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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군경회 수익사업 절반이 불법” (한겨레21, 2019.05.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5-20 14:05
조회
69

보훈처 재발방지위 내부 문건 입수
46개 사업 중 24개가 불법 명의대여 사업 추정




 4월24일 상이군경회 정기총회에 피우진 보훈처장(왼쪽)이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따르는 인사는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이다.  사진출처 - 류우종 기자





대한민국상이군경회(이하 상이군경회)의 사업 매출은 1800억원이다(2017년 기준). 설립 목적 중 하나가 회원의 ‘자활’이니 매출 규모만으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한국전쟁 등 역사의 변곡점에서 자신을 희생한 국민을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안에 불법이 섞이고, 이를 국가(보훈처)가 알고도 묵인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5월16일 <한겨레21>은 보훈처 산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이하 재발방지위)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오래 묵은 불법 의혹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게 확인된다.

재발방지위는 상이군경회의 전체 수익사업 46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개를 불법 명의대여 사업으로 추정했다. 국가유공자단체설립법(이하 유공자단체법) 제17조는 “단체가 직접 생산하는 물품을 구매하거나 해당 단체에 직접 물건을 매각 또는 임대하거나 해당 단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상이군경회는 법률에서 보장하는 수의계약이라는 특혜를 이용해 일감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일감을 수행할 업체와 계약한 뒤 명의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불법 앞에 당당한 상이군경회

상이군경회라는 이름의 대가를 받는 불법의 형태는 다양하게 확인된다. 겉만 보면 서류상 정상적인 상이군경회의 수익사업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실제로는 명의대여 사업인 경우가 있다. 또 명의를 넘겨받은 업체가 그 명의를 다시 다른 업체에 넘기는 복잡한 구조도 있다. 업종도 여러 가지다. 단순 제조업, (폐전선 등) 불용품 불하, 청소 등의 용역처럼 비교적 전문 기술을 요하지 않는 사업도 있지만, 미디어(사기 혐의로 재판 진행 중), 지능형 교통시스템, 전산 등 도저히 상이군경회에서 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있다.

상이군경회는 지금껏 불법 의혹 제기 앞에 당당했다. 심지어 2016년에는 상이군경회가 소송하는 과정에서 21개 업체가 명의대여 사업을 벌인다는 자료를 스스로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손실을 본 수익사업 하청업체가 상이군경회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다. 승소를 위해 불법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법 앞에서조차 당당한 상이군경회의 태도는 보훈처를 넘어 청와대로도 향했다. 3월 상이군경회를 포함한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네 개 보훈단체는 20만 명의 서명을 받아 피우진 보훈처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냈다. 피 처장이 추진한 개혁작업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짙다는 게 보훈처 안팎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피 처장은 4월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상이군경회 정기총회에서 “보훈처는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높이고 예우하는 정부 부처로서 (불법 수익사업 등 의혹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수익사업 개혁을 천명했다. 불법에 원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피 처장의 사업 승인 취소는 유공자단체법에 따른 것이어서 절차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안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위력 과시에는 어떤 내막이 있을까. 재발방지위 위원으로 참여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한겨레21>에 “수사로도 드러났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보훈처는 보훈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관심을 뒀다”며 “보훈단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소모품처럼 쓰고 또 이권을 챙겨줘야 했으니 단체 입장에서 명의대여 사업을 (정부로부터 받는) 여러 대가 중 하나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위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유공자 단체를 집회에 동원하고 나서 주는 이권 사업이 사실 상이군경회가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명의대여 사업을 하지 않고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도록 국가가 길을 터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과거 국가와 보훈단체가 맺어온 묵시적 거래가 관행이 되고, 보훈단체 처지에서는 이제 포기할 수 없는 기득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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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보훈단체의 ‘검은 거래’

피 처장의 강한 의지에도 불법의 뿌리를 캐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재발방지위 진상조사 과정에서 상이군경회 내부의 비협조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푸념도 나왔다. 이대로라면 보훈처가 상이군경회의 명백하게 드러난 불법조차 바로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상이군경회의 불법이 드러날수록 현 보훈처의 주요 관계자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유공자단체법은 수익사업의 경우 보훈처 산하 복지사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보훈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관리·감독 책임이 보훈처에 있다는 말이다.

수익사업의 불법성이 드러난 초기, 보훈처는 개혁 동력을 외부에서 찾기도 했다. 2017년 6월 검찰에 상이군경회의 전기자재 사업, 의료 사업 등을 불법 명의대여와 함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보훈처 안에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내부 감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최소한 기소는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발방지위 문건을 보면, 당시 검찰은 증거 자료 부족으로 배임·횡령에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도 명의대여 사업과 관련해서는 보훈처에서 유공자단체법에 따른 수익사업 승인을 취소하면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명의대여는 그 자체도 불법이지만 다른 불법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재발방지위는 “실사업자와 상이군경회를 이어주는 브로커 개입 사건과 이를 이용한 사기 사건의 원인이 된다”며 인천 폐기물사업소 배임 수·중재 사건, 인천지국장 사칭 사기 사건 등을 예로 든다(제1260호 표지이야기). 결국 이렇게 촉발된 소송은 고스란히 상이군경회가 감당해왔다. 이와 관련해 재발방지위는 “사기죄, 배임·횡령죄 등으로 2015년 이후 수십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상이군경회는 이와 관련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소송비로 26억7천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번엔 뿌리 뽑아야

명의대여 사업은 유공자단체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재발방지위는 이와 관련해 “명의대여 사업은 일자리 제공 효과도 없고, 수의계약 관련 브로커가 개입된 음성적 돈거래를 부추겨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경제 질서를 교란할 위험이 있어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생계가 곤란한 회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불법 명의대여 사업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수익사업의 불법성은 엄연한 데 갈 길은 멀다. 보훈처 관계자는 “명의대여 사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 건을 취소했고 올해 4월에도 한 건을 취소 처분한 상태”라며 “나머지도 수익사업 실태 조사를 통해 명의대여 사업으로 확인되면 앞선 방식대로 행정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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