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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는 배타적인 인종차별주의 : 홀로코스트는 유럽인들 사이의 문제다. (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5:45
조회
405

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원



2009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UN 인종차별철폐 2차 회의가 열린다. 2001년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1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7년만이다(http://www.un.org/durbanreview2009/). 미국, 이스라엘 이외 독일 등 서방 8개 국가들은 이번 제네바 인종차별 철폐 회의가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자극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서방 국가들의 주장은 유대인과 시온주의자가 동의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유대인, 시온주의자, 이스라엘인은 서로 다른 실체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대인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모호하고, 가변적이라서 그 실체를 정확하게 드러내기가 힘들다. 이스라엘 정부조차도 법으로 유대인의 정의를 수차례 변경시켜왔다.

반면, 시온주의자는 좀 더 분명하게 이스라엘 국가와 그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정의 된다. 시온주의자들 중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있고, 무슬림들도 있다.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었으며, 유대인을 부인으로 두었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 1881년~1938년)는 무슬림엘리트 집단보다는 시온주의자들에게 더욱 우호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 국가 해체를 요구하는 반시온주의자들 중에는 유대교를 믿는 정통 유대교도들도 있다. 이 정통 유대교도들은 시온주의자들은 유대교를 믿지 않으므로 유대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올해 이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앞세우고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반대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이끌기도 하였다(http://www.nkusa.org/activities/).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 시민권 소유자들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시민권 소유자들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무슬림들도 포함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에서 반시온주의는 존재해도 반유대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전 세계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이란 대통령 아미디 네자드의 다음 발언 역시 유대인에 반대한다기보다는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아마디 네자드(Mahmoud Ahmadinejad) 이란 대통령은 제네바에서 20일(월요일) 열린 UN 인종차별 철폐회의 개막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장 잔인하고 억압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국가다.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를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러한 아마디 네자드의 발언은 이스라엘과 서방 세계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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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 네자드의 발언에 대하여 21일(화요일) 이스라엘 군 사령관 가비 아쉬케나지(Gabi Ashkenazi)는 “이스라엘은 적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쳐부술 능력이 있다. 아마디 네자드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이고, 이스라엘의 파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부총리 실반 샬롬(Silvan Shalom)은 옛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Auschwitz-Birkenau)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유대인 학살 추모식에서 “지금 이란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우려고 시도하고 있다.”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다고 알려진 홀로코스트를 팔레스타인 땅에 건설된 이스라엘 국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면, 홀로코스트는 유럽에서 유럽인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이다. 따라서 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빌미로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을 추방하며, 팔레스타인 땅을 강탈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유럽인들이라면, 유럽인들의 책임인 유럽 문제를 유럽 땅에서 해결해야할 것이고, 다른 지역에 전가시키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마디 네자드의 이번 발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유대국가’는 유대 인종이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 동시에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의 권리는 박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일(화요일)에 발생한 다음 사건들은 시온주의자들이 목표하는 ‘팔레스타인 땅의 유대 국가화’가 체계적으로 실현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스라엘 군대는 서안에 위치한 칼킬리야, 나블루스, 제닌, 헤브론, 베들레헴 등지에 침공하여 15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고 납치했고, 나블루스 근처 아크라바(Akraba) 마을의 팔레스타인 주민 8가구에게 48시간 안에 집을 비우고 떠나라고 명령했다. 이유는 이 8가구가 모키에르(Mokhier) 이스라엘 점령촌에 너무 가깝게 있다는 것이다. 모키에르 점령촌은 아크라바 마을의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강탈한 땅위에 불법적으로 건설되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모키에르 점령민들이 이스라엘 군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빈번하게 공격해왔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스라엘 점령촌 피스갓 제브(Pi! sghat Za’ev) 근처 도로에서는 이스라엘 점령민 운전자가 수파 난민촌 거주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알리(Mohamed Ali, 27세)를 공격하여 살해하였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인 군인들과 점령민들의 팔레스타인인 공격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위에 국제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 국가는 현실화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