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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은 왜 정치이야기뿐인가](한겨레비평)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29
조회
741

왜 정치이야기밖에 없는가 - 최근 만평을 보고(8매)


신문사가 발언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요즘에는 험했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고 애쓸 이유는 전혀 없다.
논설위원들이 쓰는 사설, 신문사 간부들이 쓰는 칼럼, '본지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강변하지만 실상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고른 외부필진들이 쓰는 칼럼, 기사 선정과 크기에 대한 고려, 기사작성의 방향이 그렇고, 만평 역시 신문사의 입 역할을 독톡히 하고 있다.
만평은 기본적으로 '창작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률이 높고, 메시지를 빠르고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신문사의 입'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중앙일보의 왈순아지매나 조선일보의 만평처럼 정도가 심한 경우나 '창작의 자유'와 회사의 입장이 파열음을 냈던 경우를 봐도 그렇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한겨레그림판과 미주알을 싣고 있다. 그런데 박재동이라는 걸출한 만평가를 배출하기도 했던 한겨레의 만평이 최근 들어 보다 넓은 세상에 대한 이해나 고발보다는 좁은 틀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월 14일부터 22일까지 신문이 발행된 8일 동안의 만평을 살펴보면, 16번의 만평이 10월 15일치의 한겨레그림판을 빼놓고는 모두 정치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무리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고 하지만, 독자들이 모두 정치이야기만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텐데 정치이야기뿐이다.
15번의 정치이야기 중에서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이나 국민통합21쪽으로 옮겨간 정치인들을 철새라며 맹공을 퍼붓는 만평이 8번으로 절반이 넘었고, 이회창후보의 병역비리나, 이회창후보 일가의 집권욕 등 이회창후보를 겨냥한 만평이 3번, 정쟁으로 인한 경제한파나, 정쟁일반을 그린 것이 2번, 공무원의 공직기강해이나 줄서기를 문제삼은 것이 1번, 노벨상 로비 의혹을 꼬집은 것이 1번이었다.
지난주 내내 철새정치인들의 행태가 비위를 거슬렀고, 특히 김민석씨처럼 민주화운동의 이력을 자랑하는 인사들에게 일종의 응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여도, 만평이 온통 정치이야기뿐인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평을 다른 정치기사처럼 자로 잰 듯이 이 후보를 비판하면, 그 다음에는 저 후보도 비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고유의 영역일 수 밖에 없는 '창작의 자유'에 대해 딴지를 걸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평이 엄연히 한겨레의 입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신문사가 그런 것처럼 만평작가들이 한겨레 간부들과의 부지런한 대화를 통해 그림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치이야기뿐이라는 것은 뭔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만평이 지닌 고유한 맛은 아마도 은근한 풍자와 가벼운 웃음, 그리고 독자에게 생각할 무엇을 주는 것일텐데, 이렇게 정치이야기만 다루면, 그 맛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대선 이야기말고도 많고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다양한 삶이 있는데도 정치이야기 일색이라면 이건 지나친 주입이 아닐까. 그사이 북핵문제도 터졌고, 다른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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