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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비전향 장기수…잊혀진 망향가 (KBS, 2019.08.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8-12 10:23
조회
689

[앵커]


비전향 장기수. 이제 많은 분들이 의미를 아실 텐데요.


사상 전향을 거부한 채 수십 년간 복역한 인민군 포로나 장기 간첩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길게는 40년 넘게 수감생활을 한 사람도 있는데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6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한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북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비전향 장기수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현재 16명이 생존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평균 나이도 이제 구순에 접어들었다는데요.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남북 분단에 이어 전면전까지.


한반도에서 ‘이념’은 민족사의 비극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전향을 거부한 이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권오헌/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잔혹한 고문 속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양심을 지켜낸 분들입니다."]


수십 년 수감 생활을 마쳤고,


[양희철/85살/비전향 장기수·37년 복역 : "(1963년에) 체포돼서 1999년까지 살았습니다. 햇수로는 37년을 살았어요."]


가족이 그리운 데다,


[강담/87살/비전향 장기수·24년 복역 : "(아내에게) 3일 후에 만나자, 그러고 (남한으로) 왔는데 50년이 넘었거든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김영식/87살/비전향 장기수·27년 복역 : "죽기 전에 한 번 고향 가서 딱 가족을 보고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뿐이에요."]


바로, 비전향 장기수로 불리는 이들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만남의 집’.


비전향 장기수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생활 터전입니다.


[권오헌/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1차 송환에서 기회를 놓쳤던 분들이나 이른바 사상 전향자이기 때문에 1차 송환에서 누락됐던 분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왜,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출소하게 됩니다.


당시, 전쟁 포로로 잡혔던 이인모 씨가 북에 있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데요.


이 편지가 한 월간지에 실리면서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후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이인모 씨의 송환을 정식으로 요구했고 1년 뒤, 비전향 장기수의 첫 송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 "대한민국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 또는 북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들을 아무런 장애 없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내줬다는 건 김영삼 정권 이래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인권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어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인도주의에 관한 문제 해결에도 합의를 하게 되는데요.


그해 9월, 제1차 공식 송환을 통해 63명이 북으로 돌아갔습니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여론에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었는데요.


92년부터 약 12년간 비전향 장기수들의 송환 과정을 카메라로 담았던 다큐멘터리 감독도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김동원/영화 ‘송환’ 감독 : "송환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여기저기서 많이 벌였는데 서명 가판대마다 사람들이 줄 서서 서명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송환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비전향 장기수들도 있습니다.


올해 여든일곱 살인 김영식 씨.


1962년 남파공작원으로 체포돼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제1차 송환 대상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수감 당시 썼던 전향서가 문제가 된 건데요.


[김영식/87살/비전향 장기수·27년 복역 : "그때 그 사람들이 고문하면서 무슨 말을 하냐 하면 “교무과장 만날래, 안 만날래?” 이거야. 계속 고문을 받다 숨도 못 쉬고 숨이 급하니까 “교무과장 만난다.” 그러면 이걸 사상 전향이라 그래. 말도 안 돼."]


이후 국가가 김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금 비전향 장기수로서의 송환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권오헌/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2005년에 강제 전향을 위법과 위법 행위로 규정했어요. 그래서 비전향 장기수의 강제 전향은 전향이 아니라는 것을 국가에서 인정했습니다."]


또 다른 비전향 장기수 양희철 씨.


송환을 원했지만,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1차 송환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금, 여생은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양희철/비전향 장기수·37년 복역 : "(가족에게) 지금까지의 삶, 그 자체에서 우리 가족은 상당히 단단하고 화목했다. 그러나 나 자신은 내가 그리는 이념의 고향, 단 하루를 살아도 좀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즉 내 이념의 고향으로 가고 싶다, 얘기했어요."]


2000년, 비전향 장기수의 제2차 송환신청이 이루어졌습니다.


총 3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명단에 올랐는데요.


19년이 지난 지금, 단 16명만이 송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여든일곱 살의 박종린 씨는 스물일곱에, 한국으로 왔습니다.


[박종린/87살/비전향 장기수·34년 복역 : "(북한에) 모친과 그리고 집사람, 백일 되지 않은 딸을 남겨두고 왔어요."]


남파공작원으로 체포되어 보낸 34년의 수감 생활.


병보석판정으로 출소한 박 씨는, 현재 대장암 말기에 해당하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데요.


한국에서 보낸 60년의 세월, 이제 박 씨에게 남은 건 사상도, 정치적 신념도 아닌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박종린/87살/비전향 장기수·34년 복역 : "흔히 사상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살다 보니까 죽음이 앞에 놓여 있으니 한때, 한 시기에 불과한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진정성이 없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죽는 그 순간 거기 가서 눈 감고 죽겠다는 이런 걸 끝까지 고집하는 거죠."]


분단과 전쟁,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체제를 넘나들며 살아야 했던 비전향 장기수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 "그분들은 이미 형을 다 살았잖아요. 그리고 남북체제대결 과정에서 파생된 희생양 같은 존재들이거든요. 인생의 말미에서 이제는 고향 가서 살고 싶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건 일반적 의미의 이산가족이든 국군포로든 전향, 비전향 장기수든 간에 국가가 그분들의 요청에 귀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나이 90세.


16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유는 이념의 문제도, 체제의 차이 때문도 아닌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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