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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동 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4:44
조회
451

: ‘알 하람 알 샤리프, 알 아크사 모스크 현상유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도전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알 하람 알 샤리프, 알 아크사 모스크 ‘현상유지’란?


동 예루살렘에 위치한 알 하람 알 샤리프, 알 아크사 모스크는 메카, 메디나에 이어 이슬람교의 3번째 성지이며, 무슬림들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기 이전에 최초로 기도하던 방향이었다. 624년까지 예언자 무함마드와 무슬림들은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했다. 그래서 알 아크사 모스크의 다른 이름은 끼블라(예배 방향) 모스크다.


2015년 4월 20일, 유네스코(UNESCO)는 ‘알 아크사 모스크란 알 무가라비 게이트를 포함한 알 아크사 모스크를 둘러싼 신성한 복합단지 전체’라고 정의하고, 이스라엘에게 ‘현상유지를 해치는 알 하람 알 샤리프,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모든 발굴 작업과 파괴 행위를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일상적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은 알 아크사 모스크의 모든 출입구를 통제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도할 권리를 박탈해왔다. 게다가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군인들은 도발적으로 알 아크사 모스크에 들어와서 자유롭게 휘젓고 다니면서, 총격을 가하는 등 파괴적인 행위를 했다.


이러한 행위에 반대하면서, 2014년 11월 이스라엘 세파르디 랍비 수장인 이츠하크 요셉(재임 2013-현재)은 “유대인들의 템플 마운트(유대인들이 알 아크사 모스크 복합단지를 지칭하는 용어) 방문은 유대교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이스라엘 아쉬케나지 랍비 수장 데이비드 라우(재임 2013-현재)도 유대인들의 템플 마운트 방문을 금지하였다. 1921년 영국 위임통치하의 초대 아쉬케나지 랍비 수장이었던 아브라함 이츠하크 쿡이 유대인들의 템플 마운트 방문을 금지한 이후, 대부분의 이스라엘 유대교 랍비 수장들은 유대인들의 템플 마운트 방문을 금지하였다.


□ 영국 위임통치 정부의 알 하람 알 샤리프와 서쪽 벽 소유권 정의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하에서 알 하람 알 샤리프와 서쪽 벽에 대한 무슬림들과 유대인들의 분쟁이 시작되었다. 무슬림들은 이 벽이 ‘알 아크사 모스크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유대인들은 이 벽이 ‘과거 유대교 성전의 흔적을 보존’한다고 주장한다.


1922년 영국 위임통치 정부는 현상유지 협정(a Status Quo Agreement)을 공포하고, 유대인들이 서쪽 벽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주장하거나 이 벽과 그 주변을 강화하거나 가로막기 위하여 어떤 것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1928년 11월 영국정부 백서는 이 벽에 대한 무슬림들의 권리와 소유권을 다음과 같이 확증하였다. “이 벽은 알 하람 알 샤리프의 일부다. 이 벽은 무슬림들의 성지이며, 법률적으로 무슬림 공동체의 완전한 재산이다. 와끄프 관리자가 보전한 문서들이 보여주듯이. 그 앞에 있는 포장된 길쭉한 지역은 와끄프 재산이다.”


1930년 12월 서쪽 벽에 관한 영국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서쪽 벽은 알 하람 알 샤리프의 일부로 알 하람 알 샤리프 서쪽을 둘러싸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조사 발표와는 달리, 영국 당국자들은 유대인들이 기도하는 동안에 서쪽 벽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을 제한했고, 예배 장치들을 설치하고, 사실상 이 벽을 ‘유대구역’으로 전환시키도록 허용하였다. 이러한 영국위임통치 정부의 이중적인 정책은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에게 예루살렘 성지, 알 하람 알 샤리프를 위협하는 유대인들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시켰다.


20120829web02.jpg예루살렘 구도시 전경. 오른쪽이 바위돔 모스크(황금돔)이고 반대편 왼쪽의 검은돔이 알 아크사 모스크이다. 알 아크사 모스크는 예루살렘 구도시 중심에 있는 하람 알 샤리프의 매우 상징적인 장소이다
사진 출처 - 필자


□ ‘현상 유지와 유엔 결의 위반’하는 이스라엘의 정책


1967년 6월 7일 이스라엘은 요르단을 축출하고 알 하람, 알 샤리프를 포함한 동 예루살렘을 점령하였다. 1967년 6월 27일, 이스라엘은 법과 행정 조례를 변경하여 동 예루살렘을 서 예루살렘과 통합함으로써 이스라엘 영토로 전환시켰다.


1980년 7월 30일 이스라엘 의회는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포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1984년 이스라엘은 일방적으로 서쪽 벽을 ‘이스라엘 국가 재산’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이미 1967년 11월 22일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는 이스라엘에게 1967년 전쟁에서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1980년 6월 30일 유엔 안보리 결의 476호, 1980년 8월 20일 478호는 이스라엘의 점령 종결을 요구하고, 동시에 예루살렘 지위 변경 무효를 재차 선언하면서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기본법 무효’를 선언하였다.


이와 같이 유엔은 이스라엘의 동 예루살렘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예루살렘 성지의 특성과 지위를 변경시켜온 모든 조치와 행위들을 무효’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2015년 10월 16일 이스라엘 유엔주재 대표 다니 다논은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유엔 차원의 논의를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은 현상유지를 해치는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어떤 국제적인 개입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21일 유네스코는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무슬림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스라엘 조치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10월 20일 알제리, 이집트, 쿠웨이트, 모로코, 튀니지, 아랍에미리트가 제출한 이 결의안 초안은 이스라엘이 무슬림들에게 부과한 하람 알 샤리프(예루살렘 구 도시), 알 아크사 모스크 출입제한 조치를 비난하면서, 서쪽 벽을 ‘알 아크사 모스크의 일부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이 결의안을 채택하기 직전에, 매우 논쟁적인 주제인 서쪽 벽을 ‘알 아크사 모스크의 일부라고 규정’한 조항을 빼버렸다.


□ 팔레스타인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최근 더욱 강화된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출입제한 조치, 이스라엘 군인과 정착민들이 빈번하게 저지르는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의 폭력적인 행위, 게다가 이스라엘이 알 아크사 모스크를 분할계획하려 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격화시킴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폭력사태를 촉발시켰다.


올해 들어 팔레스타인 사회에 널리 퍼진 소문은 “1994년에 발생한 헤브론 아브라함 모스크 분할 전례를 따라, 이스라엘인들이 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도 분할하여 유대구역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94년 헤브론 아브라함 모스크가 분할된 것처럼, 예루살렘 알 하람 알 샤리프, 알 아크사 모스크가 분할될까봐 매우 두려워한다.


1994년 2월 25일 미국 태생의 이스라엘 정착민 골드스타인이 헤브론 아브라함 모스크에서 예배 중이던 무슬림들을 공격하여 29명을 살해하였다. 이후, 이스라엘은 아브라함 모스크를 이슬람 모스크와 유대 시나고그로 분할하였다.


대부분의 미디어들은 아브라함 모스크 테러 사건을 골드스타인 개인의 행위로 보도하였으나, 팔레스타인인들 대부분은 아브라함 모스크를 분할하기 위하여 이스라엘 정부가 기획한 것으로 믿는다. 현재 이스라엘 군인들이 헤브론 아브라함 모스크와 그 주변을 완전히 통제함으로써, 이 지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의 생활할 수 없는 구역으로 변화되었다.


2015년 10월 1일부터 10월 23일까지 57명의 비무장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들과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사망하고, 8명의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으로 사망하였다. 베들레헴 대학 강사인 루바바 사브리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무서워서 혼자 다닐 수 없고, 남학생들은 거리에서 체포될까 두려워 학교에 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10월 23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정부는 ‘알 아크사 모스크 복합단지 현상유지’ 정책을 견지한다. 이스라엘이 현재상태를 변경시키려고 한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주장은 실수이거나 고의적인 속임수다”고 주장했다.


2015넌 10월 24일 미 국무장관 존 케리는 요르단 암만에서 왕 압둘라와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를 만난 이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이스라엘이 알 아크사 모스크 전역을 24시간 감시하는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다. 카메라 설치는 정말로 동 예루살렘 성지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알 하람 알 샤리프/템플 마운트에 대한 네타냐후의 변함없는 현상유지 정책을 재확인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국제사회와 네타냐후-존 케리가 사용하는 ‘현상유지’의 의미는 명백히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국제사회가 의미하는 현상유지는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점령정책의 중단’이며, 네타냐후-존 케리가 의미하는 현상유지는 ‘불법적인 이스라엘 점령정책 강화’다.


이 글은 2015년 10월 28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