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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토론] 범죄 피의자 얼굴사진 공개(매일경제, 2019.09.2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9-26 09:46
조회
41
범죄자 신상공개 방식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흉악범죄 피의자의 얼굴·이름 등을 공개하는 신상공개제도가 있지만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는 문제 등이 발생하자 경찰은 피의자 얼굴을 촬영해 공개하는 머그샷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놓고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가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과 무죄 추정 원칙을 지켜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찬성 /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선진국은 이미 제도 시행중…잠재적 범죄예방 효과 분명

전남편 살해범 고유정이 머리카락을 앞으로 내리고 고개를 숙이는 꼼수로 신상공개 결정을 무력화시키자 경찰은 머그샷 공개를 검토했다.
머그샷 공개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신상공개 논란이 머리를 들고 있다. 신상공개 반대 주장 측 논거는 이렇다. 신상공개는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며, 사회와 장기간 격리돼 있을 흉악범에게는 신상공개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신상공개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단지 응보적 차원에서의 신상공개는 대중의 일시적 복수심이나 호기심을 충족해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1년 신상공개 이후 신상이 공개된 흉악범은 21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되고 있다는 결과다. 오히려 복구 불가능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권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확정판결 전 피의자 신상공개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신상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괌에 관광을 간 한국 판사 부부가 아이를 뜨거운 햇볕에서 차 안에 방치한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이 공개된 예도 있다. 난폭운전을 하고 도로상에서 폭력을 사용했던 남성 얼굴을 즉각 공개하고 수배한 최근 일본 사례도 있다. 범행 직후 피의자 검거를 위한 긴급수배제도나 인터넷을 통한 인터폴 적색수배도 현실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수배제도는 모두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기 전 단계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범죄 예방은 특별예방과 일반예방으로 구분된다. 신상공개를 하게 될 흉악범은 장기간 사회와 격리될 것이므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특별예방만을 고려한 주장이다. 일반예방 측면에서 신상공개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예방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수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관할 경찰서에서 지방경찰청으로 격상된 것, 고유정의 편법으로 인해 머그샷을 통한 신상공개 대안 고려 등은 피의자 신상공개제도가 점차적으로 보완돼 가는 과정이다. 정당한 신상공개 결정이 농락당하고 범인과 이름이 같은 36세 긴 머리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머그샷 정책이 불필요한 신상공개 논란을 잠재우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반대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여론따라 신상공개 달라져…경찰의 자의적 판단도 우려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셈이었다. 경찰은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면 그만이었다. 얼굴 공개가 아니라 정수리 공개라는 비난도 있었다. 고유정이 애써 얼굴을 감춘 까닭은 간단하다. 얼굴을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신상공개가 흉악범에게 심리적 타격 등 상당한 불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흉악범에게 일종의 응징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흉악범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다는 대중적 욕구도 단순한 호기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형벌 종류에는 신상공개가 없지만, 사실 거명하고 창피 주기(Naming & Shaming)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가장 활발하게 쓰는 무기다.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창피를 줘서 죗값의 일부라도 치르게 하자는 취지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상공개제도를 지금처럼 운용하는 것은 문제다. 너무 엉성하다. 엄정한 기준은 찾아볼 수 없고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해에는 한 건도 없던 신상공개를 올해는 벌써 네 번째 진행하고 있다. 흉악범이 급증했다든지 하는 객관적 변화가 전혀 없는데도 이렇다. 하긴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외부 전문가의 심의를 받는다지만, 경찰의 의도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당장 들끓는 여론이 신상공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특정한 범죄는 반드시 신상공개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중의 관심이 높아도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중형을 선고받는 것처럼, 합리적인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신상공개제도는 꽤 오래됐다. 공개수배가 그렇다. 조선시대 방문(榜文)처럼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 제도를 두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지만, 당장 범인 검거가 급하니 범죄자 인권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무릇 제도는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합리적 까닭이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제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는 시민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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