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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자란 시민사회 '설익은 속'(조효제교수 한겨레신문 04.03.2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7:22
조회
471
훌쩍 자란 시민사회 ‘설익은 속’

6월항쟁 뒤 성취와 한계1
지난해 8월 <한겨레>의 지면을 통해 필자는 우리 시민사회가 민주정치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본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비교적 순항한 것을 우리가 너무 당연시하며 민주주의의 역진 가능성에 대해서 거의 무방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보수세력의 선거독재가 올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불과 몇 달 뒤에 이 걱정은 현실이 됐다. 쿠데타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정치적 반란에 의한 소동이라는 뜻에서 ‘푸치’가 이번 사태를 좀더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본다. 80년 전 히틀러에 의한 뮌헨의 맥줏집 반란사건이 기억에 떠오른다.

어쨌든 작금의 사태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다. 우선 이번의 ‘합법적’ 푸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확연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 취약할 때 절차와 제도는 그 자체로선 큰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비정상성을 감추는 외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런 뜻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2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서 속이 텅 빈 ‘조개껍질 제도’로 퇴행하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것은 주로 6월 항쟁의 긍정적인 유산에 속하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간파한 압도적 여론과 민주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현 상황을 지켜내고 있다. 이건 분명 민주화를 성취해 본 경험과 결의의 결과다. 또한 사안이 대단히 심각한데도 문민통제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점은 우리 민주주의가 어떤 궤도에 올랐음을 방증한다. 이 정도 차원의 정치적 격변기에 군의 정치개입이 큰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난 역사를 기억하는 세대에겐 놀라운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정 부분 ‘탈군사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고무적인 정치발전 사례를 현 상황에서 목격하고 있다.

덧붙여 근대적 정치의식의 개화가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전근대적인 부패정치 세력이 현 사태를 아무리 친노 대 반노와 같은 전도된 수사학으로 규정해도 토론과 자가학습으로 무장한 인터넷 세대의 날카로운 변별력을 이겨내지 못한다. 이 역시 막걸리 보안법과 같은 몽매한 시절을 겪은 세대에게 일종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이런 희망적인 표징들은 우리 모두 ‘87 체제’가 낳은 역사적 산물임을 보여준다.

근대 정치의식 개화불구
전근대적 관행 온존 확인
과도한 정치화 재정비
내실 다져 제2도약 필요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우리 시민사회에 아주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예컨대 그간 시민사회의 정치개혁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나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으로 낙선대상자 86명 중 무려 59명이 떨어지는 성과가 있었는데, 어째서 16대 국회가 이토록 무능하고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그토록 솎아냈는데도 정치사회가 원래 그렇게 문제가 많은 집단인가, 아니면 시민사회의 전략적 목표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던 것인가 여기서 우리 시민사회 운동이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보자.

첫째, 6월 항쟁 이후 거의 상수로 간주해온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민주화를 하나의 시점으로 끊어서 구분하는 단절적 사고로는 오늘의 사태를 해석하기 어렵다. 민주화란 제도적 민주화를 시발점으로 실질적 내용과 민주적 정치문화를 계속 재생산해야 하는 중층적 과정임이 이제 명백해졌다. 따라서 우리 시민사회는 소위 민주주의의 민주화, 또는 2차 민주화의 대장정에 나서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이런 영구혁명적 과업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둘째, 직접 민주주의의 동원이 가능한 정치영역, 즉 대통령 선거와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후보를 뽑을 수 있고 사회의 각종 어젠다도 진보적으로 끌어 갈 수 있는 반면, 그러한 동원이 어려운 정치영역에서는 전근대적 정치관행이 온존함을 우리는 보았다. 이것은 우리 정치에서 자발적 침여에 기반한 상당한 진보성과 기초적 수준에서의 비민주성이 공존하는 기이한 정치풍토를 발전시켰다. 일정한 수준의 진보 의제와 원론적 민주주의의 낙후성 사이에 놓인 이 괴리를 우리 시민사회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반 민주주의의 발전과 진보 의제의 성장을 같은 선상에서 취급할 수 있는가 진보 의제를 감당할 적절한 주체가 시민사회 운동인가 진보정당인가

셋째, 우리 시민사회의 특징으로 늘 지적되는 과도한 정치개입에 대한 성찰도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바다. 6월 항쟁이 우리 시민사회에 남긴 형태론적 유산은 시민사회가 국가 및 정치사회에 대해 ‘경로 의존적’으로 고착돼 버린 현실에 있다. 모두가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우리 시민사회는 국가 및 정치사회에 대한 직접 개입을 그 일의적 사명으로 추구하고 있다.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시민사회의 항구적인 정치화가 역설적으로 정치사회의 후진성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점은 없는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치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탄핵사태 자체의 단기적 귀추에 대해선 낙관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시민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새로운 모색을 강제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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