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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할 수 있을까?(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5:48
조회
204

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원



6월 첫째 주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아랍국가들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위하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방문 중이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아랍 관계 정상화를 위하여 새로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안을 내놓기 보다는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내용들을 토대로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경계 획정, 예루살렘 주권, 이스라엘 점령촌 철거,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서안과 가자를 잇는 안전 통로 건설, 상호 안보 협정 등이 될 것이다.
오바마는 아랍 국가들 방문에 앞서 5월에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를 각각 만났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5월 2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아랍 국가들과의 사이에서 체결된 협정들을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모든 아랍 국가들이 지체 없이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파인 네타냐후의 계획은 지중해와 요르단 강 사이의 모든 지역을 이스라엘이 완전히 통치하는 것이다. 무제한적으로 유대 점령촌을 곳곳으로 확장하면서, 유대 점령촌에 둘러싸여 고립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제한적인 통치권을 갖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운용과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거부 등은 네타냐후의 주요한 목표다. 총리 취임 이후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네타냐후의 ‘유대 국가’ 주장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스라엘 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권리가 박탈당할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을 불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5월 28일 오바마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이 이-팔 협상을 중재하고, 이스라엘은 점령촌 건설을 중단하고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 가옥 파괴 행위를 중지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압바스는 로드맵(Road Map)과 아랍 평화안(Arab Peace Initiative)이 평화 협상의 토대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로드맵은 2003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중재하여 당시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과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가 서명했으며, 현재까지 이-팔 사이에 성취된 최종적인 협정이다. 아랍 평화안은 2002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인 압둘라가 제안하여 아랍 국가들이 합의하였고, 2007년에 재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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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우)이 지난 5월 28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좌)과 만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5월 초 워싱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바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로드맵 전문은 “양 측이 협의한 해결안은 독립적이고, 민주적이며, 생존 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의 출현으로 이끌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로드맵 1단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공격 중지, 광범위한 정치개혁, 2000년 9월 28일 이후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부터 이스라엘군이 철군할 것, 2001년 3월 이후 건설한 전초기지들을 즉시 제거할 것, 점령촌의 자연적인 팽창을 포함하는 모든 점령촌 건설 사업을 동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드맵은 현재 오바마를 비롯한 힐러리 클린턴 등 미국 관리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오바마는 네타냐후와의 회담에서 “로드맵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폭력을 중지시키고 테러의 기반을 분쇄하도록 요구하며, 최종적으로 두 국가 해결안은 이스라엘에게 이익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점령촌 건설 사업을 중지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은 필요한 보안 조치들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랍 평화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제안들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첫째,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골란 고원을 포함하는 모든 아랍 영토로부터 1967년 6월 4일 이전 경계로 완전히 철군할 것과 남부레바논으로부터 철군할 것. 둘째, 유엔 총회 결의 194호에 부합하도록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할 것. 셋째, 1967년 6월 4일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서안과 가자 전역에서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할 것. 이 제안들에 대한 응답으로 아랍 국가들은 아랍-이스라엘의 분쟁을 종식하고,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하였다.
현재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 측에서 이스라엘에게 요구하는 것은 점령촌 건설 사업 동결이다. 그러나 6월 2일 네타냐후는 점령촌 건설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이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 한편 5월 29일, 하마스는 “압바스가 로드맵 계획과 이스라엘과의 위험한 안보 협력을 기꺼이 수락하였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였다. 지난 일요일에는 서안과 가자에서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유혈 투쟁으로 6명이 사망하였으며, 이들 사이에 상호 납치를 비롯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아랍 국가들 중 이집트는 1979년,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각각 관계를 정상화하였다. 비 아랍국인 터키는 1991년 이스라엘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며, 1949년 이스라엘을 승인한 이후 오늘날까지 큰 변화 없이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오바마와 네타냐후의 협상 목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협력 관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