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범죄의 예방 : 작은 실천으로부터 (최응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6:19
조회
328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직접적으로 범죄피해를 당하지 않더라도 언론보도를 통해서 범죄 발생 사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범죄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범죄발생을 범죄시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2002년 9월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9시간 30분마다 살인사건 1건, 1시간 30분마다 강도 및 강간사건이 각각 1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인구가 3배정도 많은 일본은 1999년에 살인 6시간 56분, 강도 2시간 4분, 강간 4시간 43분으로 인구수로 보면 한국에 비해 살인, 강도, 강간의 범죄발생빈도가 낮다. 반면에 인구가 5배나 많은 미국은 1999년에 살인 34분, 강도 1분, 강간 6분으로 한국보다 발생빈도가 높아 인구 10만명당 전체 범죄 발생률에서는 서구에 비해 아직은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범죄시계를 통해서 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많은 범죄학자들이 범죄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범죄학이론을 개발하여 이를 규명하려 했고, 경찰을 비롯한 형사사법기관에서도 범죄통제를 위하여 힘쓰고 있다.

그런데 연초부터 우리의 뇌리를 자극하는 범죄사건이 보도되었다. 소위 화성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 실종사건이 그것이다. 이 사건으로 1986년부터 1991년 사이에 10건이나 발생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망령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닐까 매우 우려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지 일정량의 범죄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뒤르껭(Emile Durkheim)의 범죄정상설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범죄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설사 요순시대라 할지라도 일정량의 범죄는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만일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평화롭고 살기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겠구나”라고 하며 부질없는 생각도 하곤 한다. 마치 환자가 한 명도 없다면 의사도 전혀 필요 없듯이 말이다.

어차피 범죄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범죄가 발생한 후에 이를 진압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피해의 완전한 원상회복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범죄예방대책으로는 여러 가지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제지이론(deterrence theory)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엄격한 형벌을 부과하고 신속하고 확실하게 형벌을 집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황적 범죄예방이론(situational crime prevention theory)과 같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제거하는 방법에 의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문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범죄피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면 한다.

첫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 각자가 조금씩 욕심을 줄여갔으면 좋겠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를 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상당수는 원한관계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 되게 하고 있다.

둘째는 우발적인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과 같이 가장 손쉬운 방법에서부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범죄표적이 되는 일을 삼가는 것 등이 중요하다. 그리고 부엌칼을 비롯하여 과도 등의 칼끝을 둥글게 하는 것도 범죄를 예방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칼을 제작할 때부터 둥글 때 제작하게 의무화하는 것도 범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처럼 국민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없어서 총기에 의한 살인사건이 거의 없다는 점이나 인도처럼 지참금 문제로 인한 살인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우리 국민이 큰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부녀자 성폭행이나 실종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를 부끄럽고 슬프게 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 범죄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탰으면 한다. 그리고 화성에서 실종된 부녀자들이 안전하게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화성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치안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