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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보도에 도구·수법까지 소개… 트래픽과 교환해버린 모방 위험성 (기자협회보, 2019.06.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6-20 09:45
조회
732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보도]


주변인 보도로 2차 피해 우려, 조회수 노린 ‘검색어 기사’ 만연


경찰이 공개한 피의자 신상 여과없이 수용했다는 비판도


제주에서 일어난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씨가 지난 1일 긴급체포된 이후 대중은 잔인한 범행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이 피의자라는 점과 의문이 남는 범죄 동기, 경찰의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 등의 이유로 언론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은 범행에 쓰인 도구, 방법 등을 상세히 묘사해 모방범죄의 위험성을 키우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피의자 주변인 보도 등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보도가 온라인에 집중되고 있어 언론이 이번 사건을 트래픽 올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씨가 긴급체포된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제주 전 남편 살해’ 키워드로 검색해 9개 종합일간지의 해당 사건 보도 수를 조사한 결과 세계일보 93건, 중앙일보 78건, 국민일보 73건, 조선일보 44건, 동아일보 43건, 서울신문 37건, 한국일보 23건, 경향신문 16건, 한겨레 5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지면에 게재된 기사는 세계 7건, 중앙 4건, 국민 8건, 조선 8건, 동아 8건, 서울 9건, 한국 4건, 경향 1건, 한겨레 3건에 불과했다.


조회수에 목맨 선정적 보도도 여전했다. 동아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유치장서 밥 잘 먹고 샤워도...규칙적 생활>, 국민 <고유정 전 남편 시신? 어민, 놀라서 버린 비닐봉지 정체는>, 서울 <고유정, 전 남편과 봉사동아리에서 만나 “결혼생활 중 흉기”>, 중앙 <“고유정 전남편은 최상위 학생...A+에 SCI급 논문도 2~3편”> 등은 범죄 재발 방지나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짚는 보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한국경제신문의 <‘오원춘 능가’ 고유정 살해방법...완전범죄 노리고 “고소하지 마” 조작문자도> 기사는 지난 2013년에 일어난 수원 살인사건을 다시 등장시켜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언론이 조현병 환자 관리 실태 등을 보도해 사건 원인이나 범죄 예방에 집중했던 지난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사건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범죄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리는 건 지나치게 불필요한 정보 제공이고 모방범죄 가능성만 커질 뿐 범죄 예방 차원의 효과는 없다. 이번 사건을 온라인으로만 소비했다는 건 해당 기사가 상품성은 있지만, 저널리즘 가치는 떨어져 지면에 올리기 어려웠다는 뜻”이라며 “특히 포털 사이트에 유통되는 매체의 기사는 어린이, 청소년 등이 너무나 쉽게 범죄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고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언론 대부분은 경찰이 공개한 피의자의 얼굴이 나온 사진과 실명을 그대로 보도해 인권에 대한 고민 없이 언론이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의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 과정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지만, 언론은 여과 없이 피의자 신상을 보도했다”며 “피의자 신상 공개로 한국 사회가 공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 시민들의 불필요한 호기심만 충족시키고 수용자의 시선을 끌었다는 것 말고는 얻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향처럼 얼굴이 나온 피의자 사진을 싣지 않거나 한겨레와 같이 피의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실명을 쓰지 않는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언론사도 있었다. 이재훈 한겨레 24시 팀장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범죄 재발을 막고 사회적 개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언론은 사안을 외면하지 않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발생 한 달 뒤 다시 현장에 가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보도해 피해자 보호 사회적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송현숙 경향 전국사회부장은 “개인 신상 공개는 최소화하자는 내부 원칙이 있다. 피의자 주변인의 2차 피해 같은 의도치 않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신상 공개가 공익적으로 정당할 수도 있겠지만 국장, 에디터들과 같이 얘기를 나누며 이번 사건의 경우 신상을 공개하는 게 공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경찰이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릴 때 분노의 화살이 어디로 돌아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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