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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SCI급 논문과 소외지역 연구의 문제 (홍미정)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SCI급 논문이란?
현재 중동 및 소외지역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들은 평가점수가 높이 책정된 SCI급 학술지들에 논문 게재를 위하여, 고군분투하지만 너무 힘들다.
미국회사 톰슨로이터가 ‘인용지수’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SCI급(SCI, SCIE, SSCI, A&HCI)논문이라고 부른다. SCI는 톰슨로이터가 평가하여 만들어 낸 과학논문 인용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다. 인용색인 사업은 1961년 과학분야(SCI)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과학논문 인용색인 확장판(SCIE), 사회과학논문 인용색인(SSCI), 예술&인문학논문 인용색인(A&HCI)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한국에서, 이 인용색인에 따른 인용지수는 특정 논문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제공되며, 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가 좋은 학술지로 평가 받는다. 톰슨로이터 회사가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은 각 분야 논문의 인용지수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여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정보들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1월 현재, SCI 학술지 3,743종, SCIE 학술지 8,896종, SSCI 학술지 3,250종, A&HCI학술지 1,781종으로 공시되었다.
□ 미국과 영국 및 서유럽에 편중된 SCI급 학술지
2017년 1월 현재 국가별 SCIE(SCI 학술지 대부분은 SCIE에 포함)학술지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 다음과 같이 편중되어있다; SCIE 학술지 전체 8,896종 중, 미국 학술지 42.1%, 영국 학술지 19.8%, 영국과 미국 학술지를 합치면 61.9%이고,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 상위 5개국 학술지를 합치면 78.4%를 차지한다. 이 상위 5개국은 미국과 서유럽 4개 국가들이다.
다음 표와 같이 2017년 1월 현재 국가별 A&HCI 학술지도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 편중되어 있다; A&HCI 학술지 전체 1,781종 중, 미국 학술지 34.5%, 영국 학술지 24.6%, 미국과 영국 학술지를 합치면 59.1%이고,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의 학술지까지 합치면 86.2%다. 한국에는 A&HCI 학술지가 7종, 일본과 러시아에는 6종 있고, 중국에는 없다. 중동국가들 중에는 터키에 A&HCI 학술지가 6종 있고, 아랍 국가들과 이란에는 없다.
따라서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 등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들은 이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 현지 학자들과 협력연구를 통하여 현지 연구 자료에 직접 접근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영국 및 유럽국가 학자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표. 국가별 A&HCI 학술지 수: 1,781종(2017년 1월 현재)
순위 | 국가 | 학술지 수 | 순위 | 국가 | 학술지 수 |
1 | 미국 | 614(34.5%) | 터키 | 6 | |
2 | 영국(잉글랜드-416+스코틀랜드-19+웨일즈-3, UK-1) | 439(24.6%) | 27 | 오스트리아 | 5 |
3 | 독일 | 133(7.5%) | 인도 | 5 | |
4 | 네덜란드 | 118(6.6%) | 슬로바키아 | 5 | |
5 | 프랑스 | 68(3.8%) | 대만 | 5 | |
6 | 이탈리아 | 64(3.6%) | 31 | 홍콩 | 4 |
7 | 스페인 | 58(3.3%) | 포르투갈 | 4 | |
8 | 캐나다 | 41(2.3%) | 33 | 콜롬비아 | 3 |
9 | 벨기에 | 30 | 핀란드 | 3 | |
10 | 칠레 | 18 | 아일랜드 | 3 | |
11 | 체코 공화국 | 14 | 노르웨이 | 3 | |
12 | 브라질 | 13 | 라투아니아 | 3 | |
스위스 | 13 | 뉴질랜드 | 3 | ||
14 | 크로아티아 | 12 | 39 | 아르헨티나 | 2 |
15 | 남아프리카 공화국 | 11 | 이스라엘 | 2 | |
16 | 오스트레일리아 | 10 | 멕시코 | 2 | |
17 | 대한민국 | 7 | 필리핀 | 2 | |
폴란드 | 7 | 43 | 불가리아 | 1 | |
슬로베니아 | 7 | 덴마크 | 1 | ||
에스토니아 | 7 | 아이슬란드 | 1 | ||
스웨덴 | 7 | 말레이시아 | 1 | ||
22 | 일본 | 6 | 말타 | 1 | |
러시아 | 6 | 세르비아 | 1 | ||
헝가리 | 6 | 베네수엘라 | 1 | ||
루마니아 | 6 | 50 |
□ 엘스비어 회사의 스코푸스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스비어 회사가 제공하는 스코푸스(SCOPUS)는 세계 최대의 국제학술지 인용 색인 데이터베이스다. 2017년 1월 현재 전 세계 5천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2만 2천 종 이상의 학술지 및 과학, 기술, 의학, 사회과학 및 인문·예술 등 전 학문분야의 타이틀 초록, 참고문헌, 피인용 건수 등의 학술정보를 담고 있다. 2013년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171종이 스코푸스에 등재돼 있다. 스코푸스는 톰슨로이터사가 제공하는 SCI, SSCI, A&HCI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용색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 구글
□ 소외 분야와 소외 지역 연구에 장애
미국의 톰슨로이터사와 네덜란드의 엘스비어사는 SCI, SCIE, SSCI, A&HCI와 스코푸스를 통하여 인용지수를 따라 학술지 혹은 논문을 평가한다. 그러나 특정 논문의 인용지수가 높다는 뜻은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반면,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용지수를 논문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외 지역이나 소외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가로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의 사업목표는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정보망을 구축하여, 지식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소외 지역 연구자들이나 인문학자들에게 A&HCI와 스코푸스 기준의 유명 외국 학술지 게재를 요구하는 평가기준은 한국의 소외 지역 연구와 인문학 발전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이 학술지들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한국 연구자들은 이 외국 유명 학술지들이 요구하는 연구방향에 맞추어 편향적인 주제를 연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 각 대학들은 이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이 내놓은 스코푸스나 SCI급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2017년 4월 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