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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에 더 가혹한 벌금형…‘불평등 노역’ 강요 (한겨례, 2018.04.2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5-11 11:44
조회
65

가난한 이에 더 가혹한 벌금형…‘불평등 노역’ 강요


벌금 못내 노역 선택 한해 4만명
양극화 등 탓에 점점 증가 추세
벌금 많을수록 일당도 ‘황제노역’
재산 연계 ‘일수벌금제’ 도입 목소리
“사회봉사 등 다양한 ‘환형’ 늘려야”



 누군가에겐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는 150만원 때문에 김아무개(55)씨는 노역장에 가야 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몸으로 때우도록 하는’ 환형유치제에 따른 법 집행이다. 환형은 ‘벌금’에서 ‘노역’으로 형벌의 종류를 바꾼다는 뜻이다.


환형유치로 노역장 입감 처분을 받으면 일반 수형자와 같이 노역장에서 일하게 된다. 전국 교정시설 50여곳에는 노역장 350여곳이 있고, 봉제·목공 등 다양한 작업이 이뤄진다. 김씨처럼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한해 4만여명에 이른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3년 3만5700여건, 2014년 3만7600여건, 2015년 4만2600여건, 2016년 4만2600여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김씨처럼 벌금을 낼 수 없는 처지의 가난한 이들도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환형유치가 종종 논란을 빚는 이유는 기계적 법 집행이 사회적 형평을 해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2014년 ‘황제 노역’ 논란을 빚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벌금을 내지 않고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했다. 노역장 유치는 최장 3년을 넘길 수 없어 벌금이 많을수록 ‘일당’도 높아진다. 1심에서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벌금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에 유치되는데, 3년의 일당을 계산하면 1600여만원이 된다.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나흘 만에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김씨와 크게 대비된다.


누가 봐도 불공평해 보이는 환형유치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총액벌금제’ 때문이다. 한국은 특정 범죄에 대한 벌금을 총액으로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하면 도로교통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수백억대 갑부가 무면허 운전을 하면 ‘껌값’의 벌금이지만, 김씨와 같은 이들은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실상의 징역형’이 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범죄자의 재산이나 소득과 연계해 벌금액을 정하는 ‘일수벌금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판사가 벌금을 ‘얼마’가 아닌 ‘날수’로 정하고, 이 날수에 ‘하루 치 일당에 해당하는 벌금액’을 곱하는 것이다. 재산·소득 정도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등이 생겨, 벌을 받는 개인에게는 평등한 벌금제도이다. 속도위반으로 억대의 벌금을 내는 사례가 가끔 소개되는 핀란드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다. 2002년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부회장은 오토바이 과속으로 11만6000유로(한화 약 1억5200만원)의 벌금을 낸 바 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일수벌금제는 양형의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일수벌금제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5월 당시 문 후보는 “벌금 분납제를 강화하고, 장발장은행을 확대하는 한편 소득비례 차등 벌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법무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형유치제의 대안으로 노역장 유치가 아닌 다른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형벌은 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가 벌금 미납자에 대한 처리 방식을 노역장뿐만 아니라 사회봉사 등 다양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역장 유치 위기에 놓인 가난한 범죄자에게 벌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의 김희수 대출심사위원(변호사)은 “감옥에 가기엔 경미한 범죄에 벌금형을 선고하는데, 돈이 없는 이들은 다시 감옥에 갇히는 역설이 발생한다”며 “김씨의 죽음은 현행 형벌 체제의 역설을 다시 한번 비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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