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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없는 팔레스타인인들 어디로 가나?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5:10
조회
324

:고귀하지만, 애처로운 꿈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이스라엘군의 실탄/팔레스타인인의 부엌 칼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2015년 10월 1일부터 2016년 2월 21일까지 서안, 예루살렘, 가자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81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으로 21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사망하였다. 1)


팔레스타인인들 전체 사망자 181명 중 155명은 서안 소재 이스라엘 정착촌 근처, 이스라엘 검문소, 분리장벽 근처, 이슬람 성지 동예루살렘에서 대부분 이스라엘군의 실탄 공격으로 사망하였다. 26명은 고립된 가자지역에서 역시 이스라엘의 실탄 공격과 공습으로 사망하였다.


이스라엘인 전체 사망자 21명 중 18명은 모두 서안 소재 이스라엘 정착촌 근처와 동예루살렘에서 사망하였다. 1명은 서예루살렘에서, 2명은 텔아비브에서 각각 팔레스타인인의 칼에 찔려 사망하였다.


이 사건들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역인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 지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서안 소재 이스라엘 정착촌 근처, 이스라엘 검문소, 분리장벽, 점령당한 이슬람성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 팔레스타인 여론: PLO와 PA 불신


1993년 이후,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PA(팔레스타인 임시 자치정부, PLO의 일부) 소속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들은 ‘최종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결과가 서안, 가자, 동예루살렘 지역에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을 할 것처럼 선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팔레스타인 여론조사 기구가 보여주는 자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내세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5년 10월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정책과 조사 연구 센터(PCPSR)가 내놓은 여론 조사 자료는 다음과 같다. 2)



▶ 팔레스타인인 80%는 팔레스타인이 ‘제1의 아랍대의’라고 믿지 않는다(사실상,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 없다).

▶ PLO와 PLO 집행위원회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불신이 증가하고 있으며, 67%는 PA가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테러리즘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한다고 믿지 않는다.

게다가 65%는 PA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의 사임을 요구한다. 51%는 PA 해체를 주장하고, 57%는 무장 봉기를 지지한다.

▶ 팔레스타인인 52%는 두 국가 해결안(이스라엘과 병존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즉 30%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창설된 도시와 마을들(현재 이스라엘 내부)로 난민 귀환권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13%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적용하는 경건하고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가르침을 존중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9%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믿는다.

▶ 팔레스타인인 48%만이 1967년 점령지인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에서 이스라엘 점령종식과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서안, 가자에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가장 필수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제 팔레스타인인 다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통한 두 국가 해결안을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1993년부터 이스라엘-PLO, PA 협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PA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 체제는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 198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 PLO의 팔레스타인 독립선언 승인


1964년 아랍연맹이 후원하여 팔레스타인 민족회의(PNC)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목표로 내세운 PLO를 창설하였다. 1974년 PLO는 유엔 옵저버 자격을 획득한 이후, 현재까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단독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2011년 9월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도 ‘팔레스타인인들의 합법적 단독대표 PLO를 대표하여 연설한다.’고 밝혔다). 3)


1988년 11월 15일 PLO는 알제에서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성지 예루살렘을 수도로 팔레스타인 국가(The State of Palestine) 창설’을 명시하는 팔레스타인 독립선언을 채택했다.


이 PLO의 독립선언을 승인하는 유엔총회 결의(A/RES/43/177)가 4) 1988년 12월 15일 채택되었다. 이 유엔총회 결의는 ‘1967년 이후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주권을 확인하면서, 유엔사무총장에게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였다. 이 결의에 대하여 104개 국가가 찬성하였고, 44개 국가가 기권하였으며, 오직 미국과 이스라엘만 반대 투표하였다. 1989년 2월까지 93개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였다. 1989년 4월 PLO 중앙위원회는 야세르 아라파트를 팔레스타인 국가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이 때 PLO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탄생할 것처럼 보였다.
◯ 1990s 이스라엘-PLO, PA 협상: PLO의 팔레스타인 독립선언 무효화


그러나 유엔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1993년 9월부터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PLO 직접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 협상 결과 PLO 집행부 일부가 PA를 창설하였다. 이후 PA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진행되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논의를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이로써 PLO는 198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A/RES/43/177), 즉 ‘팔레스타인 독립선언 유엔 승인’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스스로 무효화시켰다. 1993년 이후 20년 이상 계속된 이스라엘-PLO, PA 협상안 어디에도 팔레스타인 국가(State of Palestine)는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PLO, PA 협상대표들이 협상과정에서 ‘최종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큰소리친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현재 팔레스타인인들 대부분은 이스라엘-PLO, PA 직접 협상의 속임수를 완전히 파악하였다. 절망한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부엌칼을 들고, 핵무장한 이스라엘 점령으로부터의 해방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고귀하지만 애처로운 꿈을 꾸고 있다.


1) IMEMC, List of 181 Palestinians & 21 Israelis Killed Since October 1st, http://www.imemc.org/article/75027
2) the 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 Palestinian Public Opinion Poll No (57), 6 October 2015,http://www.pcpsr.org/sites/default/files/p57e%20Full%20text%20%20English%20desgine.pdf
3) HAARETZ, Full Transcript of Abbas Speech at UN General Assembly, Sep 23, 2011
http://www.haaretz.com/israel-news/full-transcript-of-abbas-speech-at-un-general-assembly-1.386385
4) UN General Assembly, Question of Palestine, A/RES/43/177, 82nd plenary meeting, 15 December 1988, http://www.un.org/documents/ga/res/43/a43r177.htm


이 글은 2016년 2월 2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