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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해결 없이 중동 평화는 없다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2 17:25
조회
515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2007년 11월 26일부터 부시 대통령의 중재로 미국의 아나폴리스에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은 내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들 중의 하나로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에 대한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2007년 현재, 1949년 12월 수립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제 사업국(UNRWA)에 등록된 약 450만 명을 포함하여 745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존재한다. 이 중 45만 명은 이스라엘 국내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시민이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들이다. 난민은 전 세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총인구 1천 10만 명 중 약 70퍼센트를 차지한다. 난민들 대부분은 주변 아랍 국가에서 ‘거주 외국인’으로 취급을 받으면서 정치적인 권리는 물론이고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과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채, 추방 위협에 시달리면서 불안정하고 열악한 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다.

1947년 11월 29일은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하여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을 건설하도록 요구하는 결의를 함으로써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는 대참사가 시작되었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 건설 과정에서 이스라엘 영역이 될 지역에 거주하던 총 원주민의 90퍼센트에 해당하는 9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으로부터 추방되었다. 1967년 전쟁을 유발한 이스라엘은 동 예루살렘, 서안, 가자를 점령하였고, 이 지역 총 원주민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40만 명의 난민이 다시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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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수천명의 하마스 지지자들이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중동평화회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난민은 2007년 현재에도 이스라엘 군사 점령지와 이스라엘 본토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06년 여름에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가자 지역에서 5천 1백 명의 점령지 내부 난민이 발생했다. 2002년 이후 동 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서안 지역에서 분리 장벽 건설과 군사 통치와 관련된 사업으로 주민의 17퍼센트가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 당했고, 요르단 계곡에서 폐쇄와 주택 파괴, 강제 퇴거 등으로 수 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서안의 다른 지역으로 추방당했다. 2006년 이스라엘 정부는 네게브와 갈릴리에서 유대 공동체의 독점적인 이익을 위한 도시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토착의 팔레스타인 공동체들을 파괴하고 추방하였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변 아랍 국가들에서도 이 난민들의 2차, 3차에 이르는 대규모 축출은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06년 여름(7월 12일, 8월 14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레바논 소재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난민들이 축출되었다. 이 난민 캠프들이 직접적인 목표물은 아니었으나 캠프 근처에 빈번하게 폭탄이 투하되었다. 약 1만 6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레바논 내 다른 지역과 그 이웃 국가들로 축출되었다. 2003년 이후 2007년까지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점령으로 이라크에 거주하던 약 3만 4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 중 50퍼센트 이상이 이라크로부터 추방을 당했다. 1994년에 리비아 정부는 오슬로 협상에 불만족하다는 표시로 당시에 리비아에 거주하던 약 3만 5천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 대부분을 추방하였다. 1990년-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에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가 이라크와 동맹을 맺었다는 이유로, 쿠웨이트와 걸프 아랍 왕국들은 4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대거 추방하였다. 이렇듯 중동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에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 휘둘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연맹 소속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으면서도,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을 위한 현실적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인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거류 외국인으로 간주하면서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소유한 땅의 2/3를 유대인을 위하여 몰수했다. 1948년 이전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현 이스라엘 국가 영역을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전체 땅의 90퍼센트 가까이 소유했었지만, 오늘날은 오직 10퍼센트의 땅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추방과 몰수가 처음 시작된 1948년 이후 60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주변 아랍 국가들로 추방된 난민들과 이스라엘 국내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은 여전히 계속되는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2차, 3차 추방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난민들의 대참사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유엔은 총회 결의와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해 ‘난민 귀환권’을 되풀이해서 보장하였다. 1948년 12월 11일자, 유엔 총회 결의 194호, 이후 1967년 7월 4일자, 유엔 총회 결의 2252호, 1981년 12월 16일 유엔 총회 결의 36/146호 등과 1967년 6월 14일 유엔 안보리 결의 237호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유엔은 ‘귀환권 보장’이라는 같은 내용의 결의만 되풀이할 뿐, 이 결의를 현실적으로 실행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이스라엘은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뿌리를 근거로 1948년 난민들이 이스라엘 본토로 귀환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후 군사 점령 상태에 있는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 지역으로부터 추방된 난민들이 이들 점령지로 귀환하는 것도 역시 가로막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와 관련된 유엔 결의와 국제법에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난민의 귀환 문제는 1990년 이후 계속돼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의 주제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 난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과 이 지역의 평화 정착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