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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급 논문과 소외지역 연구의 문제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56
조회
508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SCI급 논문이란?


 현재 중동 및 소외지역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들은 평가점수가 높이 책정된 SCI급 학술지들에 논문 게재를 위하여, 고군분투하지만 너무 힘들다.


 미국회사 톰슨로이터가 ‘인용지수’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SCI급(SCI, SCIE, SSCI, A&HCI)논문이라고 부른다. SCI는 톰슨로이터가 평가하여 만들어 낸 과학논문 인용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다. 인용색인 사업은 1961년 과학분야(SCI)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과학논문 인용색인 확장판(SCIE), 사회과학논문 인용색인(SSCI), 예술&인문학논문 인용색인(A&HCI)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한국에서, 이 인용색인에 따른 인용지수는 특정 논문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제공되며, 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가 좋은 학술지로 평가 받는다. 톰슨로이터 회사가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은 각 분야 논문의 인용지수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여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정보들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1월 현재, SCI 학술지 3,743종, SCIE 학술지 8,896종, SSCI 학술지 3,250종, A&HCI학술지 1,781종으로 공시되었다.



□ 미국과 영국 및 서유럽에 편중된 SCI급 학술지


 2017년 1월 현재 국가별 SCIE(SCI 학술지 대부분은 SCIE에 포함)학술지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 다음과 같이 편중되어있다; SCIE 학술지 전체 8,896종 중, 미국 학술지 42.1%, 영국 학술지 19.8%, 영국과 미국 학술지를 합치면 61.9%이고,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 상위 5개국 학술지를 합치면 78.4%를 차지한다. 이 상위 5개국은 미국과 서유럽 4개 국가들이다.


 다음 표와 같이 2017년 1월 현재 국가별 A&HCI 학술지도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에 편중되어 있다; A&HCI 학술지 전체 1,781종 중, 미국 학술지 34.5%, 영국 학술지 24.6%, 미국과 영국 학술지를 합치면 59.1%이고,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의 학술지까지 합치면 86.2%다. 한국에는 A&HCI 학술지가 7종, 일본과 러시아에는 6종 있고, 중국에는 없다. 중동국가들 중에는 터키에 A&HCI 학술지가 6종 있고, 아랍 국가들과 이란에는 없다.


 따라서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 등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들은 이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 현지 학자들과 협력연구를 통하여 현지 연구 자료에 직접 접근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영국 및 유럽국가 학자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표. 국가별 A&HCI 학술지 수: 1,781종(2017년 1월 현재)



순위 국가 학술지 수 순위 국가 학술지 수
1 미국 614(34.5%)   터키 6
2 영국(잉글랜드-416+스코틀랜드-19+웨일즈-3, UK-1) 439(24.6%) 27 오스트리아 5
3 독일 133(7.5%) 인도 5
4 네덜란드 118(6.6%) 슬로바키아 5
5 프랑스 68(3.8%) 대만 5
6 이탈리아 64(3.6%) 31 홍콩 4
7 스페인 58(3.3%) 포르투갈 4
8 캐나다 41(2.3%) 33 콜롬비아 3
9 벨기에 30 핀란드 3
10 칠레 18 아일랜드 3
11 체코 공화국 14 노르웨이 3
12 브라질 13 라투아니아 3
스위스 13 뉴질랜드 3
14 크로아티아 12 39 아르헨티나 2
15 남아프리카 공화국 11 이스라엘 2
16 오스트레일리아 10 멕시코 2
17 대한민국 7 필리핀 2
폴란드 7 43 불가리아 1
슬로베니아 7 덴마크 1
에스토니아 7 아이슬란드 1
스웨덴 7 말레이시아 1
22 일본 6 말타 1
러시아 6 세르비아 1
헝가리 6 베네수엘라 1
루마니아 6 50    

□ 엘스비어 회사의 스코푸스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스비어 회사가 제공하는 스코푸스(SCOPUS)는 세계 최대의 국제학술지 인용 색인 데이터베이스다. 2017년 1월 현재 전 세계 5천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2만 2천 종 이상의 학술지 및 과학, 기술, 의학, 사회과학 및 인문·예술 등 전 학문분야의 타이틀 초록, 참고문헌, 피인용 건수 등의 학술정보를 담고 있다. 2013년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171종이 스코푸스에 등재돼 있다. 스코푸스는 톰슨로이터사가 제공하는 SCI, SSCI, A&HCI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용색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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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구글



□ 소외 분야와 소외 지역 연구에 장애


 미국의 톰슨로이터사와 네덜란드의 엘스비어사는 SCI, SCIE, SSCI, A&HCI와 스코푸스를 통하여 인용지수를 따라 학술지 혹은 논문을 평가한다. 그러나 특정 논문의 인용지수가 높다는 뜻은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반면,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용지수를 논문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외 지역이나 소외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가로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의 사업목표는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정보망을 구축하여, 지식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소외 지역 연구자들이나 인문학자들에게 A&HCI와 스코푸스 기준의 유명 외국 학술지 게재를 요구하는 평가기준은 한국의 소외 지역 연구와 인문학 발전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이 학술지들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한국 연구자들은 이 외국 유명 학술지들이 요구하는 연구방향에 맞추어 편향적인 주제를 연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 각 대학들은 이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이 내놓은 스코푸스나 SCI급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2017년 4월 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