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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2009 : 죄다이의 몰락(안수찬 한겨레21 기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5:33
조회
182

안수찬/ 한겨레21 기자



※ 이 글은 SF 꽁트입니다.

아주 먼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
어둠의 세력은 은하계 전체를 ‘클놈’ 전쟁에 몰아넣었다. ‘죄다이’ 기사단은 악의 포스에 맞서 평화를 회복하겠다며 전투에 나선다. ‘맹박틴’ 의장은 합법적으로 공화국 의회의 권력을 얻었으나 점차 독재의 야욕을 드러내고, 그의 뒤에는 은하수 남쪽에서 행성 시세차익에 몰두해온 악의 무리 ‘시세족’의 공작정치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한때 제다이 기사단의 미래 리더로 촉망받았던 명문대 졸업생 ‘아나킨 스카이(SKY)’는 다크 포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끝내 ‘뉴라이트로 베이다’로 변절하여, 맹박틴 의장의 제국 건설에 가담한다. 베이다의 덫에 빠져든 죄다이 기사단은 사실상 절멸 당했고, 공화국 건설 때부터 죄다이 기사단을 이끌어온 ‘사는게 요기다’와 죄다이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는 ‘이리온 캐놈이’만이 살아남아 도피중이다. 두 사람은 어느 날, 뉴라이트로 베이다의 고향인 ‘티케인’ 행성의 선술집에서 모처럼 만나 시국을 한탄하는데….

- 사는게 요기다(이하 요기다) : 티케인 행성도 마이 썰렁하네. 이 동네서 아나킨 스카이가 코 찔찔 흘리쌓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냐오냐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카이. 금마가 맹박틴한테 붙어먹을쭐 누가 알았겠노. 내가 운동을 너무 오래해가 별 희안한 꼴을 다 본대이.

- 이리온 캐놈이(이하 캐놈이) : 워따, 성님. 이젠 베이다로 부르쇼잉.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비러 묵을 자슥을 워째 꼬박꼬박 옛 이름으로 부르는지 성님 속을 모르것소. 티케인도 옛 말이지라. 쩌그 옛날에는 은하계의 모스크바라고 했담시롱, 워떻게 된 시상인지 그 많던 반군들이 싹 씨가 말라뿌렀소. 은하계 전체에서 1인당 소득이 질로 낮은 별이라던데, 이짝 사람들은 무슨 심뽀로 맹박틴을 죽어라꼬 지지하는지 내사 모르것소. 제국 시상이 되믄 못 사는 사람들은 더 지지리 궁상이 된다는 것을 참말로 모르는갑소.

- 요기다 : 어허이, 일마, 니는 그 목소리 좀 낮차라. 저거뜰 안마당이라서 드로이드들이 방심하는 동네라고 일부러 여서 만난긴데, 죄다이 여 있다꼬 유세하믄 우짜노. 씰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라. 와 불렀노. 좀이 그래 쑤시더나. 쫌 잠자코 지키보민서 전략도 짜고 해야지, 궁디가 그래 가벼워가 우째 좋은 세상 만들겠노. 맹박틴이 은하대철도 놓는거 잘 지켜보라캤는데 니는 그런 일은 또 죽어라꼬 안하재. 내가 몇 번을 캐야 알아듣겠노. 우리 미래는 현장에 있다카이.

- 캐놈이 : 성님. 지금 은하대철도가 문제가 아니요. 성님 밑에서 심부름하던 ‘함 쏠놈’ 있잖소. 거 느끼하게 생긴 놈. 긍께, 그 네미랄 자슥이 ‘레이아’ 공주한테 치근덕거리다가 끝내 사고를 쳐부렀소. 아, 뭔 사고겄소. 그렇고 그런 일이지라. 하여간에 쪼깐 급하게 돼부렀소. 레이아 공주가 지금 고발한다고 난리가 났소.

- 요기다 : 고발? 무슨 고발을 한다 말이고. 지금 시국에 니 죽고 내 죽자카는 것도 아이고. 안된다. 그건 막아야 된다. 안 그캐도 맹박틴이 우리 잡아묵을라꼬 눈에 불을 키고 있는데. 그 가시나가 진짜로 고발하믄 드로이드들은 기자 새끼들 불러가 전부 까발길끼고, 그래 되믄 제국신문이 대문짝만하게 쓸낀데. 안된다. 죄다이가 쪽팔리믄 안된다. 우리는 가오 하나로 사는데. 니 공주 만나거든 합의하자 캐라. 함 쏠놈 그 자슥은 고자를 만들어뿌고….

- 캐놈이 : 워메 성님, 지금 고러쿠럼 화부터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요잉. 시상이 워떤 시상인디. 성님이 공화국 건설 투쟁하문서 한창 잘 나가던 때만 생각하믄 안되지라. 고 시절엔 광선병에 레이저 붙여 던지다 잡히가믄 투사 대접받던 때 아니요. 지금은 아니지라. 죄다이 기사단 살리는 셈치고 입 닥치고 국으로 가만 있으라고 혀봐야 씨알도 안맥히는 시상이오. 하믄이라. 지금은 인권이 질로 중하지라. 쩌그 레이아 공주 오빠 있잖소, 죄다이 되겄다고 수련중인 넘, 그렇지라 그 ‘이크 스카이워커’가 머라 떠드는줄 아씨오. 죄다이 기사단 간부들이 죄다 물러나야 한다고 그러요. 죄다이 기사단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 요기다 : 가만, 니 지금 무슨 소리를 씨부리쌓노. 보자보자카이 일마가 지금 내를 협박하고 있네. 카니까 내보고 물러나라는 소리 아이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꼬 물러나야 된단 말이고. 살다살다 희안한 소릴 다 듣겠대이. 마, 치아뿌라. 내가 무역연합 무너뜨리고 공화국 만들 때 손에 피한방울 안 묻힌 놈들이 내한테 감히 오라가라 캐? 그라고 니, 캐놈이, 늙었다고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재. 함 쏠놈은 내가 벌써 죄다이 기사단 비서진에서 제명했다. 진상조사도 했고. 쫌 있다가 레이아 만나가 합의하자 칼끼다. 평생 입 다물고 있으라꼬 설득도 할끼다. 진짜 문제는 캐놈이, 니다. 니가 기자들 불러가 살살 냄새 풍기고 다닌다매. 무슨 성추행 사건 있다꼬, 함 취재해보라꼬, 기자들 똥구멍 핥고 다니는 거, 내가 모를줄 아나. 니가 내 앞에서는 살살 거리면서도 내 밀어낼라꼬 별 지랄 다 하는 거, 내 모를줄 알았나.

- 캐놈이 : 워메, 성님, 고것이 무슨 말이다요 뚫린 입이라고 말을 고러쿠럼 함부로 하믄 안되지라. 제가 뭣을 풍기고 다닌다고 그러씨요. 솔직히 말혀서 요기다 성님이 주변에 친한 넘들만 불러다가 쉬쉬함시롱 자기들끼리 일한다는 거, 은하계 사람들 중에 몰르는 사람이 없소. 허구헌날 안드로메다계하고 은하계하고 통일 해야 된다는 이야기만 하는게 뭔 놈의 운동이요. 지금 은하계 사람들은 다 죽게 생겼는데, 안드로메다계하고 통일해봐야 먼 소용이 있겄소. 죄다이 기사단에는 민주주의가 웂는디 사람들한테는 민주주의 투쟁 하라고 말하는 것도 암 소용이 없지라. 함 쏠놈 사건 말고도 성님이 죄다이 기사단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해 책임질 일이 적지 않으요잉.

- 요기다 : 니 말 한분 잘했다. 사건 하나 터짔다고 옳다꾸나 하고 권력투쟁 벌이는 니는 그래 얼마나 민주적이고. 맨날 계급투쟁하자꼬 말로만 과격한 너거뜰이 공화국 잘 되는 일에 먼 도움이 됐노. 사람들 마음이 죄다이 기사단에서 떠난 거는 다 너거뜰 같은 과격분자들 때문 아이가. 그 잘못을 와 내한테 떠 넘기노.

- 캐놈이 : 되얐소. 성님하고 말쌈 하는 것도 지겹소. 성님 생각을 워째 바꾸겄소. 평생 그러고 사씨요잉. 그렇지만 이번에는 물러나야 쓰겄소. 안 그러믄 죄다이 기사단, 진짜로 망해뿔 것이오. 사람들이 울더러 손꾸락질 하는 것을 워떻게 감당할 것이오. 새로 태어나야재라. 성님이 물러나씨오.

- 요기다 : 진짜로 사는 게 욕이다. 내 물러나믄 그래 니가 죄다이 짱 묵을끼가? 내 물러나면 니가 죄다이 기사단 다시 일으킬 수 있겠나?

- 캐놈이 : 성님, 술이나 한잔 받으씨오. 성님하고 나하고 생각이 다른 것이야 워쩌겄소. 지금 질로 중한 것은 우리 기사단이요. 맹박틴 앞에서 자살골 넣는 일도 정말 지긋지긋하요. 성님하고도 워쩌다가 이런 사이가 되얐는지 모르겄소. 더 싸우긴 나도 싫소. 그냥 하와이 행성에 가씨오. 가서 몇 년 있다 오씨오.

- 요기다 : 니나 가라, 하와이. 이기 전부 다 ‘클놈’들이 우리한테 등을 돌리가 안 그렇나. 니 때문이다. 맨날 타협도 안하고 과격투쟁만 하니까, 죄다이는 못 믿겠다고 맹박틴한테 돌아선거 아이가. 니 말 듣는다꼬 죄다이 선봉투쟁만 벌인 게 내 죄라카믄 맞다. 클놈, 금마들이 진짜로 불쌍한 놈들인데.

- 캐놈이 : 우리야 클놈들이 알아서 죄다이 따라올줄 알았지라. 클놈이 원래 용병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아니요. 평생 기계부품으로 써먹히다 제 대접도 못받고 계약기간 끝나면 고철 처리 되는 안드로이드니까 당연히 제국에 반대할줄 알았지라. 긍께 고것들이 제국 시상이 되믄 제 형편 핀다고 맹박틴한테 몰표를 줄거라고 성님인들 생각할 수 있었겄소.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믄 안되지라.

- 요기다 : 아이다. 암만캐도 죄다이만 모아서는 세상 못 바꿀 끼다. 우리끼리 만날 운동이니 투쟁이니 떠드니까 클놈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거 아이가. 우리끼리 잘났다고 나대니까, 함 쏠놈 맹키로 천하에 때리죽일 자슥도 생기는 거 아이가. 일마, 캐놈이야. 그카지 말고, 우리 죄다이 기사단 그냥 해체해뿌까. 차라리 클놈 연합 같은 거 만들까. 클놈이라꼬 전부다 제국에 부역하는 건 아이잖아. 생각있는 클놈들도 쪼매는 안 있겠나. 가들하고 다시 연대하는 게 차라리 안 낫겠나.

- 캐놈이 : 그려도 성님, 일단 이번에 물러나는 건 맞지라? 그건 약조를 쪼깐 해줘야 쓰것소.

- 요기다 : 에라이, 이 맹박틴 똥구녕에 은하계대철도 깔다가 광선병에 맞아 디질 놈아. 니 미버서라도 그래는 안한다. 함 쏠놈 고자 만들고 레이아하고 합의볼끼다. 그 이상은 안된다. 맹박틴 좋은 일을 내 손으로 와 하노.
아주 먼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서 이런 꼬라지들을 하고 끝까지 목청 높이던 마지막 두 죄다이 기사는 “누군데 이렇게 시끄럽냐”고 참견한 옆 테이블의 ‘누쿠 백작’과 실랑이를 벌이다 티케인 행성의 지역토호 ‘자바라 헛’에게 잡힌다. 그 사이 은하계 신문, 방송, 인터넷을 장악한 유일한 거대언론, 제국신문은 요기다와 캐놈이가 함 쏠놈의 성추행 사건 은폐를 모의하다 들켰다고 대서특필했다. 제국의 드로이드는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광선병을 압수하는 한편, 그들의 집에서 불온서적 <죄다이는 어떻게 단련되나>와 <안드로메다를 우러러 보며>를 발견하고 반제국음모법에 의거해 추가 기소했다.

정식 죄다이가 되지 못한 ‘이크 스카이워커’는 죄다이 기사단의 몰락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전해지는데…. “아니유. 어디 말이 되남유. 뉴라이트로 베이다가 ‘내가 늬 애비다’, 그런 말을 했다고 지가 쉽게 넘어가남유. 마음으로는 죄다이가 되고 싶었지유. 근데 지들끼리 망하는 디 워쩌겄슈. 할 수 없지유, 뭐. 이젠 취직이나 해야지유. 아, 괜찮아유. 어떻게 살아지겄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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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스타워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