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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KT 통신대란과 배부른 집안 싸움 (경향신문,2018.11.3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11-30 09:46
조회
585

“세월호 사건을 우려먹은 이번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나.” 국회의원 최연혜의 말이다. KT 통신대란을 꼬집은 말이다. “국가기간시설은 전시나 테러의 1순위 대상이고, 특히 북한의 1순위 타격 대상” 같은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세월호에다 북한 테러까지 들먹이면 그 말을 경청하긴 쉽지 않다. 꼭 언어의 품격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갑자기 교양인이 되어 한 놈만 팬다는 천박한 이야기를 멀리하고, ‘야지·겐세이·뿜빠이’ 같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비판할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각종 범죄를 주도하거나 방조한 잘못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의정활동도 신뢰할 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 여전히 사립유치원을 감싸고, 예산심사에선 ‘비정’하기만 했다.


최연혜만 해도 그렇다. 지금은 우파 정당에 몸담고 있지만, 시작은 달랐다. 자유한국당의 어법을 빌리면 좌파의 돈으로 독일 유학을 다녀왔다. 유학비용을 낸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은 지난해 이맘때 한국의 촛불시민에게 인권상을 줬던 기관이다. 유학생 처지에서야 비용을 댄다면야 좌우를 가릴 형편이 아니지만, 그 다음 행보도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철도대학 교수로 지내던 최연혜를 전격 발탁한 것은 노무현 정권이었다. 대통령 인수위와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에도 참여했고, 철도공사 부사장에다 철도대학 총장까지 맡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한 최연혜는 3위로 낙마했지만, 보란듯이 철도공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자신을 믿어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충성은 대단했다. 철도파업이 일어나자 4356명의 노동자를 한꺼번에 직위해제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전부였다. 철도공사 사장으로 일하면서 KT처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통한 인건비 줄이기에만 골몰했다. 정규직 숫자를 줄이는 만큼 철도 사고는 잦아졌다. 노조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정권의 신임은 두터워졌고, 2016년 총선에선 비례대표 자리가 주어졌다.


이런 사람의 비판이 집권세력에게 뼈를 깎는 각성의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그냥 흘려버리기 딱 좋은 조건이다. 세월호에 빗댄 대목에선 마음이 상하고, 기회만 되면 반복하는 안보장사엔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문제다. 야당은 따끔한 야단도 치면서 집권세력이 긴장을 풀지 않도록 비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야당은 비판자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 너무 낡았고 기본적인 애민의식, 애국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너나 잘하란 비판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의 요직 진출은 성황이나, 막상 시민사회는 6월 항쟁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시민사회를 과잉 대표했던 자들이 근사한 자리를 꿰차는 동안, 정작 그들의 기반은 허물어져가고 있다. 심지어 집권세력에게 섣부른 비판은 삼가라는 충고나 받는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 연일 집권세력의 공격을 받는 민주노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집권세력은 오늘도 편안하다. 20년을 넘어 더 오랜 세월도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윤창호의 죽음이 불과 얼마 전인데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고, 경호실의 30대 사무관은 술에 취해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행패를 부린다. 곳곳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행태는 적폐세력을 꼭 닮았다. 이번엔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까지 챙겼다. 일이야 어차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법이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는 법이다.


통신대란으로 서울은 엉망이 되었다. 국가기능이 마비되면서 진짜배기 고통은 약자, 소수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텔레비전까지 모두 먹통이 된 상황은 예리한 칼처럼 약자를 파고들었다. 고통은 새로운 고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T의 고객응대업무는 진작 자회사로 분리되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잘못을 대신 감내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집권세력은 평온하기만 했다. 서울시장 박원순은 고향 일정을 다 마치고 사건 발생 12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을 한 번 둘러봤다. 대책회의는 다시 12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리곤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중국 총리도 만나고 여러 도시 책임자들과 교류도 해야겠지만 그건 대구, 충남 등 6명의 시·도지사에게 맡겨도 좋을 일이었다. 서울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잠재적 대권주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시민의 곁을 지키는 시장이라는 기본조차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건전한 비판세력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의회만 하더라도 전체 110명 중 민주당이 102명이다. 야당의 목소리는 애써 귀 기울여도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인가. 민주당은 벌써부터 대선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친문과 비문을 갈라치는 건 예사고, 대선 예비주자들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집권여당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적폐청산, 개혁입법 통과가 아니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되었다. 당장의 권력은 물론 미래 권력까지 어떻게 해보겠다는 속셈들이다. 신경쓸 만한 비판세력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배부른 집안싸움을 맘껏 벌이는 거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오로지 대통령의 선의와 집권세력의 호시우보에만 기대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여태까지의 정권들이 숱하게 보여주었다. 역대 정권들도 대개 비슷한 경로로 망했다. 철옹성 같은 지지율도 단박에 무너지고,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야유를 보내는 일은 현실정치에선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긴장이 풀어진 정권이 무너지는 건 일도 아니다. 여태껏 누린 지지율, 그 호시절은 어쩌면 적폐세력 때문에 얻은 반사이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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