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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에선 경찰관련 공약이 지켜지길 바라며 (최응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1:04
조회
235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청은 10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박명재 행정자치부장관,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이택순 경찰청장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6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우선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경찰청장 이하 15만 경찰관 여러분의 노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우리나라 경찰은 경찰 창설 이래 시대 여건에 따라 건국경찰, 구국경찰, 호국경찰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 “봉사와 질서”라는 구호 아래 탄생한 우리나라 경찰은 경찰대개혁과 경찰혁신을 통하여 선진 경찰로의 도약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경찰의 숙원사항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결론을 짓지 못하고 해를 거듭하고 있어 못내 아쉽다.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수사권의 분권화’를 실현하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수사구조가 개편되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검·경의 제 밥그릇 챙기기란 비난이 쏟아지면서 ‘수사권 관련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더 이상의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는 국정원리에 따라 수사권의 조정 문제가 공약사항에 포함돼 추진되었다. 2005년 3월 16일 경찰대학 21기 졸업식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고 경찰이 책임감 있게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10월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6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검·경 수사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양측이 성의 있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단계적 접근을 통한 제도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일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공약했던 수준보다 더 나아간 안을 마련해서 중재하려고 했으나 여러분의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방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참여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경찰의 혁신과제로 선정되었던 검·경 수사구조 개혁은 국민의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되기는 난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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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2007년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7대 대통령선거의 각 당 대통령후보들이 경선 절차를 통해 속속 선출되고 있다. 지난 8월 2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선출된 데 이어 9월 15일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10월 10일에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10월 15일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007년 10월 16일에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밖에도 창조한국당 문국현을 비롯하여 참주민연합의 정근모 등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후보들이 대권을 꿈꾸며 경제대통령, 교육대통령 등을 기치로 내걸고 각종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앞으로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어떠한 내용의 경찰관련 공약들을 내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경찰관련 공약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서도 다른 공약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100년 정당을 기약했던 열린우리당이 창당 4년을 못 채우고 간판을 내렸으니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같은 공약은 이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만일 대선 후보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번 기회에는 이를 반드시 관철할 수 있도록 경찰 지휘부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찰과 검찰 사이의 그동안 쌓인 해묵은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어 ‘견제와 균형’, ‘분권과 자율’에 충실한 합리적인 ‘민주 분권적 수사구조 개혁’을 통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수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3월 8일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에서 나타난 수사 과정에서의 은폐와 외압 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의 부단한 자기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 이를 통해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에게 경찰 수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수사역량을 강화해 고품질의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매번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어 내걸었던 선거공약이 대통령이 된 후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자는 국민을 상대로 약속한 공약(公約)을 반드시 실현하여 공허한 약속(空約)으로 끝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아울러 국정을 정상화시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십장생(10대들도 장래 백수가 될 것을 걱정)’과 같은 말이 사라져서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 청년실업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날도 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해 본다.

다시 한 번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15만 경찰관 여러분께 축하를 드리며,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조성하여 국민이 감동하는 치안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줄 것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