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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평화, 정치] - 조효제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 - 한겨레 12.1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59
조회
631

오늘은 인권주간의 마지막 날이다. 이 주간은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종교계까지 매년 일주일씩이나 기념을 하는 거의 유일한 경우가 아닌가 한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저께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 국가인권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치적과 관련된 발언이기는 하나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아직도 ‘인권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이기도 하다. 일찍이 현 정부만큼 명백하게 인권과 평화의 기치를 내세우고도 바로 그 때문에 이렇듯 비판받은 정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일주일은 참으로 긴 시간’이라고 실토했던 해롤드 윌슨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정치에서 일년은 영겁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시민사회가 노 정부에 대해 느끼는 씁쓸함과 작년 이맘때에 노 후보의 인권과 평화관에 대해 시민사회가 걸었던 일정한 기대를 비교해 보면 이 말의 울림을 실감할 수 있다. 노동권, 네이스, 환경권, 파병 등 전형적인 인권과 평화의 이슈들 때문에 이 정부가 오늘날 처한 곤경을 보라. 반사회적인 다수당에 포위된 소수파 정권이라는 외재적 조건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자율적 행동 가능성조차 스스로 좁혀버린 자가 실책에는 의아함마저 따른다. 현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필자는 노 정부가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것을 수사적으로 옹호하긴 했으나 정치의 실천에서는 그것을 여전히 주변적인 요소로 간주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4반세기 전에 로날드 드워킨은 <인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라는 책에서 인권이 향후 정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실제로 그 이후 인권과 평화가 세계적인 가치로 떠오른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냉전 당시 인권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간주되었다. 인권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그 핵심으로 하여 정치적 자유주의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반면 냉전과 서구의 핵무장을 반대하던 평화운동은 소비에트 러시아의 안전보장 논리에 결과적으로 동조하는 좌파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다. 이렇듯 각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권과 평화 사상은 냉전의 종식 과정에서 크나큰 변화를 겪으면서 서로 합류하게 된다. 이것은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1990년대에 약탈적 지구화의 영향으로 집합적인 경제-사회적 권리의 흐름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담론과 평화담론의 화해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과잉 정치화의 부작용을 겪고 있던 한국 시민사회에 영성과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평화사상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개별적인 인권의 사회화와 집단적인 평화의 내면화라는 교차변환 과정이 일어나면서 인권과 평화가 시민사회의 주도적 가치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개혁적 자유주의와 성찰적 진보주의가 상호교류할 수 있는 공동의 집이 마련된 것이다.


노 정부는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이 두 진영의 가치가 완전히 인권과 평화로 경도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회 내 여러 이익의 거중조정이라는 전통적인 정치 테제에만 매달린 느낌이 든다. 여기서 우리는 시민사회의 달라진 욕구를 포착하지 못한 채 일반적 의미의 ‘정치’에 매몰된 결과 시민사회로부터 오히려 멀어지는 미완의 개혁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 의식 속의 정치 캘린더에는 오직 내년의 총선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때로 정치는 인간 삶이라는 영원의 바다 위에서 출렁이는 포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수면 아래의 심해에서 일고 있는 인권과 평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인식하지 못하면 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자체가 우리 공동체의 삶과 유리된 ‘골칫거리’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조효제/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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