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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랍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몰랐을까. 김선일씨 죽음에 대한 은폐 시도... 박종철 열사 때와 같아(오마이뉴스 기고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7:59
조회
169

김선일씨 피랍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몰랐을까.


김선일씨 죽음에 대한 은폐 시도... 박종철 열사 때와 같아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를 위한 추모미사가 올려진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대해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 빗대면서 이런 강론을 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너의 아들, 너의 제자, 너의 젊은이, 너의 국민의 한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탁'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요?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이 발언은 그대로 강도 높은 반정부 선언이었다. 오늘 나는 창세기를 인용한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을 다시 떠올렸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우리가 17년 전 들었던 것과 똑같은 카인의 대답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장세력들이 제시한 시간이 24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이라크 파병은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사관에서는 교민 대피령을 내렸는데 듣지 않았던 사람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기억이 너무 흐려서 김씨 피랍과 관련된 AP 통신의 문의 전화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모두 제 동생을 죽인 카인의 대답이다.

김선일씨 죽음, 진실은 무엇인가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피랍사실을 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는가의 여부에 대한 의혹의 확산은 17년 전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진상을 은폐하려는 전두환 정권의 조직적인 은폐와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김선일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김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있던 20여일 동안 정부가 그의 피랍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것과, 알았다면 왜 김씨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전두환 정권의 거짓 발표가 용감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마치 양파껍질을 벗겨내듯이 하나둘씩 그 진상이 밝혀졌던 당시와 너무도 흡사하다.

AP통신에게 문의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며, 책임 운운하던 외교통상부(외통부)의 주장은 하루도 못 가서 외통부 본부에서만 두명의 직원이 전화를 받았으며, AP통신이 이라크 현지 대사관에까지 문의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명백한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거짓말과 진실의 은폐가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김선일씨의 끔찍한 죽음으로 이미 상처받은 국민들은 도대체 진실이 무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듭되고 있는 정부의 거짓말에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김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를 중심으로 드러난 몇 가지 단서를 살펴보자.

① 외통부의 직원들은 김씨 피랍사실에 대한 문의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② 이라크 현지의 외교관들과 외교관 신분 등으로 파견되어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들은 가나무역 전직원과 일부 교민들까지 알고 있는 김씨 피랍사실을 알지 못했다.
③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김씨 피랍사건 이후 최소 4차례 이상 현지 대사관을 방문했지만, 김씨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④ 따라서 정부는 알자지라의 방송 이후 김씨 피랍사실을 인지했고, 무장세력이 김씨를 24시간만에 살해했기에 협상 등을 통해 김씨를 살릴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정부로서는 불가항력의 사태였다.


그러나 의혹이 거듭 제기되고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외통부만이 아니라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등 관련부처에 대한 종합적인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AP통신의 한국인 피랍 문의 보고 안했다니, 관료세계에선 있을 수 없다

이런 정부의 설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외통부 직원들이 AP의 문의전화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과 전화를 받은 직원들이 전화 받은 사실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행정부처나 언론과의 통화 등은 중요사안으로 보고하기 마련이다.

체계가 잘 갖춰진 정부부처의 공무원이 한국이 납치되었다는 중대한 사실을 묻는 세계적 통신사의 문의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다. 일보('일일보고'의 준말) 등을 통해 빠짐없이 정보보고를 해야 하는 관료 조직의 공무원이 이처럼 중대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관료세계에서 성립할 수 없다.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외교통상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는 현지 공관이 정무과 등의 부처를 통해 '주재국의 정치정세와 대외정책에 관한 조사. 보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이 문제가 아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어느 나라든지 현지에 파견된 공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재국의 정보를 탐지하고 본국에 보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재외 공관에는 공사, 참사관, 영사 등의 합법적인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

이라크 대사관도, 본국 외교부도, 파견 국정원 직원도 몰랐다?

특히 이라크처럼 정보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해야 하는 곳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보를 수집,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파견된 외교관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교민사회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또 본국에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보기관의 성격상 있을 수 없는 사실이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현지에서 공관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김 사장이 김씨의 피랍 기간에 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확인된 것만 4번이다.

평소 공관측과 밀접한 교분을 나누며 수시로 대사관을 드나들던 김 사장이 부하직원의 피랍사실에 대해서만은 입을 다물었고, 그 이유가 무장세력에게서 김씨가 무사하니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쉽게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정부는 전문가도 아닌 일반 교민들과 가나무역 직원들까지 알고 있던 정보를 정보수집 전문가들만이 모르고 있었고, 몰랐기에 당연히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은 바로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진실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것은 감사원의 감사정도로 밝혀질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권의 유지와 대통령의 보위를 위해서는 파병에 대한 기본적인 방침마저도 손바닥 뒤집기 식으로 바꿔 버리는 열린우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서 밝혀지는 것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은 국정조사과정에서 진실에 대한 접근보다 당리당략적 이전투구를 먼저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김씨 피랍사건에 대한 진실을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밝혀진 진실이 최근 제기된 의혹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사전에 김씨 피랍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을 강행하기 위해 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김씨 구명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노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자기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

진실, 국민의 촛불로 밝혀내야

잠시라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나, 이후에 전개될 정치상황에 대한 우려 또는 정치적 득실을 떠나 한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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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국장
ⓒ 오마이뉴스

나는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을 보면서 한국 사람으로서 이 땅에 사는 일이 매우 고통스러운 일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현실도 다시 보게 되었고, 매번 그랬던 것처럼 눈물도 원없이 쏟아봤다.

그럼에도 내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참혹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사가 지난 10년, 20년 전과 비교할 때 분명히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밝혀진 진실에 따라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오늘 저녁 광화문 등지에서 열리는 범국민 추모촛불집회는 바로 이런 면에서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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