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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회에 대한 질문 던진 ‘조두순 출소’ (경향신문, 2020.11.2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1-25 16:24
조회
420

1 “술에 취해 기억 안 난다” 받아들여 무기징역 아닌 12년형


2 전문가 “교정시설 내 성범죄자 교육·치료 프로그램 미비”


3 가해자 악마화하기보다 실효성 있는 교정·교화 논의를


오는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의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음주 금지, 외출 제한, 무도 실무관 채용 등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대책에도 공포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씨의 정부 재취업 프로그램 이용이나 경기 안산으로의 복귀 등을 전하는 보도들에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포와 분노뿐일까. 조씨의 출소는 한국 사회를 향해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조두순은 왜 지금 나오게 됐나


시작은 무기징역이었다. 2009년 검찰은 조씨의 잔혹한 범행 수법과 전과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조씨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형법 제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량이 대폭 줄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12년형이 확정됐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가 7년 미만 징역형이 선고되면 항소한다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사건의 끔찍함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커지자 그해 9월 검찰은 “항소 포기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사건 후 형법은 여러 번 개정됐다. 유기징역의 상한은 15년에서 30년으로 길어졌고, 형을 가중할 경우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무기징역의 가석방 요건도 10년에서 20년 이상 복역자로 올라갔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공소시효가 폐지됐으며 전자발찌 착용 기한도 최대 30년까지 연장됐다.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법은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조씨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 교정 시스템, 그를 변화시켰을까


조두순의 향후 재범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교정 시스템이 조씨의 교정·교화에 실패했다는 주장도 아직 가정일 뿐이다. 다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9월 공개한 법무부의 ‘조두순 출소 후 재범방지 대책’ 보고서를 보면 교정당국은 조씨와의 사전면담을 통해 그가 “사회생활 계획이 부재하며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2년 동안 그를 변화시키지 못했음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내 성범죄자 대상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윤옥경 교수는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도 빈틈없이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성범죄자 대상 교육 시간이 200~300시간 달하지만 성 관련 외 교육이 모두 포함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성범죄자는 일반적으로 재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관리, 상담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문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안을 위한 인력 외에 범죄자 특성과 형사사법시스템을 함께 이해하는 상담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악마화’를 통해 얻는 것은


공포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조씨는 향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된다. 하지만 발찌를 끊고 도주하거나 착용한 채 재범한 사례는 많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자발찌를 차고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294명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의 악마화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성폭력의 구조적 측면을 가린다는 지적은 이 사건에서도 유효하다. 가해자의 변태적 성향, 잔인성 부각이 성폭력을 특수한 사람에 의한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하나의 악마화된 존재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형사정책을 놓칠 수 있다”며 “피해자 구조와 가해자의 실효성 있는 교정·교화, 범죄자 복귀 후 사회의 안전장치 등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해자 석방이란 새 국면을 맞아 피해자의 삶의 지속성, 가해자의 출소 후 삶 등 많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며 “사건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언론이 ‘2차 가해’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보도가 피해자의 삶이란 맥락에서 어떤 의미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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