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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관련보도 비평](한겨레비평 2002.05.2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21
조회
853
월드컵 관련 보도를 보고/ 오창익

<한겨레> 5월 21일치 38면(방송)은 “축구, 드라마 뜨고 교양은 지고…”란 제목으로 방송 3사의 월드컵 기간 편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역시 `한겨레다운' 비판기사였다. 이 기사는 “방송 3사가 월드컵 생중계를 동시에 내보내는 바람에 축구나 드라마 아니면 볼 게 없어졌다”면서 구체적인 편성 내용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기사 앞의 두 단락 빼고는 그저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도하고 있는데도 `한겨레다운' 기사가 된 것은 제목과 기사의 논점 때문이었다. 기자는 구체적인 언급 없이도 월드컵 기간에도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는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지방자치체 선거도 있다.
내게 어떤 사람을 존경하고 본받고 싶냐고 묻는다면,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반대로 너그러운, 관용적인 사람을 꼽을 게다.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신뢰할 만하기도  하다.

방송 3사에 대해 `한겨레다운' 비판을 제기하는 한겨레가 주 5일 근무제조차 `남의 일'인 양 기자 등 직원들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일요판을 내고, 5월 20일(월)치부터는 지면을 뒤흔들어 월드컵 특별지면을 만들고, 2섹션의 콘텐츠 지면은 저 뒤쪽으로, 사람·방송·문화면도 뒤로 밀어 두었다. `축구 뜨고 교양 지고…' 판이 된 것이다. 축구경기의 감동과 박진감은 아무래도 신문보다는
텔레비전에서 느끼기 마련이다. 독자들이 월드컵에 관심이 많고, 중요한 국제행사인 만큼 비중있게 다뤄야 하는 것도 대체로 맞지만, 한겨레만의 특장을 살리기보다 남들처럼 그저 물량공세만 퍼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에 읽는 신문의 축구기사는 아무래도 김이 빠져 있고, 잘해야 경기 뒤의 낙수거리나 건질 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겨레가 방송 3사의 월드컵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것을 딴죽 걸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일관되게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를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한겨레답지 못한 태도'는 이뿐 아니라 지면 곳곳에 숨어 있다. 5월 21일치 한겨레 수도권판 1면에는 `월드컵 손님맞이 청사초롱 캠페인 점등식'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이것은 한겨레가 그동안 마라톤 행사 등 이른바 `자사 행사'에 대한 다른 신문사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던 태도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이날 행사에는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사장, 고건 서울시장,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는 친절한 해설기사와 함께 `청사초롱 점등식' 사진을 실은 것은 기사 가치와 상관없이 독자들에게 `자사 행사'를 알리겠다는 회사쪽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겨레의 일부 지역판이나 다른 신문에 21세기 첫 독립국 동티모르의 첫 대통령 구스마오와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이 손을 흔드는 사진이 실린 것과 비교되고, 한겨레의 같은 날 사설 `동티모르의 독립과 국제지원'을 통해 동티모르의 발전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한 것과도 상당한 거리에 있다. 1면에 올렸던 컬러 사진을, 찾기도 쉽지 않은 16면의 흑백사진으로 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인가.

한겨레가 사랑받고 신뢰받고 싶다면 앞서 밝힌 존경하고 본받을 만할 사람처럼 `자신에게 먼저 엄격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자기에게도 엄격해야 한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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