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꼰대가 되지 말자 (박현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4:26
조회
240

박현도/ 종교학자


간혹 민주화 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 정의, 자유, 인권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부조리, 모순, 불의를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절대선의 영역을 넘나드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요즘 대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빠트리지 않고 하는 말씀도 꼭 있다. “요즘 애들은 정의감이 없어!” 참, 지지리도 못났다. 현실감 없는 꼰대 그대로다.


꼰대들의 면모를 보자. 민주화 운동 경력을 앞세우면서도 우리 편이 저지르는 불의나 부정에는 관대하다. 편 가르기에 충실한 모습이다. 소위 진보세력이 진영논리에 매몰된 순간, 진보는 사라지고 편싸움만 남는다. 이론과 사상만 쫓아 현실은 도외시하고 실현 불가능한 이상만 현실에 투사하여 사회를 읽는 뜬구름 잡기 세상 인식이 판친다.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북한 인권은 의제에 없다. 꼰대들의 세상 보는 눈 때문이다. 인권은 정치적이란다. 그래서 인권을 이야기하는 순간 정치논리에 빠진단다. 북한은 특수한 집단이기에 일반적인 인권이라는 틀에서 접근하면 안 된단다. 혹자는 우리나라 인권도 열악한데 북쪽 인권까지 다룰 정신이 없다고도 한다. 집안부터 고치잔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북한을 특수한 관계에 있는 우리 형제요, 민족이지 외국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보면 북한 인권 문제도 집안 문제일 텐데...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꼰대들이 말하는 정의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있다. 또 꼰대들이 젊은이들보고 정의감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성내지도 않고 사회를 바꿀 힘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힘들다. 꼰대들 마냥 어영부영 대학 나와도 쉽게 직장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다. 꼰대들은 이들의 마음이 정의감에 불타오를 수 있도록 전의를 북돋아준 적도 없이 욕만 했다.


2015051201033011000001_b.jpg그림 출처 - 문화일보


그러고 보면, 진보라는 진영에는 꼰대가 너무 많다. 걸핏하면 다른 사람 비판만 하지 자신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성역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절대 비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숭앙한다. 상대 진영 정치인은 동물로 비하하면서 말이다. 진보연하는 꼰대는 많아도 진정한 진보의 사표가 없는 꼴이다. 숭앙할 것은 내 진영의 정치인이 아니라 올바른 진보적 가치다.


얼마 전 모 진보정당원이 쓴 통렬한 비판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저자는 진보운동가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당신들을 보면 종전된 줄 모르고 저 태평양 외딴 섬에 고립돼서 밤마다 여전히 ‘천황폐하 반자이’를 외치는 일본군 같아요. 사람들의 삶이 LTE급으로 변하기 시작한 게 언젠데 아직도 모르스 부호야. 짱개집 간판 내걸었으면 하다못해 짜파게티라도 끓여 내와야지. 언제적 군둥내 나는 청국장이에요.”


이 시대 자유, 정의, 진보, 인권을 외치는 이들이 모두 귀 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남 욕하기 전에 나를 한번 돌아보자. 진영에 갇힌 꼰대가 너무 많아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꼰대가 많은 것은 정말이지 국가적 불행이다.


이 글은 2015년 7월 1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