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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운영 원칙 무너지면 브로커로 전락"(미디어 다음, 2004.10.1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1:24
조회
617

“시민단체 운영 원칙 무너지면 브로커로 전락”.


13년 인권지킴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우리 같은 시민단체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브로커’가 되고 맙니다. 인권 운동으로 도움을 준 사람에게 대가성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거액의 후원금도 사절이고요. 소액 다수가 모여서 운동을 이끌어가지 않으면 결국엔 돈 있는 사람들, 권력 있는 사람들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가 없거든요”

서울시 동소문동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건물 5층에 들어선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실에는 인권과 관련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인권위, 인권실천시민연대 활동까지 인권 현장을 지켜온 오창익 사무국장. 지난 13년 동안 선후배 운동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시민 운동 현장을 떠나갔지만 그는 한결같이 현장을 지켜왔다.

“처음 인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두렵긴 했지만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쿠데타와 양민학살을 일으킨 정권과의 끊임없는 투쟁, 정치적 민주화라는 과제가 운동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시민사회의 요구도 다양해졌고, 사람들이 많이 떠났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져야 할 부분도 커졌습니다. ”

노점상, 식당 등 생업을 병행하면서도 인권 운동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를 묻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있고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얼마 전부터는 운영하던 식당도 그만두고 인권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인권 운동의 특성상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는 일’을 많이 하게 된다는 그는 정작 고마워하는 사람보다는 ‘보따리 내놓으라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파키스탄 사형수 석방 사건 그 이후…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 놓으라는 사람이 대부분”


인권 운동을 시작한 이후 수 없이 많은 활동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목숨을 살려낸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99년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한 파키스탄 노동자 2명이 석방됐다. 이들은 경찰의 가혹 행위와 통역의 치명적인 실수 탓에 동족 살해의 주범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고 5년 동안 복역까지 했다. 당시 천주교인권위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전국적인 구명운동에 나서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단체의 활동으로 사람의 생명까지 구해낸 거죠. 그런데 당시 석방됐던 파키스탄 노동자 한 명이 다시 입국해서 한 동안 우리 사무실에 죽치고 있었던 적이 있어요. 한국에서 사업한다고 자금을 마련해 달래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놨더니 짐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격이죠.(웃음)” 오 국장은 그러나 그런 마음의 상처들은 10분 지나면 잊혀지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활동비를 받기는커녕 자비를 써가며 인권운동에 발 벗고 나섰지만 시민단체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인색했다. 심지어 근거없는 비난을 늘어 놓는 사람들을 보면 적지 않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섭섭하고 억울할 만도 하지만 정작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도 인권 사각지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무지함과 무관심이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줄 때도 귀찮다는 듯이 버리거나 짜증을 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죠. 자기 먹고 사는 일과 상관없다는 거에요. 그럴 땐 참 회의가 들어요. 내가 누굴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인가, 저렇게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꼭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들이죠.”




”은혜를 갚겠다며 도와달라는 사람 많지만…"
“거액의 후원금은 사절합니다”


시민운동가들이 정부 기관 등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지만 오 국장은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단다. 스스로를 ‘모가 난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그 만의 지독한 고집과 원칙이 무너졌다면 10년 넘게 ‘인권 파수꾼’을 자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요즘엔 시민단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걸 구별할 줄 아는 능력도 시민단체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저희 단체는 직접 조사한 사안이 아니면 섣불리 뛰어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서 다른 단체에서 협조해 달라거나 공동 성명을 부탁해도 응하지 않고요.”

그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독지가나 기업들에게 거액을 후원받는 행태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은혜를 갚을 테니 한 번만 도와달라는 사람도 있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놓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돈에는 필히 대가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후원금은 무조건 소액 다수가 원칙입니다. 그런 원칙이 무너지면 우리 같은 시민단체는 결국 ‘브로커’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원금 액수에 따라 특별회원, 일반회원 그렇게 회원 등급을 구분하는 단체도 있는데 시민단체마저 그런 식으로 운영하다 보면 결국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하게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여전히 약자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대가성 후원금을 지원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도움을 받고 나서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서글픈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단체, 훌륭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요. 그런데 자신이 도움을 받은 만큼 남을 위해 적으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



”무시당하지 않는 권력만큼 책임감 느껴져… "
"과잉 권력 즐기는 시민단체들이 시민운동의 폐해 양산하는 부작용도…”


오 국장은 스스럼없이 현재의 시민 단체들은 과잉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도 ‘인권실천시민연대’라는 타이틀로 특별 대우를 받을 때가 있다고 소개한다. 얼마 전 오 국장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정신지체 장애인 동철이를 돕기 위해 늦은 밤 경찰서를 찾았다.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동철이를 대신해 경찰의 부당한 수사 관행에 항의하던 그에게 경찰들은 “당신, 도대체 뭐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분을 밝히라는 종용에 할 수 없이 명함을 제시했더니 경찰관의 태도가 180도로 돌변했다.

“분명 요즘 시민단체는 권력을 갖고 있어요. ‘무시당하지 않는 권력’은 오랜 시간 시민운동가들이 타협하지 않고 투쟁하면서 얻은 자존심의 산물이지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저는 더 두려워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 단체가 그 만큼 책임질 부분이 커졌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물론 그런 권력을 잘못된 태도로 즐기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시민운동의 폐해를 낳고 있는 거고요”



”인권 사각지대, 당신도 예외 아니야”


그가 보기에 우리의 인권 수준은 아직도 개선돼야 할 여지가 많다. 군사 정권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구조적 문제는 여전한 탓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이 여전히 납세자인 시민보다는 대통령의 경찰, 정부의 경찰로 머물러 있다. 시민들의 인권의식이나 참여의식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요즘 성매매 특별법으로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중이잖아요. 만약 누군가 애인과 하께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보는데 경찰이 단속을 나올 수도 있어요. 또 애인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부당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사생활 침해를 당할 소지도 큽니다. 경찰의 실적주의로 인한 폐해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낳을 소지가 커요.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겁니다.”



”선진국으로부터 도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할 때”


오 국장은 우리 사회에 인권문제로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해외의 문제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단체는 화요 캠페인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참상과 중동 지역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탈북자들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는 매주 ‘연대를 위한 인권 학교’를 열어 회원과 시민들에게 인권과 관련된 헌법과 기본권에 대한 교육 활동을 벌인다.

“이제 우리 나라도 국제 사회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천박한 자본주의적 습성에 길들여진 경제 동물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얻게 됩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전쟁을 일으키는 등 나쁜 짓도 많이 하지만 그들이 전 세계에서 하고 있는 평화 구호 활동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는 “5.18의 실상을 증언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했던 것은 한 용기있는 독일 기자였다”며 “이제는 우리도 도움을 받았던 만큼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사진=정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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