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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5:10
조회
242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이번주 수요산책은 Mahdi Abdul Hadi (PSSIA 소장, 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이 보내온 기고문을 홍미정 교수가 전해왔습니다. 이 기고문의 번역을 위해 홍미정 교수와 자원활동가이신 손영조씨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예루살렘 문제를 이해하며 표현하는 관점은 관련당사자들마다 제각각 다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예루살렘에 관한 협상은 수많은 위기에 봉착해왔다.

첫 번째 위기는 예루살렘 분쟁에 대하여 무엇을 근거로 협상할 것이냐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논리적이고도 이성적인 협상안은 1947년 유엔 총회 결의 181호의 분할 계획안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유엔총회결의 181호는 예루살렘을 유엔 신탁 통치하의 독립적인 실체이며, 유대국가와 아랍 국가의 중심지이고, 개방된 도시라고 규정한다. 즉 예루살렘은 유대 국가와 아랍 국가 양국의 공동 수도로서 국제화되어야하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인들과 시민권자들을 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1993년 오슬로(Oslo) 협정이 1967년의 유엔안보리결의 242호를 토대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의미하는 ‘두 국가 해결안’을 제시하면서 예루살렘 분할안이 등장하였다. 즉 팔레스타인 통치하의 동예루살렘과 이스라엘 통치하의 서예루살렘이 그것이다. 오슬로협상이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의 주요한 협상가로 활약하는 아흐마드 쿠레이(Ahmed Qurei)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오슬로 협상에서 서예루살렘을 포기하는데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위기는 예루살렘 미래의 지위에 대하여 화합할 수 없는 열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양 측 협상가들은 예루살렘에 대하여 유엔 결의문 등을 비롯한 합의된 방식이 아닌 각 개인의 역사, 신앙, 신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수반은, 동예루살렘이 1967년 이전처럼 아랍국가의 주권아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국가 해결안(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 요구)’의 시대가 거의 지나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아흐마드 쿠레이를 비롯한 다수는 ‘양 민족 한 국가 해결안’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이 안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양 민족들이 통합된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하나의 국가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 당사자는 아니지만, 영향력 있는 하마스(Hamas) 지도자 칼리드 마샬(Khaled Meshaal)은 예루살렘이란 영토적, 지리적, 역사적 그리고 종교적인 유산을 의미하는 것이지, 한갓 서안(West Bank)의 땅 덩어리 이름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샬은, 예루살렘을 결코 이스라엘과 공유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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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di Abdul Hadi (PSSIA 소장,
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 http://www.passia.org/)


이스라엘 측의, 시몬 페레스(Shimon Peres)는 성지들과 관련된 사소한 합의들은 존재할 수 있지만, 예루살렘은 결코 분할되거나 공유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라고 강조한다. 카디마(Kadima)의 샤울 모파즈(Shaul Mofaz)와 샤스(Shas)당은 총리인 에후드 올메르트(Ehud Olmert)와 외무장관인 리브니(Livni)가 일부 팔레스타인 지구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예루살렘을 분할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리쿠드(Likud)당의 비냐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가,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조금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표명하였으며, 최근에 이스라엘 국회는 이러한 취지로 두 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 번째 위기는 실행 가능한 협상을 위한 공정한 중재자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결코 믿을만한 중재자가 되지 못했었다. 가장 명백한 예로는 2003년 워싱턴 로드맵이다. 로드맵은 3단계 수행 계획으로 나뉘어 있으며 세부일정, 목표 날짜, 기준 등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 전임 총리 아리엘 샤론(Ariel Sharon)이 제시한 로드맵과 관련된 14개 항의 유보 조건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이후 샤론의 일방적 제안을 따라갔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미국 파트너에게 기댈 수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완전히 소외되었다. 아랍 국가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랍 국가의 노력들조차도, 특히 2002년의 아랍 평화 발의(Arab peace initiative)는 간단히 묵살되었다. 사실, 이 아랍 평화 발의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한다면, 그 보답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전체가 포괄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미국은 계속 이스라엘에게 편향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특별히 예루살렘 문제에 대하여서는 공정한 해결 방식으로 약속을 하지 않는다.

네 번째 위기는 신뢰할만한 협상 지도부가 없다는 것이다.

올메르트가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카디마의 수장으로서 은퇴를 직면하면서 얼마나 더 이스라엘의 협상을 이끌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동시에, 마흐무드 압바스는 분열된 팔레스타인 사회뿐만 아니라 파타(Fateh)가 분열된 가운데 협상해 왔고, 2009년 1월 "수반 임기 만료"로 불안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위기들을 해결하거나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장래의 협상은 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요르단 [1994년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에 의해서 그리고 팔레스타인 측의 소망에 반하여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의 보호자가 됨]을 비롯한 아랍 국가를 끌어들이려는 제안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단지 시간-소모적인 책략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게다가, 인정하고 타협하려는 문화가 여전히 결여되어 있다. 양측의 말은 화해하려는 메시지가 없고,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희망도 유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모든 관계자가 만족할만한 실행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깊이와 진정성을 가지고 앞날의 대화를 이룰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