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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모병제 논란, 국방개혁이 먼저다(경향신문, 2021.04.3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5-06 12:01
조회
480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몇몇 국회의원들이 군대와 관련해 농익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면서도 병역의무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하는 전 국민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단다. 모순이다. 이름은 근사하게 ‘남녀평등복무제’라 붙였지만, 왜 여성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다. 그저 병역 대상이 늘어나고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수 있어 좋단다. 군가산점제 논란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진작에 끝났지만, 일부 정치인이 엉뚱한 논란을 일으켜 문제일 뿐이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담시키는 하향 평준화 방식으로 성평등을 말하는 것도 놀랍다. 이런 식이면 남성도 임신과 출산을 함께해야만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적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군대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군대는 어떤 군대인지, 군대에는 바꿀 게 없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조차 없다. 군대는 요지부동인데 젊은 인구가 줄어드니 여성도 징병대상으로 삼으면 된다는 거다. 군대에 의무복무 병사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복무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군대는 어떤 규모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등 핵심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군대에서 병사들의 역할은 대개 쓸데없는 일을 반복하는 거다. 불침번이나 외곽 경계근무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고, 부대의 허드렛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각개전투, 유격훈련처럼 효용이 없어진 유물적 행태를 반복하는 교육훈련도 한심하다. 왜 쓸모없는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다. 군사력은 숫자에 달려 있지 않다. 첨단무기를 얼마나 보유하는가, 무기를 생산하고 운용할 경제력이 있는가 등이 좌우한다. 하지만 한국군은 육군 보병 위주, 숫자 위주의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 육군 장군 숫자가 미군보다 많다거나 중령 이상 고급장교 숫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은 ‘국방개혁 2.0’을 통해 “공룡 같은 군대를 표범같이 날쌘 군대로 만들겠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장군 숫자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겨우 몇십 명 줄인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국방부와 그 직할부대, 방위사업청 등에 잔뜩 진을 친 장군들이 엄청 많은데도 그런다. 1만명쯤 되는 고급장교도 마찬가지다. 전투력과 상관없는 인력은 절반 이상 줄여도 되는데,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직업군인들은 일반 공무원보다 2개 직급이나 높은 대접을 받는다. 5급인데 3급 월급을 받는 거다. 전두환 때 만든 이상한 지침이 근거다. 군인연금에 대한 국가보전금도 지나치게 많다. 직업군인들의 특혜를 위해 쓰이는 세금이 너무 많다. 직업군인들은 누구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가유공자가 된다. 10년만 근무하면 무조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된다. 유공자와 국립묘지를 관할하는 국가보훈처는 장차관 모두 국방부 출신으로 국방부 뒷마당 역할에만 충실할 뿐이다.


직업군인들이 넘치는 대접을 받는 이면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용돈 수준의 급여만 받으며 세월을 허비하는 의무복무 병사들이 있다. 직업군인들, 특히 고급장교들의 기득권을 위해 병사들을 강제 동원하는 방식으로 한국군을 운영하는 거다. 온통 낭비적 요소로 가득한 군대는 덩치만 큰 느린 공룡이 되었다. 병사들은 소모적 존재로 그저 숫자만 채우고 있다. 병사들의 숫자가 채워져야 대대-연대-사단으로 이어지는 장교들의 보직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는 고치고 바로잡을 게 너무 많다. 국가는 국방개혁부터 해야 한다. 국민의 의무를 늘리는 건, 그다음에나 생각해볼 문제다. 혈세를 낭비하면서 세금 더 거둘 생각에만 골몰하는 꼴이어선 곤란하다. 아무 쓸모 없이 그저 국방부 재산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독차지하며 방치하는 군대 땅은 또 얼마나 많은가. 민관군 합동으로 현지조사를 하고 불필요한 땅은 국가에 반납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군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그걸 실천할 직업군인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생각은 딴판이고 개혁을 위한 실천은 거의 없다. 오로지 고급장교들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한 군대는 바꿔야 한다.


모병제는 꼼꼼하게 검토할 문제다. 잘못하면 가난한 젊은이들만 군대 가고, 군대 다녀오면 ‘2등 시민’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그러니 제대로 논의하고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그런 논의 이전에 급한 숙제는 군대를 개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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