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특별기획-전.의경 없으면 공권력 마비?](한겨레2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29
조회
741

<전·의경 없으면 공권력 마비?>


법적 논란 끊이지 않는 시국치안 동원… 제도 폐지 내세운 정치권 무대책 일관


시위진압에 전·의경을 동원하는 것은 합법인가 인권·사회 단체들은 “전·의경이라는 이름의 군인을 민간 치안에 출동시키는 행위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는 한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군인을 출동시킬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95년말 이에 대해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1976년 9월 창설된 작전전투경찰순경(전경)과 1982년 12월 창설된 의무전투경찰순경(의경)의 임무는 각각 ‘대간첩작전 수행’과 ‘치안업무의 보조’로 규정돼 있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제3조를 보면, 경찰청은 국방부장관에게 전경의 배정 요청과 의경의 임용 추천을 하도록 돼 있다. 전경은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훈련소에서 6주간 훈련을 받은 뒤 무작위 차출로 뽑아 2주간 교육을 받은 뒤 경찰청 전환복무를 하게 된다. 의경은 선발시험을 거쳐 4주간 군사훈련을 마치고, 경찰학교에서 3주간 교육을 받은 뒤 일선 경찰서와 기동대 등에 배치된다.


양심의 자유 침해, 5 대 4로 합헌 판결
지난 91년 전투경찰 신분인 박석진(당시 22살)씨는 “전투경찰대설치법이 국민의 평등권과 양심의 자유를 가질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박씨는 소장에서 “전투경찰은 군인 중에 차출되기 때문에 다른 병역의 의무를 지는 사람과의 평등권에 위배되며,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일(시위진압)을 명령받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가질 권리까지 침해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95년 12월 28일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전투경찰의 임무인 대간첩작전은 범죄의 예방·진압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라는 경찰 본래의 임무와도 관련된다. 특히 전투경찰대의 임무에는 대간첩작전의 수행뿐 아니라 치안업무의 보조도 포함돼 있다. 불법한 집회와 시위로 말미암아 공공질서가 교란됐거나 교란될 우려가 있는 경우 대간첩작전의 수행이 주임무인 전투경찰순경에 대해 경찰 본래 임무인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시위진압 명령을 한 것이 행복추구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전·의경의 시위진압을 둘러싼 합법성 논란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다. 당시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만이 결정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문희·황도연·이재화·조승형 재판관 등 4명은 소수 반대의견을 내고 전투경찰대설치법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결정문에서 “전투경찰순경은 국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 현역병으로 입영한 자 가운데 전투경찰대로 전임된다. 그 임무는 옛 전투경찰대설치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대간첩작전 수행이다. 따라서 무장공비가 준동하는 사태가 없는 한 통상의 불법한 집회와 시위의 진압 등 순수한 경찰업무는 그의 임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투경찰대로 전임되는 현역병은 대간첩작전 수행이 임무일 뿐이다. 그러므로 경찰의 순수한 치안업무인 집회와 시위 진압 임무는 결코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치안업무 보조’를 규정한 전투경찰대설치법 조항이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39조 2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안팎의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전·의경 제도 폐지에 대한 정치권 공약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다. 지난 98년 4월8일 김정길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전남지방경찰청 순시 뒤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집권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시위 진압이 주임무인 의무경찰이 있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IMF 관리체제가 해소되면 의무경찰제를 폐지하고 순수 경찰만으로 치안을 전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년 반이 흐른 지금 정부의 약속은 아쉽게도 말잔치에 그쳤다. 경찰청이 펴낸 ‘2002년 경찰백서’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경찰인력은 모두 14만6711명이다. 이 가운데 직업 경찰관은 9만819명(61.9%)과 일반직 5283명(3.6%)을 제외한 나머지 5만609명(34.5%)은 여전히 전·의경들로 채워져 있다.


간편한 인력 동원… 평화적 해결 막기도
전·의경 제도는 왜 폐지되지 않을까 대답은 뜻밖에 간단하다. ‘국민의 정부’ 역시 시국치안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국치안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뭐겠나. 돈은 적게 들면서도, 명령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의무병이다. 집권자 입장에서 이렇게 ‘좋은 제도’를 손쉽게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전·의경은 기본적으로 군인이기 때문에, 철저히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을 동원해 집회는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 태도가 현 정부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통상 시위대 규모의 2배 이상에 이르는 전·의경을 각종 집회·시위에 무차별 동원하면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충돌이다. 시위 진압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일선 경찰간부는 “방패와 장봉으로 무장한 전·의경이 집회·시위 장소에 나타나면, 시위대와 경찰병력 사이에 쓸데없는 긴장이 고조되게 마련이다. 평화적인 집회에 대해서는 되도록 경찰력 동원을 자제하고,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는 관행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분규 현장에 ‘공권력’의 이름으로 전·의경을 동원하는 것도 여전한 문젯거리다. 이미 지난 2000년 롯데호텔 사태와 2001년 대우차 사태를 겪으며 폐해는 여실히 드러났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경찰 최말단인 순경도 6개월여에 걸친 교육을 마친 뒤에야 일선 대민 근무에 나선다. 그런데도 군인 신분으로 고작 2~3주 교육을 받고 배치되는 전·의경이 시위나 파업 진압에 동원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제도 폐지해야 집회문화 바뀐다”
최근 들어 경찰의 과도한 ‘치안업무’에 대해 법원은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0월7일 서울지법은 공무원노조 출범식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3일 명동성당 부근 전철역에서 경찰에 강제연행된 강기형(47)씨 등 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각각 50만~200만원씩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월 7일에는 청와대 정문 분수대 앞에서 국무회의 속기록와 녹음기록 작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다 강제연행된
최한수 참여연대 간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정당한 1인시위를 봉쇄하고 시위자를 강제연행한 것은 불법 직무집행인 만큼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각종 집회와 시위에 대비한 과도한 시국치안 업무가 전·의경 제도를 온존시키는 근본적 이유다. 평화적인 집회문화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서라도 불법시비를 낳고 있는 전·의경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전체 3,99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853
자유를 나눠주십시오 (한겨레21 666호 07.06.28)
hrights | 2017.07.02 | | 조회 147
hrights 2017.07.02 147
852
난 전생에 이 나라 사람이었나봐 (한겨레21 666호 07.06.28)
hrights | 2017.07.02 | | 조회 140
hrights 2017.07.02 140
851
시민이 경찰 감시하는 독립기구 만들어야(CBS 070605)
hrights | 2017.07.02 | | 조회 175
hrights 2017.07.02 175
850
불법시위 참가 손배책임 민사소송 없이 바로 집행(한겨레, 070626)
hrights | 2017.07.02 | | 조회 153
hrights 2017.07.02 153
849
단순훈련 비해 적응 빨라-소외계층 인문학교육 점검(시민사회신문, 070625)
hrights | 2017.07.02 | | 조회 153
hrights 2017.07.02 153
848
인문학 위기 타파, 재소자 사회 진출 도움(시민사회신문, 070625)
hrights | 2017.07.02 | | 조회 121
hrights 2017.07.02 121
847
교정인문학도 소통과 연대다(시민사회신문, 070625)
hrights | 2017.07.02 | | 조회 154
hrights 2017.07.02 154
846
시민단체 적극적인 언론 모니터 필요(중부매일, 070622)
hrights | 2017.07.02 | | 조회 155
hrights 2017.07.02 155
845
인권을 깊이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새충청일보, 070622)
hrights | 2017.07.02 | | 조회 144
hrights 2017.07.02 144
844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2)끝 좌담 “절차적 민주 진전에 안주말고 더많은 ‘운동’ 필요” (서울신문 07.06.22)
hrights | 2017.07.02 | | 조회 142
hrights 2017.07.02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