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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생각한다 (송기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0:47
조회
267

송기춘/ 전북대 법학과 헌법학 교수



로스쿨제도의 도입

지난 7월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아직 공포·시행된 상태는 아니지만 다들 예상하고 있는 바로는 10월부터 대학원설립인가신청을 받아 내년 3월경 대학원이 설치될 학교가 결정되고 1년 동안 개원준비와 신입생 선발을 거쳐 2009년 3월 교육이 시작된다고 한다.

흔히 로스쿨이라고 부르는 제도는 대학 학부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법학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일정한 시험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몇 가지가 크게 달라진다.
최소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변호사

첫째, 변호사가 되려면 고학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변호사가 되려면 대학원 졸업이라는 고학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지금은 굳이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학원 등을 통해 일정 법학 학점을 취득하면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시험 합격후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쳐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게 되고 이들 가운데서 변호사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가 바로 임용되는 데 반하여, 로스쿨제도는 학부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3년 교육후 변호사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임용되고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판사와 검사로 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의 증가

둘째, 변호사가 되는 데 고학력이 요구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단순히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등록금이 추가로 요구되는 정도를 넘어서서 로스쿨의 학비가 일반대학원보다 월등하게 비쌀 것이라 예상된다. 국립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을 넘는 것을 보면 국립대학 로스쿨의 경우도 한 학기 500만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은 1000만원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은 학교가 쏟아 부은 그 동안의 많은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는 점, 고소득의 변호사가 되려면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로스쿨이 과점자의 지위에서 학비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 변호사가 되면 장래 많은 수입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등에 의하여 곧바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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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원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한겨레



변호사의 개념이 바뀐다

셋째, 변호사의 개념이 바뀐다는 것이다. 지금은 변호사라면 적어도 제한된 인원만이 합격하는 사법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법학교육(대개는 법학과 4년, 졸업 후 몇 년의 공부)을 받고, 사법연수원에서 2년의 실무적 교육을 받은 후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률가로서 상당한 수련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로스쿨제도는 법학과 대부분 무관한 전공을 한 학사들이 입학하여 3년의 교육을 받은 후 변호사 시험을 보고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현재의 제도에서보다는 변호사의 법학적 수련의 정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학부에서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하게 되므로 3년의 교육과정도 알차게 운용될 가능성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법학교육이라는 게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는 현재의 제도에서보다 법학적 수련의 정도에서는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법률생활에서 접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이 풀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이 지향하는 변호사는 법률제도의 큰 골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이며 보다 세부적이고 치밀한 논의를 요하는 문제는 변호사활동과 별도의 전문적 교육을 통하여 능력을 갖춰나갈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변호사의 개념은 변호사를 간단한 법률문제에 대해 손쉽게 조언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두게 하고 그만큼 많은 변호사의 배출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전공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기본적이고 충실한 법학적 이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변호사를 다수 배출하자는 게 이 제도의 기본 골격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공인중개사나 법무사가 하는 일도 장차 변호사의 일이 된다.
몇 가지 장애물

이 제도가 올바로 시행되는 데는 몇 가지 장애가 존재한다.
입학정원총정원제는 로스쿨과 어울릴 수 없다

우선 제일 큰 장애는 현재의 법조집단의 반발이다. 대한민국에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삼위일체로 장악한 법조집단은 로스쿨제도의 도입 자체에도 반대하였을 뿐 아니라 지금은 로스쿨입학총정원제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변호사 배출규모를 통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 또한 그것이 국민에게 좋은 것이라면 자기가 가진 이익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입학정원총정원제는 제도만 로스쿨로 바뀔 뿐 현재의 법조인 충원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변호사들은 로스쿨을 통하여 변호사가 배출되면 법학교육기간이 짧아 자칫 자질이 문제되는 변호사가 배출될 수 있고 그것은 국민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제도는 그 근본적 취지가 고도의 법학적 수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법학교육을 거쳐 일정한 자격이 인정되면 변호사가 되고 전문적 능력은 실무경험과 교육 기회를 통하여 확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이 이미 변호사개념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을 왜 굳이 부정하려 하는가? 3년 교육을 통하여 배출된 ‘무자질의 변호사’에다가 자격을 취득하는 변호사의 수마저 제한한다면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오히려 막대한 것 아닐까? 변호사들이여, 이미 로스쿨이라는 제도는 도입되었고, 변호사는 3년의 교육과 시험합격으로 자격이 부여된다. 그렇게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면 거기에 굳이 숫자마저 제한하려는 것은 과욕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왜 변호사 영역에서만 경쟁이 제한되어야 하는가?
교육기관의 여건

두 번째의 장애는 교육기관의 문제이다. 교육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기반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의 법학교육이 과거의 법학교육과 달리 이미 학부에서 상당한 정도로 학문적 수련을 한 학생을 대상으로 법학적 사고방식을 교육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피교육자에 대한 일방적, 주입식의 교육이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론과 실무의 단절, 교수 사이의 전공영역 할거의 문제도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과연 지금의 법학교육기관은 3년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어느 정도로 유능한 변호사를 배출할 수 있을까? 어느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될 것인 가보다는 어느 수준의 교육을 하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가 더욱 고민되어야 한다. 굳이 로스쿨과 어울리지 않는 총정원제한이라는 제도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법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충실한 교육여건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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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액의 학비부담

세 번째 문제는 학비문제이다. 장학금 또는 학비대출제도를 통해 이 문제는 해결한다고 한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돈 없는 사람들이 변호사 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대출을 쉽게 해준다 해도 돈벌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닐 테니, 부담해야 할 학비의 무게에 변호사 되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제도를 통하여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일하는 변호사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해 본다. 로스쿨제도는 그 제도 자체 때문에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용의 문제라 생각된다.
교수생활도 완전히 달라지고...

필자와 같이 대학에서 여러 해 동안 법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교수들에게 로스쿨제도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로서 자기 보고 싶은 책 읽고 관심분야를 공부하면서 논문 쓰고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강의를 하고 사회적 봉사활동도 할 시간이 있었지만, 로스쿨에서는 이런 것들이 상당 부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학부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상당부분은 비록 법학전공이 아니더라도 학부에서 공부한 것일 게고, 등록금을 한 학기 1000만원까지 내고 다니면서 어설프게 강의하는 것은 참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게 되면 쏟아질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 장차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로스쿨에서 몇 년간은 강의준비에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조금 빨리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교수 몇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로스쿨에서는 교수의 개념도 상당 부분 변경이 불가피하다. 보고 싶은 책 보고, 하고 싶은 공부하려던 꿈은 당분간 접어야 할 듯하다. 물론 필자가 로스쿨의 교수가 된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사법개혁을 위한 로스쿨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고민할 것은 어떻게 로스쿨제도를 통하여 국민이 보다 쉽고 값싸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이다. 로스쿨 입학총정원제 배제, 내실 있는 교육과정의 운영, 국민에게 가까운 사법제도의 구축 등 보다 구체적인 개혁 작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