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형기 마친 뒤에도 감방생활… 84人의 ‘끝나지 않는 형벌’ (서울신문, 2018.01.3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1-31 00:56
조회
715

옛 청송감호소 ‘피보호감호자’ 만나 보니


“전 징역 다 살았습니다. 제발 저를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지난 24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3교도소(옛 청송감호소)에서 만난 김영하(가명)씨는 교도관들의 눈치를 살피다 슬쩍 이런 얘길 꺼냈다. 죄수번호가 붙은 연갈색의 죄수복을 입고 조용히 비닐장갑 포장을 하던 수용자 10여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며 번뜩이는 눈빛을 보였다. 이들은 재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을 마치고도 일정 기간 더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었다. 김씨는 선고받은 징역 기간에 더해 6년 1개월을 더 살고 있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진작 해결됐어야 하는 일인데 아직도 여기 남게 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회원 21명과 함께 법무부의 협조로 경북북부제3교도소를 견학하러 간 자리에서다.


보호감호제도는 범죄자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판결받은 징역 기간에 감호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로, 형이 끝난 이후 최대 7년까지 교도소에 더 둘 수 있다.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사회보호법’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이중처벌과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반인권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보호감호제도는 기형적인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법 폐지 전 처분받은 이들은 집행을 계속한다’는 폐지 부칙 2조로 인해 아직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 있어서다. 이들은 200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부칙 2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는 형벌과 목적이 다른 사회보호적 처분이고, 그 집행상의 문제점은 집행의 개선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피보호감호자 24명은 임시출소 기회 확대와 전자발찌 부착 탄력 적용, 보호관찰기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최대 9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자라는 낙인 탓인지 금세 기억에서 잊혀졌다.


헌재는 보호감호가 형벌과는 다르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징역살이를 하는 교도소와 피보호감호자를 수용하는 시설이 분리돼야 옳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들을 별도로 수용하는 시설이 없는 상태다. 교도소 내 생활 층이 분리돼 있지만 어차피 ‘한집’에 산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인권연대 견학단은 수용 시설과 작업장 등을 견학하며 이른바 ‘감방생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교도소 내부는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달랐다. 방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방 한가운데엔 세면대가 있었고 한쪽 구석 시멘트로 된 공간에는 옛 일본식 대변기가 있었다. 3.5평의 방엔 5명이 배정되며 수용자들은 서로 등이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잔다고 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먹고, 싸고, 씻고, 자는 게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탈옥 가능성에 대비해 자는 동안 감방 밖 복도의 불도 환하게 켜 놓는다고 했다. 음식이 들어오는 일명 ‘개구멍’도 보였다. 화이트보드에는 ‘90도 굴절인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수용자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월 피보호감호자는 26명으로 경북북부제3교도소에 12명, 천안교도소에 14명이 수감돼 있다. 징역형 이후 보호감호 집행이 예정된 사람은 58명이다. 이들 84명이 보호감호를 마치면 비로소 감호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청송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전체 3,99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43
[한겨레]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의 정치화’, 어디까지 갈까?(2023.10.09)
hrights | 2023.10.10 | | 조회 152
hrights 2023.10.10 152
3942
[노컷뉴스] 기본권보다 '尹눈치'만…경찰, 누구의 지팡이인가(2023.09.22)
hrights | 2023.09.26 | | 조회 145
hrights 2023.09.26 145
3941
[헤럴드경제] 軍 복무기간 호봉반영 의무화에 갑론을박…“보상 필요” “또 다른 군가산점제”(2023.09.21)
hrights | 2023.09.26 | | 조회 148
hrights 2023.09.26 148
3940
[서울신문] ‘군 복무기간, 호봉 반영’ 정부 입법 추진(2023.09.20)
hrights | 2023.09.20 | | 조회 150
hrights 2023.09.20 150
3939
[노컷뉴스] 행정·수사 감축해 치안 현장 강화…'아랫돌 빼 윗돌 괴기'(2023.09.19)
hrights | 2023.09.19 | | 조회 162
hrights 2023.09.19 162
3938
[한국일보] 개보위 "집회 현장서 드론채증 가능"...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2023.09.16)
hrights | 2023.09.19 | | 조회 221
hrights 2023.09.19 221
3937
[경향신문] ‘수요시위 보호 기각’ 인권위에 인권활동가들 “본연의 역할 외면” 비판(2023.09.11)
hrights | 2023.09.13 | | 조회 245
hrights 2023.09.13 245
3936
[한겨레]해병대 수사 ‘VIP 격노’? “특검으로 밝혀야...핵심은 채상병 죽음의 원인” [시사종이 땡땡땡](2023.09.05)
hrights | 2023.09.06 | | 조회 170
hrights 2023.09.06 170
3935
[내일신문] 인권연대 '흉상 논란' 법적대응 예고
hrights | 2023.08.29 | | 조회 266
hrights 2023.08.29 266
3934
[한겨레]인권연대, 육사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중지 가처분 소송(2023.08.28)
hrights | 2023.08.29 | | 조회 177
hrights 2023.08.29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