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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접수사 범죄 '6개서 11개로' 확대 요구 (한겨레21, 2020.07.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7-21 15:08
조회
456

1월에 개정된 검찰청법 '직접수사 축소' 무력화 시도, 전문가들 "검찰청법 재개정해야"


2020년 1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검찰 개혁이 궤도에 올랐다. 개정·제정된 검찰 개혁 법률들이 시행되려면 시행령 제정과 공수처 출범이라는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청법 시행령 제정은 검찰이 핵심 내용인 수사 범위 축소에 반발하고, 공수처 출범은 미래통합당의 원천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공안, 마약, 사이버 등 5개 범죄 수사 추가 요구


개정된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가 직접 개시할 수 있는 수사의 범위를 기존 모든 범죄에서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6가지로 한정한다. 중장기적으로 검사 수사를 폐지해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 당위와, 수십 년 동안 중요 수사를 검사가 독점해온 현실 사이에서 타협한 내용이었다.


현재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특별사법경찰, 군법무관 등이 참여하는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법무부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최대한 유지하고 오히려 일부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법무부의 5월4일 ‘검사 수사 개시 범위 관련’ 문건을 보면, 법무부는 6가지 범죄 가운데 앞의 5가지에 대해선 대통령령으로 수사 범위를 제한받지 않고 포괄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등’이란 표현이 6가지 범죄 전체가 아니라 ‘대형 참사’에만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법무부는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구절을 근거로 대형 참사 외에 다른 중요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가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추가로 직접수사권을 요구한 중요 범죄는 대형 참사 외에 공안 범죄와 마약 범죄, 사이버 범죄,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 범죄, 국가기관 고발·수사의뢰 사건 범죄 등 5가지다. 이러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는 11가지 범죄로 늘어난다. 이런 주장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유지 혹은 확대하는 것으로, 국회를 통과한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지금도 너무 많은 형사사건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의 검찰청법 시행령 초안은 이르면 7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8월부터 2021년 2월 사이 6개월 안에 시행일이 정해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전문가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을 억지라고 본다.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자 1월 검찰청법 개정 논의에 참여한 박주민 의원은 “당시 여야가 논의한 입법 취지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것이었다. 직접수사를 허용하는 6가지 범죄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범죄만 허용하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찰청법이 검사의 직접수사를 허용한 6가지 범죄의 범위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년에 발생하는 200만 건의 형사사건 가운데 약 45만 건이 6가지 범죄에 해당한다. 이 분야의 수사를 모두 허용하면 검사의 직접수사는 거의 축소되지 않는다. 아주 구체적으로 검사의 수사 대상 범죄를 특정하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이던 때부터 검찰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의 수사를 예외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 직접수사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으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에 따라 우려되는 특별수사 역량 훼손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한국은 수사와 기소, 재판 등 형사처벌 총량이 과잉이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사법화됐다. 수사 총량을 줄이고 수사기관도 경찰과 검찰에서 공정위, 금융감독위, 국세청, 관세청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2월14일 <연합뉴스> ‘한국 검찰, 일본에 비해 무죄율 높다?’ 기사를 보면, 2018년 한국 형사재판 1심 피고인 수는 23만7699명으로, 같은 해 일본 형사재판 1심 피고인(6만8163명)의 3.5배에 이르렀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5배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형사재판 건수가 일본보다 8.5배가량 많다.
일부 전문가는 검찰청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규정한 검찰청법 제4조의 내용이 너무나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4월 총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으로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 대표)도 “검찰이 직접수사 축소 방안에 동의하지 않고 법률을 확대해석하려 한다면, 아예 검찰청법을 명확히 바꿔야 한다. 현재 조항대로라면 나중에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와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법 개정 없이 시행 가능”


민주당은 법률 재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정된 검찰청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재개정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에 양보했고, 검경의 의견 차이로 타협도 했다. 그러나 개정 법률을 시행해서 그 성과나 문제점을 평가하지도 않은 채 재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청 안에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방안은 2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시했다. 당시 추 장관은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기소관으로서)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일단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서보학 교수는 “수사와 기소 기관을 완전히 나누지 못한 상황이라면 검찰 안에서라도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 방안이 성공하려면 검찰 안에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조직이 실질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기소 여부를 수사 검사가 아니라, 기소 검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면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검찰 안에서 수사와 기소 역할을 나누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와 함께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도 난항 중이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보다 먼저 다룰 권한이 있는 특별수사기관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광역시도지사와 교육감,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정무직 공무원, 군 장성, 감사원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3급 이상 공무원 등 최고위 공무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특히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등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행사한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원천 반대로 공수처법에서 정한 출범 시한인 7월15일을 이미 넘겼다. 이날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고위 공직자의 위법, 탈법 조사기관 출범을 공직자인 야당 의원이 막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합당 ”헌재 결정 때까지 공수처 협조 안 한다”


앞서 6월24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원내교섭단체) 추천 2명 등 7명으로 이뤄진다. 이들 7명 가운데 6명의 동의로 공수처장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한다.


7월1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통합당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민주당은 7월13일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을 선임해 발표했다. 그러나 장성근 전 회장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의 공범인 강훈(18)군의 변호를 맡은 전력 때문에 당일 스스로 물러났다.


통합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선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통합당이 공수처법 제정 자체에 반대한데다, 2월20일엔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통합당은 “공수처가 초헌법적 국가기관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며,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공수처 출범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다. 검찰 개혁이 기로에 서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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