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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인종에 혐오 표출 만연… ‘차별’ 반대 무릎 꿇은 ‘★’ (세계일보, 2020.07.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7-07 09:47
조회
569

차별의 역사 속 성장한 美 스포츠 / 농구·NFL 등 흑인들이 인기 견인 / 구단주 90% 이상 백인… 장벽 여전 / 축구가 대세 유럽서도 사태 빈번 / 관중·팬들 혐오 광범위하게 퍼져 / 선수들 직접 나서 근절 캠페인도 / 스포츠 영역서 정치적 표현 금기 / 플로이드 사건 이후 폐기 공감대 / 바흐 위원장 나서 가능성 시사도 / 전문가 “차별금지법 제정 시급”


2016년 8월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33)은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국가 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돌출행동으로 시선을 끌었다. 캐퍼닉은 “인종차별하는 나라를 위해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 행동에 다른 선수들이 동조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 애국심에 반한다며 비난했고 결국 캐퍼닉은 팀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모든 NFL 팀들이 그를 거부해 졸지에 미아신세가 되는 등 고충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캐퍼닉의 행동은 지난 5월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 반대를 표현하는 가장 상징적인 행위가 됐다. 이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극도로 제한해 왔던 스포츠 현장에서도 무릎 꿇기가 용인될 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캐퍼닉의 무릎 꿇기가 이 같은 상징이 된 것은 스포츠야말로 인종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종목에 따라 특정 인종에 대한 진입장벽을 통해 차별을 가하거나, 팬을 포함한 구성원들이 인종혐오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유색인종은 함께할 수 없다


미국의 스포츠는 인종차별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노예로 팔려 온 흑인들은 복싱과 경마 등 위험한 스포츠에 백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동원됐다.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흑인들은 스포츠에서 차별받았다. 대표적으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1945년 재키 로빈슨이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까지 흑인들은 ‘니그로리그’에서 뛰어야 했다. 여전히 수영, 펜싱, 골프, 테니스 및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동계 종목에서 흑인들의 진입은 쉽지 않다. 그나마 테니스의 윌리엄스 자매, 골프의 타이거 우즈 등이 이들 종목에서 인종 진입장벽 이미지를 조금 누그러뜨렸을 뿐이다.


물론 미국의 인기 스포츠 가운데 흑인들이 주류인 종목들도 존재한다. 2019년 미국 스포츠 인종 다양성 연구소(IDES)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유색인종 선수가 전체의 80.7%이고 NFL은 72.6%로 절대다수다. 하지만 고위층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NBA의 경우 감독의 70%, 구단주의 90.2%, NFL은 감독의 75%, 구단주의 90.6%가 백인이다.


MLB도 여전히 백인 중심이다. 미국의 흑인 인구비율이 13%이지만 MLB에서 흑인 선수는 7.7%에 그친다. 미국 4대 스포츠 가운데 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북미하키리그(NHL)의 경우는 아예 인종 다양성 조사 결과조차 없다.


한때 동계 종목과 수영 등 몇몇 종목에서 흑인들이 없는 이유를 두고 인종과 유전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흑인들이 이들 종목에서 적은 이유는 경제사회적 요인이 더 크다. ‘스포츠를 읽어라’의 저자 최성욱씨는 “애초부터 공정한 기회는 없다. 백인 우위 종목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들 종목이 목돈을 벌어주지 않아 가난한 흑인들은 이미 성공 모델이 확립된 농구나 풋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색인종은 원숭이다


축구가 대세인 유럽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진입장벽 자체는 낮다. 아프리카 출신의 귀화 선수들이 이미 각국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물론 유색인종들이 유럽 축구리그에 몰려들던 초창기에는 일부 백인 선수나 감독들이 인종차별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클럽이나 리그 구성원 내부자가 인종차별을 하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문제는 관중과 팬들 사이에 유색인종 선수들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흑인과 동양계뿐 아니라 유대인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유럽 백인 팬들은 유색인종들이 공을 잡으면 원숭이 소리를 내거나 조롱의 내용이 담긴 노래를 부른다. 아예 바나나 껍질을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9년에도 유럽 여러 리그에서 이런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이에 선수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1988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에서 뛰었던 존 반스는 날아온 바나나를 발로 차버렸고, 201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다니 알베스는 자신에게 날아온 바나나를 집어들고 껍질을 까 한 입 베어 물며 조롱에 당당하게 대처했다. 이는 네이마르를 포함한 많은 선수가 ‘우리 모두 원숭이다(We are all monkeys)’라는 구호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바나나를 먹는 게시물을 올리는 캠페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이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는 인종차별 근절 캠페인을 펼친다며 본부에 원숭이 그림을 걸었다가 부적절하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세리에A는 “통합, 다문화주의, 형제애를 확산하고자 원숭이 그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지만 축구경기장의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원숭이 묘사’를 인종차별 반대 이미지로 채택했다는 사실에 차별 반대단체와 축구선수들은 경악했다.


그래도 2000년대 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 내 ‘Say no racism(인종차별 반대라고 말하라)’이라는 구호와 함께 강력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그 노력으로 이전보다 축구경기장 내 인종차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유색인종 선수들은 보이지 않은 차별 행동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로 유럽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백인 노동자 계층의 사회적 불만이 인종주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과 결합돼 분출되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스포츠에서 인종차별 반대의사 표현을 허하라


FIFA가 협회 차원에서 인종차별 캠페인을 펼치고는 있지만 스포츠 영역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은 여전히 금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FA 모두 선수 개인이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 메달 박탈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실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남자 육상 200에서 우승한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을 딴 존 카를로스는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정 장갑을 끼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올린 세리머니를 한 뒤 미국 대표팀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 이후 선수들의 인종차별 반대의사 표현에 대한 제약은 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각 리그 선수들이 경기 전후 무릎 꿇기에 나선 것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선수들이 유니폼에 이름 대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새기고 출전하는 데 적극 동의했다.


이런 흐름은 가장 보수적인 IOC의 헌장을 바꿔야 한다는 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IOC 헌장 50조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올림픽이 치러지는 장소, 경기장 등에서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 선수자문위원회는 이 조항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캐나다 스포츠 윤리센터도 이에 동참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6월 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위엄 있는 방식으로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준수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IOC 선수위원회가 전 세계 선수들과 대화해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국인 선수들 “나도 피해자”… 韓 스포츠계 청정지역 ‘옛말’


지금까지 스포츠에서의 인종차별은 한국 안에서는 남의 일로 여겨졌다. 대신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를 비롯해 유럽축구리그에서 뛴 차범근부터 박지성과 최근 손흥민까지 해외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한국 스포츠가 더는 인종차별의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귀화해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는 라건아(31·전주 KCC)가 국내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털어놔 충격을 준 것이다. 그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과 가족에 대한 협박과 욕설의 메시지를 매일 받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귀화선수뿐 아니라 혼혈선수, 그리고 적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이 똑같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면서 자신이 인종차별 피해자라고 밝힌 브랜든 브라운은 “한국 프로농구 팬들의 인종차별이 다른 리그에 비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더는 한국은 스포츠 분야에서 인종차별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내 인종차별이 있는가는 이주민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그들에게 물었을 때 좋은 답을 얻기 어려운데,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계에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문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실제 대한체육회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스포츠 인권 분야는 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집중되고 있을 뿐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만연해지고 있는 국내 인종차별을 없애려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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