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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 (조광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55
조회
362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밤하늘에 별이 부족한 양, 북한에서는 하늘을 향해 미사일들이 수직으로 날아오르고, 그 미사일을 폭죽처럼 공중에서 터뜨려 한반도의 밤하늘을 핵 분진으로써 밝게 빛나게 하겠다고 미국이 성주의 사드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진영의 대선 총괄책임자인 송영길 국회의원이 얼마 전 YTN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성주의 사드 배치가 이미 일본에 설치되어 있는 두 군데의 사드와 함께 삼각 편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고,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며, 그 삼각 편대의 사드를 미국의 안방에서 조종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반가웠다. 내가 항간의 소문만으로 대략 짐작하고 있던 내용을 어느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어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쉬쉬’ 하면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한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외교적인 종속에 대한 분노를 일정하게 드러낸 것으로 여겨지면서, ‘아, 이제 정치권에서도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가능한 때가 왔는가?’ 하는 기대를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에서 한국으로 급히 날아온 미 국무부 장관이 이를 암암리에 확인해 주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여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처를 포함해 모든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에게는 한국의 유력 대선 주자에게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조심 몸조심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것으로 들렸다. 그러면서, 비록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카터가 북한의 김일성과 만나 단판을 지움으로써 그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제2차 한반도 전쟁을 막아내긴 했지만, 1994년 김영삼 정권 때 미국이 북한을 치기 위해 한국의 미국인들에게 날짜를 정해놓고 소개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접하고서 대통령 김영삼이 너무 놀란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떠올랐다.


또한 미 국무부 장관은 일본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고 한국은 미국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뜻인가 싶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마치 북 · 중 · 러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성주의 사드 배치가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것임을 은근히 실토한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미국 대통령이 지난 수 년 동안 미국이 북한에 의해 놀아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또 무슨 뜻인가?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동안 놀아난 형국이란 이전 미 정권의 ‘전략적 인내’였는데 그것은 대책 없이 당하고만 있었던 것일 뿐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대북정책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고 보면,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인내’ 운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인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사실이다. 1994년 때처럼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고자 작심을 하고서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남북한 한민족의 운명은 마치 선무당이 작두를 타듯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가.


l_20170319010025250002107110.jpg지난 18일 오후 경북 성주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 평화발걸음대회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자본주의 역사에서 헤게모니 국가가 변경될 때마다 전쟁이 있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주도권이 네덜란드로 넘어갈 때 30년 전쟁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때 워털루 전투의 패배로 끝을 맺은 나폴레옹에 의한 전쟁이 있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때 1차 세계대전과 특히 2차 세계대전이 있었다. 세계체제론자들이 역설하듯 제시하는 예감에 따르면, 이제 미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려는 시기가 도래했다. 과연 아무런 전쟁도 없이 이러한 주도권 이관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유력한 지대는 어디며 그 빌미는 무엇일까?


필자는 온 존재의 절대적인 우연성,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그에 따른 역동적인 존재의 구조를 어떻게 전반적으로 그리고 가능하면 미세하게 분석하여 나름의 존재론을 펼칠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이른바 책상물림의 소소한 철학자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국내외 정치 및 군사외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장삼이사에 불과한 무지렁이다. 이런 필자의 평범한 판단으로도 이같이 한반도 거주민 전체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에 의한 노골적인 위협과 그에 따라 즉발을 예고하는 것 같은 전반적인 대대적인 위기가 닥친 것 같으니 그저 터무니없는 판단이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이러한 대대적인 위기가 한반도를 내리누르고 있다면, 오히려 이 위기를 역이용하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②항을 최고도로 곧추세워 대한민국의 주권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있음을 만천하에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기 위해, 다시 한 번 촛불시민혁명의 위력을 더 높여 일단은 사드 배치의 ‘퇴진’을 외쳐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17년 3월 2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