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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인권과 기본권 수호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정당성 (김재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19
조회
295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최근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각 당과 행정부가 서로 맞서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은 제65조 제1항에서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은 때, 법률안의 심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은 때,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은 때의 각 경우에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해 국회 상임위 차원의 상시적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권과 행정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의회독재를 초래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위헌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국정운영 상황을 돌이켜 보면 오히려 행정권과 그 기능의 비대화가 초래한 행정권력의 오남용과 폐해를 숱하게 경험해 왔다. 이에 반해 그릇된 행정권의 행사를 적절하고 유효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국회의 견제기능은 미약했다. 이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비롯하는 역사적, 경험적 사실이다. 국회법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에서도 그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청문회의 개념을 보완하여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의결이 있은 때 청문회를 개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의 국정통제권한이 보다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제안 이유에서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의 헌법전문가인 정종섭 당선자는 조사청문회의 도입이 국정의 대상과 범위, 방법에 있어 무제한성을 가지고 있고, 위원회의 과반만 찬성하면 언제나 할 수 있어 시기상으로도 무제한이므로 행정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또한,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정책이나 업무, 기업, 조합, 각종 이익단체의 직·간접 영향 하에 이러한 조사가 실시되면 국가의 기능 자체가 와해되어 행정부와 사법부의 기능을 와해할 우려가 커 헌법이 정한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 권력분립은 각 헌법기관이 완전한 독립적 권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에 있다. 특히 국회는 행정권과 사법권에 비교할 때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더욱 강하게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때문에 행정권과 사법권의 권한행사에 대해 그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위원회의 의결로써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회의 견제기능을 행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국가정책과 행정업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더욱 충족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의 법 제도만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기관을 구성할 때에만 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대의제에 따라 각 헌법기관이 국민을 대신해 국정의 운영과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는 국가정책 수립과 행정권의 행사가 올바른 것인지를 국민이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와 창구는 실효성이 담보된 국회의 청문회 제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의 강화야말로, 진정성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l_2015062801002994800367111.jpg사진 출처 - 경향신문


우리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않지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폐기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정부에 이송된 것으로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19대 국회의 만료로 폐기돼야 할 법률안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의 임기 중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19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못 해도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20대 국회로 넘어가서 재의결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본래 취지는 법률안에 이의를 분명히 하여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에서 신설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위원회의 심사에 관한 규정(제58조의2)에 대해서도 그 위헌성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종국 결정이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과 관련이 있으면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서 등본을 국회로 송부하고, 국회의장은 그 결정서 등본을 해당 법률의 소관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에 회부하며, 위원회는 회부된 종국 결정을 검토하여 소관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소위원회에 회부해서 심사하도록 하는 것을 규정한다. 해당 조항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종국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종국 결정의 취지에 따라 해당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본래 기능과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 보완하는 입법인 것이다. 헌법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에 충실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헌적인 법률이 아니다. 지금까지 행정부의 입맛대로 정책을 입안하고 행정권력을 행사해 왔던 잘못된 관행들이 드러나고 그것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제도가 입안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는 아우성 일뿐이다. 의회독재가 아니라 오히려 폐습으로 이어져 왔던 행정독재를 종식하는 것이다.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수호하고 그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진일보한 민주적 마당을 국회를 통해 실현시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가지는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16년 5월 2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