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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여성 경찰관 혐오'로 비화 (한겨레, 2019.05.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5-20 14:02
조회
573

남녀 경찰관이 술 취한 남성을 체포하는 과남녀 경찰 2명, 주취자 체포서 미숙한 대응 논란


커뮤니티서 ‘여성 경찰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


청와대 청원까지…“평소 갖고 있던 여성혐오가 드러나”


남녀 경찰관이 술 취한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이 ‘여성 경찰관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다. ‘여경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경찰 쪽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 평소 잠재하고 있던 ‘여성 혐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됐다.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14초짜리 영상을 보면, 술 취한 남성이 남성 경찰의 빰을 때린다. 남성 경찰관은 곧 자신의 뺨을 때린 남성 ㄱ씨를 체포하려 하고, 다른 남성 ㄴ씨가 남성 경찰을 방해한다. 이 과정에서 ㄴ씨가 여성 경찰관을 밀치고 여성 경찰관은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영상이 공개되자 여성 경찰이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여경 무용론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 구로경찰서는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내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체포 영상은 편집된 것이다. 여성 경찰관은 즉시 ㄱ씨를 제압해 체포를 이어갔다”며 “추가로 도착한 경찰관과 함께 피의자들을 검거한 것으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경찰은 사건 과정 전체를 담은 2분짜리 영상도 공개했는데, 원본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성 경찰관이 ㄱ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남자분 한명 나와주세요”라며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겨서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성 경찰에 비해 여성 경찰이 신체적, 체력적으로 떨어진다며 경찰 업무에 여성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 글에는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 남성 시민’의 도움을 찾는 여경은 필요 없다”며 “‘여성 경찰’ 같은 쓸모없는 직책은 없애주거나 비중을 대폭 줄여달라”고 적혀있다. 이어 “현재 일하는 여경들의 신체 시험을 남경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시행한 뒤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합당한 징계를 하라”고 요구했다.


여경 논란에 국회의원도 가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림동 여성경찰관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확산되는 것은 이처럼 여경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여성 경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 위원은 ‘현재의 무릎 대고 팔굽혀 펴기 방식을 정자세 팔굽혀 펴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성 경찰에 대한 논란이 인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여성 경찰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경찰 지망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11월 정부는 ‘공공 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여성 경찰 비율을 10.8%에서 15%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규 채용되는 경찰관의 약 26%를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경찰공무원 지망생 카페인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여성 경찰관들이 아무것도 못 하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부산지방경찰청이 사실과 다르다며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성 경찰관 선발 확대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경찰 무용론’이 잠재돼 있던 혐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남성 경찰관에게도 그런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유독 여성 경찰에게만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혹은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하고 있다”며 “평소 잠재하고 있던 일반적 의미의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경찰 활동은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범죄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물리적인 힘만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며 “지금 한국 경찰에서 여성 비중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적고 오히려 여성 경찰 인력을 상당한 정도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역시 “여성 경찰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다. 여성이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인 상황에서 특히 그렇다”며 “그런데도 동영상 하나를 보고 ‘여성 경찰 무용론’이 나오는 건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조건이 다르고 그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남녀의 다른 신체조건을 인정하지 않고 똑같이 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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