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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삼수생의 무한도전 (유정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19 10:34
조회
258

유정배/ 춘천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지난 7월 16일, 강원도의회는 의원총회를 열고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호소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신중론을 주장했지만 강원도의회는 오직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며 3수 도전을 몰아갔다.

강원도민이 지난 두 차례 도전에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찬반을 넘어 묵묵히 지지해 준 것은, 그것만 되면 강원경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주장에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생산유발효과, 고용창출효과, 부가가치유발액등 경제파급효과가 십수조 단위로 일어난다는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청사진은 별다른 성장 동력이 없다고 느끼는 강원도민에게 매우 매력적인 호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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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깃발
사진 출처 - 뉴시스



강원도민들은 지금,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핵심정책으로 추진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해체 현상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역설을 고통스럽게 마주 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집중과 고삐 풀린 채 가속화되고 있는 한미 FTA 강행은 지역경제를 양극화의 어두운 골짜기로 밀어 넣으며 우리의 삶을 하루가 다르게 조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역경영을 책임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것이 설사 스포츠 쇼비니즘과 손을 잡는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어떤 모험을 강행하게 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 스포츠 행사에 주민의 열정을 동원하고 이 기회를 틈타 국가자원을 경기장 시설 건설이나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재분배 하려는 의도는 일견 당연하거나 실리적으로 보인다.

‘재수’를 하면서까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다 좌절을 겪은 ‘평창의 눈물’은 어쩌면, 이런 변방의 설움이 해결되지 못한 안타까움이고 그래서 더욱 우리를 아프게 하면서 ‘삼수’를 향한 오기를 낳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평창의 눈물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것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교만한 악어의 눈물이 사람들을 세 번째 도전으로 몰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동계올림픽 개최만이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협박과 다시 한번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는 맹목적인 선동이 힘을 얻고 있고 신중하게 검토한 뒤 재도전을 결정해야 한다는 수준의 주장은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는 배신행위로 몰리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한 IOC총회에 국가수반들이 경쟁적으로 몰려가는 현실을 보면 강원도같은 작은 지역에서 애향을 위한 유일한 길인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 하는 것은 공동체에서 '축출당해도 쌀 만큼 큰 불경죄'에 해당 될 수 도 있겠다.

맹목적으로 국제스포츠 행사를 추종하는 태도는 이른바 대선주자를 비롯한 중앙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강원도를 찾는 정치인 마다 하나같이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에 크게 낙담하고 있는 강원도민을 위로(?)하고 자신이 대권을 잡으면 반드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면 지역 언론은 ‘실의’에 빠진 도민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그렇지만 그런 위로가 진정 강원도민의 슬픔을 치유하는 처방인지, 평범한 강원도민들도 정치인들처럼 동계올림픽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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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내 42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3수
도전문제를 논의하려는 강원도의회 앞에서 3수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참으로 어쩌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인가?
이제 강원도는 다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설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는 바늘 틈도 비집고 들어설 수 없는 여론의 높은 벽에 다시 좌절하고 침묵하게 될 것이다.

2007년, 과연 우리는 과연 민주화된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한 걸까 ?
눈 먼 삼수생의 무한도전이 강원도민으로부터 이번에는 또 무엇을 가져갈지 눈에 훤하다. 그들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3수 도전을 뒤로하고 지금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강원도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