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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똥 바르며 자해.."정신치료 못받으니 또 들어와" (한겨레, 2018.07.2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8-14 11:20
조회
722

[기자, 교도관이 되다]


구치소에서 보낸 일주일 ① '법자'가 된 환자들


자해 소동 40대 "정신병원만 열댓번"


가족도 포기하자 감방 창살 신세


방화·폭력 등 '출소→입감' 악순환


치료 없는 구치소, 알약 지급이 전부


[한겨레]


교도소는 만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 전 정권 대비 수용자가 1만명 이상 늘면서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선진국들은 수용자들이 언젠가는 사회에 다시 나올 사회 구성원이라고 보고 처벌보다는 교정·교화에 힘쓰고 있다. 이것이 사회 안정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겨레> 기자가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서울동부구치소 교도관이 되어 7일 동안 교정시설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수용자와 교도관 등 구치소 사람들의 내밀하면서도 생생한 이야기, 교정행정 실태와 대안 등을 5회에 걸쳐 싣는다.


그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진정실에 갇혀 있었다. 진정실은 난동 부리거나 자해하는 수용자를 별도 관리하는 수용거실로 징벌방보다 더 집중적인 계호(경계와 보호)가 이뤄진다. 진정실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그는 자신이 싼 똥을 온몸에 바르는 이상행동을 했다. 낮은 천장에 달려 있던 에어컨을 박살냈고, 스티로폼이 들어간 벽지를 물어뜯었다. 규정에 따라 벨트와 수갑이 연결된 금속보호대가 채워졌다. 교도관과 소지라고 불리는 사동 도우미들이 진정실 옆 화장실에 호스를 연결해 그를 씻겼다. 철창 너머의 그는 윗도리를 벗은 채 바지만 입고 있었다. 몸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다. 구린내가 끼쳐왔다. 다부진 체격에 피부가 까무잡잡한 그는 김수혁(가명·43)이다.


이틀 뒤 김씨를 7층 수용사동 내 상담실에서 면담했다. “그땐 너무 열 받았어요. 한 번씩 그럴 때는 나도 나를 몰라요.” 눈썹이 짙고 눈이 컸다. 순한 얼굴이다. 그의 양 손목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살갗이 벗겨져 생살이 드러나 있다. 금속보호대를 차고서도 난동을 부린 탓이었다.


“눈 떠보면 정신병원이고 눈 떠보니까 감옥이더라고요.” 김씨는 심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다. 짧으면 4개월, 길면 8개월씩 정신병원에 드나들었다. 가족은 그를 포기했다. “엄마가 걸핏하면 정신병원에 집어넣었어요. 열댓번도 넘어요.” 2000년대 들어서는 구치소를 드나들었다. 전과 4범이다. 공용물건 손상, 절도, 현주건조물 방화, 폭력 등이 그가 세상에서 저지른 범죄들이다. “슈퍼 불지르고 2년 살고 나갔다 8개월 만에 들어와 6개월 살고 나가서 보름 만에 또 들어오고 그렇게 산 거지 뭐.” 그는 남 일처럼 말했다. 올해 5월14일 출소했다가 2주 만에 다시 구속됐다. 마지막 전과는 재물손괴죄. 술 취해 화분을 깨고 현관문을 발로 차 찌그러뜨린 죄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구속은 면했을 것이다.


그의 집안은 3대째 정신병력이 있다고 했다.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까지 모두 정신병이에요. 정신병도 유전이 된다네. 저희 다녔던 병원 선생님이 저희 가족만 가면 ‘할 말이 없다’고 담배만 피웠어요. 그 양반도 황당했겠지.”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구치소가 아니라 병원처럼 보였다. 그를 치료해 얻는 공익보다 그를 가둬서 얻는 법익이 더 큰 것인가.


“정신병원은 외출하고 담배도 피울 수 있거든. 여긴 자유가 없잖아. 근데 정신병원은 너무 많이 때려요. 코끼리 주사라고 코끼리도 맞으면 뻗는다는 센 약을 써가지고 사람을 반쯤 죽여 놔.” 옆에 있던 이아무개 교도관이 물었다. “그럼 차라리 구치소가 나은 거네?” “정신병원은 그래도 자유가 있잖아. 자유가 어딘데.”


그의 아버지는 처자식을 남겨두고 새장가를 갔다. 경기도 평택 안중에 살던 아버지를 무작정 찾아갔다가 새엄마에게 빗자루로 두들겨 맞았다. 그의 나이 25살 때의 일이었다. 함께 면담을 진행한 이 교도관이 ‘새엄마한테 맞고만 있던 걸 보면 심성이 착했다’고 하자 그 대목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새엄마한테 맞고 저도 죽을라고 했어요. 그래서 뒤란에 있던 농약을 마셔 버렸어. 제초제 병도 있었는데 농약을 먹어서 살았어.” 그는 또 웃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그를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환대받아보지 못한 그의 생에서 그를 받아준 곳은 정신병원과 구치소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삶을 그는 살고 있었다.


그의 영치금은 460원. ‘법자’(법무부 자식의 줄임말. 돈과 가족이 없는 수용자를 일컫는 은어)다. 누런색 수의와 낡은 운동화 모두 관급품이었다. 이 교도관에게 김씨는 안경이 필요하다며 제일 좋은 거로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앞으론 다 잘될 거”라며 “연애도 하고 싶고 장가도 가고 싶다”고 했다.


박충원(가명·66)씨는 전과 8범이다. 사기, 강도·폭행, 무고·폭행, 폭행·특수협박, 재물손괴, 특수재물손괴·상해, 재물손괴·경범죄처벌법, 특수폭행죄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구치소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짧으면 3주, 길면 7개월 만에 다시 들어오곤 했다. 마지막으로 구속된 건 1월29일. 출소한 지 21일 만이었다. 지난 9년 동안 그가 사회에 있던 시기는 도합 17개월이 채 안 된다.


새엄마에게 맞고 농약 마신 조울증 40대


집서 버림받아 법무부 자식 된 ‘법자’


영치금 460원…수의·운동화 ‘나라것’


“정신병원은 그래도 자유가 있잖아” 57살까지 전과 없던 60대 전직 목수


9년전 술값 실랑이로 구속 뒤 조현병


2009년부터 8번이나 강도·상해…


“자꾸 악귀가 보여서 물리치려 부숴”


자기 똥 발로 밟는 행동 하기도 정신질환 수용자 작년 3379명


사회적 스트레스로 매년 증가세


“수용자는 제대로 치료 못 받고 교정 전념할 교도관은 더 부족해져”


그는 2009년 10월이 자기 인생을 가른 순간이었다고 했다. “내가 목수 일만 35년을 했어요. 술 먹고 답십리 한 술집을 갔는데 거기서 술값 안 낸 걸로 잡혀 들어갔던 거예요. 5만원 내고 모자란 거 외상하려다가 실랑이를 벌였거든요.” 57살 때까지 전과가 없던 그는 이 일로 6일간 구속됐다 풀려났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이때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생겼다고 했다. 그 이후 술만 먹으면 그때 생각이 나고 헛것이 보인다고 한다. 그의 범죄사실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서울풍물시장 내 피해자가 운영하는 공예품 매장 밖 노상에서 피해자가 진열해 놓은 부처님 동상을 마귀가 해치려 한다며 도자기 4개, 나팔보관함 1개 등 합계 30만원 상당의 공예품을 집어던져 손괴하였고, 이를 보안요원인 피해자가 제지하자 낚싯대를 집어 들어 뺨을 1대 때리고 이를 마구 휘둘러 손목에 찰과상을 입힘.’ 그는 “이상했다. 자꾸 악귀가 부처님상 위에 보이더라. 그걸 물리친다고 다 때려 부순 거”라며 웃었다. 약지 마디가 잘린 오른손으로 그가 입을 훔쳤다.


이번 구치소에 입소했을 때 그는 악귀를 물리쳐야 한다며 자기 똥을 발로 밟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가진 게 몸뚱어리밖에 없는 이들이 수용시설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건 똥, 오줌, 정액, 침밖에 없다던 글귀(현민, <감옥의 몽상>)가 떠올랐다. 담당 교도관은 독거실로 배정받기 위한 극약처방인 것 같다고 했다. “영치금도 없고 찾아올 가족도 없는 ‘법자’니까 방에서 따돌림당할 게 뻔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예 사고 쳐 독거실에서 속 편히 있자고 생각할 수 있죠.”


그는 아내와 진작에 이혼했고 ‘순사’ 남편을 둔 딸과도 연을 끊고 산다고 했다. “밖에 건물 여러 채 가지고 있는데 나가면 그거 팔아서 보란 듯이 살아야지. 친구 중에는 부장검사 하다 나온 친구도 있어요.” 허언을 하던 그는 교도관이 커피믹스를 타주자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젠 약 먹어서 괜찮아졌어요. 이번에 나가면 정신 차려야지요. 술부터 끊고.” 숱이 많지 않은 흰머리의 그가 얼굴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그가 다시 안 들어올 수 있을까.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12년 2607명이던 정신질환 수용자는 지난해만 3379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발병률 증가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신질환 수용자가 늘면서 현장의 교도관들은 버거워하고 있었다. 한 교도관은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를 무조건 구치소로 보내는 게 말이 되냐”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나가니 또 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와 박씨 같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는 매일 지급되는 알약이 전부다. 국립법무병원이 있지만 치료감호처분을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다. 국가에게 그들은 그저 숫자로만 존재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신질환은 전문성과 인력, 시설이 갖춰진 전문의료기관도 치료가 쉽지 않은데 이 모두가 부족한 교정기관이 이들을 떠안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수용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들을 관리하면서 교정·교화에 전념해야 할 교도관이 더 부족해지는 상황도 문제다. 검찰과 법원, 궁극적으로 국가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 2회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법정구속의 풍경과 검사실에서 벌서는(?) 교도관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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