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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두 번 울리는 미스터리 쇼퍼 (한국일보, 2017.11.0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1-09 09:57
조회
677

- 옆 머리 단정한가ㆍ립스틱 색까지


- 농협중앙회 용모ㆍ복장 암행 평가


- “인권 침해 당했다” 인권위에 진정서


지역 농협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긴 머리를 싹둑 잘라 단발머리로 만들었다.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한 암행 서비스 평가원)에게 머리카락이 길어 단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탓이다.


A씨는 “헤어 스타일뿐 아니라 화장, 스타킹의 색까지 평가기준에 들어가 있다”면서 “창구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자주 마르는데, 물도 못 마시게 해 책상 밑에서 쪼그려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평가 점수가 나쁘다는 이유로 새벽 2시에 산행을 가는 극기훈련을 했고, C씨는 사측에서 더 친절해 보이려면 서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며 의자를 아예 빼버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기도 했다.


사측이 직원들 몰래 진행하는 ‘미스터리 쇼퍼’가 가뜩이나 고객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의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를 더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4,038개 지역 농ㆍ축협 사무소를 대상으로 1년에 세 차례 암행 평가를 실시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반응을 살피려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할뿐 아니라, 직원들의 용모까지 평가한다. 농협중앙회의 서비스모니터링 품질표준표에는 ‘앞, 옆 머리카락이 얼굴에 흘러내리지 않는가’ ‘피부처리 및 화장이 지워지지 않았는가’ ‘립스틱 색깔은 적당한가’ ‘손톱 길이(2㎜ 이내)는 문제 없는가’ ‘입 냄새는 안 나는가’ 등의 기준이 담겨있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엔 사무소 별로 자체 징계를 한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이에 지난달 26일 농협중앙회의 고객만족(CS)평가제가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농협중앙회는 용모ㆍ복장 관련 기준을 삭제하고 CS평가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미스터리 쇼퍼는 서비스 기업들의 경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농협 및 금융권뿐 아니라 백화점, 영화관 등 서비스 업계에서 널리 쓰이지만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과도한 직원 감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협동조합노조의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81%가 “모니터링은 필요하나 암행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감정노동자들의 지나친 ‘자기검열’ 수단으로 악용돼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횡포를 감내하게끔 만든다는 점도 문제다. 지역 농협의 한 여직원은 “70대 할아버지 고객이 손 한 번 잡아보자는데 근처에 미스터리 쇼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미스터리 쇼퍼는 일회성 아르바이트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전문성이나 객관성도 담보하기 힘들다.


반면 사측은 지점 별로 들쭉날쭉한 서비스의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객관적으로 서비스를 평가해 문제점을 찾고, 개선ㆍ발전시키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내부 공청회를 통해 CS평가제를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6일 공개한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에서 미스터리 쇼퍼나 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서도 이 같은 평가 방식이 활용된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전국의 광역ㆍ기초 자치단체와 시ㆍ도교육의 민원실 환경과 서비스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를 투입해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이렇게 몰래 직원들을 감시해 압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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