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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바라지 않는 경찰 고위직 많아 … 과감한 인적청산해야 (내일신문, 2017.07.2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6:15
조회
237
“2003년에 경찰혁신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도 외부위원으로 구성해 파격적으로 한다고 기대가 많았죠. 그런데 10여년 넘게 흐른 지금 경찰을 보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소한 시민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요. 지금도 다시 개혁하겠다면서 외부위원으로 개혁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저도 다시 개혁위에 들어왔지만 한 번 경험했던 입장에서 위원회를 통한 개혁에 대해 회의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원회는 대략적인 개혁방향을 설정하는 곳이지 세부적인 개혁을 담당하는 조직은 아니거든요. 이번에 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권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 개혁 논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는 것을 봐 왔다. 2003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뜨거운 화두였고, 핵심적인 수사권을 가져갈 경찰이 과연 자격이 되느냐는 논란이 따라왔다. 당시 경찰은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며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경찰이 껄끄럽게 여겼던 진보성향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조 국 민정수석도 당시 혁신위 멤버였다. 혁신위는 다양한 권고안을 내놨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뿐이었다. 1년 남짓 운영되던 혁신위는 경찰청장이 교체된 후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다 수사권조정위원회로 이어지면서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이후 수사권조정이 불발로 끝나면서 경찰개혁 논의도 덩달아 길을 잃었다.

“혁신위에서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나 수사경찰 역량 높이기 등의 방안이 많이 논의됐어요. 피의자 신문할 때 쓸데 없이 많은 정보를 캐묻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제가 나중에 경찰 조사 받을 때 보니까 바뀐 게 없더라고요. 경찰이 개혁권고안을 받아들였더라도 관행이랄까 이런 것이 바뀌려면 강력한 의지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됐던 거죠.”

14년이 지난 2017년에도 경찰개혁을 부르짖는 개혁위원회가 꾸려졌다. 혁신위가 자치경찰.수사제도.업무혁신 분과로 나뉘어졌다면 이번에는 자치경찰.수사개혁.인권보호로 업무협신 분과가 인권보호 분과로 바뀌고 이름만 약간 달라졌을 뿐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재탕 삼탕 사탕하는 그런 경찰개혁이 안 되려면 이번에야말로 가능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청장이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개혁과제를 실천해서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정부도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해요. 국정 주요 인사들이 경찰개혁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좀 의아해요. 경찰이라는 조직을 신뢰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아도 정권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이해가 안 돼요. 정부 차원에서 경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합니다.”

오 사무국장이 속해 있는 개혁위 인권 분과는 기존 논의가 풍부했던 자치경찰이나 수사제도와는 달리 새롭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다. 그 중에서 경찰의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시급하다고 보고 지난 19일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권고했다. 인권 분과의 첫 권고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처럼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입니다. 경찰청장이 백 농민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유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했죠. 너무 당연합니다. 그러나 철저한 진상조사가 진행된다면 말로 하는 사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제대로 된 사과가 될 것이고, 그래야만 경찰이 어제와 다른 내일로 갈 수 있습니다.”

논의해야 할 분야가 산더미지만 여성경찰 문제도 인권분과에서 주요 의제가 될 예정이다.

“여경들은 남자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같은 처지라고 다른 데서 말하기도 했는데 경찰은 기본적인 헌법가치인 성평등도 모르쇠하고 있어요. 공정한 시험을 치르게 하면 경찰대 학생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채워질 겁니다. 그런데 진입장벽을 쳐 놓은 거 아닙니까? 체력조건이 안 되느니 말하지만 그냥 여성이 싫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경찰조직 내에서 성평등을 실현할지도 반드시 논의해야 합니다.”

개혁위원회에서 내놓는 권고안이 파격적일수록 경찰 내부의 반발감은 높아질 수 있다.

“경찰들이 개혁위원회를 점령군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반발감을 안 가질 수 없겠죠. 그만큼 수뇌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상당히 진지하게 경찰 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 개혁이 실패해서 청장이 나가게 되면 혹시 자기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경찰 고위직들의 태도를 바꾸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선 과감한 인적청산이 필요합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원문보기
https://www.naeil.com/news_view/?id_art=24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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