조수사체제를 구축하여 신속한 검거와 피해품의 회수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넓은 농촌의 관할구역 때문에 경찰의 순찰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자율방범을 활성화하고, 경찰과 합동 순찰을 도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CCTV를 설치하는 것도 농촌 절도를 예방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김장철을 맞아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배추와 무 등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를 노린 절도범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절도범들은 주로 국도변 등 인적이 드문 소규모 텃밭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곳과 마을 입구나 큰 도로로 이어지는 곳에 CCTV를 설치해 나가는 것이 범죄예방을 위해 서둘러야 할 일이다.

끝으로 범행을 목격하거나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제2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농촌지역 범죄예방대책들을 서둘러 마련하여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농ㆍ축산물 절도가 뿌리 뽑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