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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성별제한 폐지"..여성 청장 1호는 언제쯤 나올까요?(한겨레, 2018.06.2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8-14 11:14
조회
22
뉴스AS]
여성 경찰관 비율 10.9%..총경 이상은 679명 중 16명뿐
경찰대·간부후보생 성별제한 폐지 '여성청장 시대' 올까

[한겨레]

29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선 이철성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열립니다. 이 청장은 경찰 역사에 몇 가지 ‘최초’ 기록을 세웠습니다. 역대 경찰 수장 중 처음으로 60살 정년을 채웠고,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까지 경찰 내 11개 계급을 모두 거친 유일한 경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청장의 퇴임을 3주 남겨뒀던 지난 9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선 여성 2만2000여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이철성은 사퇴하라”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2차 규탄 시위’의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이날 집회에선 “여성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라”, “경찰성비 여성남성 9대1로 만들어라”라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혜화역에 모인 젊은 여성들은 왜 경찰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던 것일까요? ‘불편한 용기’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관련 기사: “왜 많은 여성이 모이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에게 물었다)에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밝혔습니다.

“농민들이 쌀값 보장 투쟁 시위를 할 때 ‘농림부 장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외친다.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를 하는 경찰들이 많은 상황에서 책임자 사퇴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한국의 경찰 남여 비율은 9:1이다. 남성 경찰이 90%라는 현실엔 아무도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여남 경찰 9:1 정도는 주장해야, 성비가 5:5 정도라도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 청장의 퇴임식 이틀 후인 7월1일은 ‘여경의 날’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혜화역 시위’의 요구대로 생물학적 여성 경찰청장은 탄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여성 경찰청장이 나온다면 그건 언제쯤 가능한 일이 될까요?

우선 청와대는 지난 15일 이 청장의 후임으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임명했습니다. 임기 2년의 경찰청장(치안총감)은 통상 한 단계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6명 가운데 1명으로 정해집니다. 민갑룡 내정자와 함께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있던 치안정감 6명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경찰 계급은 치안총감이 제일 높고, 그 아래로 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 순입니다. 현재 여성 경찰 가운데 최고 계급은 경무관으로 전체 76명 가운데 단 2명뿐입니다.

그럼 경무관이 경찰청장 후보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우선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우 경무관 승진부터 치안정감 승진까지 만 4년(2014년 1월∼2017년 12월)이 걸렸습니다. 나머지 5명의 치안정감인 박운대 인천지방경찰청장(2014년 1월∼2017년 12월), 박진우 경찰대학장(2012년 11월∼2017년 7월), 이기창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2011년 12월∼2017년 7월),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2014년 1월∼2017년 7월),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2010년 12월∼2017년 7월) 등도 짧게는 만 4년에서 길게는 6년 6개월가량이 걸렸습니다. 여성 경찰 가운데 최고 계급인 경무관 2명, 김해경 인천지방경찰청 1부장과 이은정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각각 2014년 1월과 2015년 12월 경무관으로 승진했습니다.

경찰 조직 전체에서 여성 경찰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201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경찰 숫자는 11만8177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 경찰은 10.9%(1만2911명)에 불과합니다. 전체 여성 경찰 1만2911명 중에서도 80% 이상인 1만388명이 순경(3239명), 경장(3421명), 경사(3728명) 등 하위 3개 계급에 몰려있습니다. 반대로 전체 남성 경찰 10만5266명 중 경사 이하 계급의 비율은 약 47%(4만9217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총경 계급(경찰서장급) 이상 679명 중 여성 경찰은 16명뿐입니다. 이런 상황은 왜 벌어졌을까요?

여기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경찰을 채용할 때부터 남녀 성별 제한을 두기 때문입니다. 특히 졸업과 시험 합격 뒤 간부급(경위 이상)이 되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을 선발할 때 여성은 전체 모집인원의 10~12%만 선발됩니다. 한 해 100명을 뽑는 경찰대는 신입생 가운데 12명만, 간부후보생 시험의 경우 전체 50명 가운데 40명을 뽑는 일반경과에서 여성 지원자는 5명만 뽑습니다. 이렇게 남성 경찰과 여성 경찰의 비율이 9대 1인 상황은 ‘성별 분리 채용’과 관련이 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경찰간부 후보생 시험과 2014년 경찰대 신입생 모집에서 여성 선발 비율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물리력이 필요한 경찰업무의 특성상 여성 선발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치안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경찰이 늘어나면 경찰의 치안역량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인 걸까요?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 경찰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사실 지구대에서 일어나는 사건 100건 중 완력을 써야 하는 경우는 2~3건에 불과해요. 비율로만 따지면 적은 숫자죠. 그런데 이걸 또 산술적으로만 따져 말할 수는 없어요. 거칠게 폭력을 휘두르는 현행범을 체포하는 일처럼 100번 중 2~3번 일어나는 사건이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또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주취자를 옮기거나 할 때도 여경들이 남경들에 비해 물리적인 힘이 약한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봐요. 교육받을 때 보면 여경들이 남경들보다 열의도 있고, 열심히 해요. 일을 야무지게 잘 처리하는 여경들도 많고요. 그런데 결혼하고 출산해서 아이 키우다 보면 현장 업무를 잘 해내기가 어려운 거죠. 미혼일 때하고는 환경이 달라지는 거니까. 엄마 경찰이 집에 2~3살짜리 어린 애를 그냥 두고 야근할 수 있겠어요?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자기 일 열심히 하던 여경들도 결혼하고 나서 행정업무 처리하는 ‘관리반’(내근)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더라고요.”

현장 업무에서 여성 경찰이 하기 어려운 일이 일부 있다는 점과 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 경찰의 경우 남성 경찰보다 ‘집안일’에 신경쓸 것을 요구받는 만큼 점차 현장 업무를 떠나게 된다는 점. ‘제한 없이 여성 경찰을 뽑기 어렵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 2가지 이유는 여성에게 가사 노동을 더 많이 부담시키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존재하는 한, 나름 일리 있는 설명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직 내에서 여성 경찰의 확대를 꺼리는 것이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뿐일까요?

여성 경찰 최초이자 유일하게 경찰 조직 서열 2위 계급(치안정감)까지 올랐던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여성 지휘관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듣다 보면 그게 전부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경찰 생활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 중 하나는 ‘여자라서 성폭력·가정폭력 사건에만 비중을 둔다’거나 ‘(여경은) 그런 사건만 잘한다’는 편견이었어요. 저는 강력 사건의 증거를 찾는 과학수사 업무를 오래 했기 때문에 2006년 서울 마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포 발바리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었어요. 성범죄 여부를 떠나 강간 사건은 살인·강도와 더불어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3대 강력사건 중 하나니까요. 그런데 경찰 내에선 ‘경찰이 처리해야 할 중요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데, 사건이 그것(여성 대상 범죄)뿐이냐?’, ‘서장이 여경이라서 저러는(성범죄 사건 처리에 신경을 쓰는) 거다’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어요. (중략) 물론 여경들은 사회 분위기상 남성 동료들보다 육아와 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더 받고, 그만큼 가족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게 크죠. 그래서 여경 후배들에게 ‘내가 (일을 하느라) 아이들에게 잘 못 해주나?’와 같은 내적 갈등에 빠지지 말고 힘들어도 버티라고 조언해요.”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경찰관 남녀 분리 채용 제도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성별 구분 없이 통합 채용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020년부터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선발에서 남녀 통합 모집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 경찰의 채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경찰대 졸업생이나 간부후보생은 말 그대로 ‘간부’입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경찰 간부도 업무를 하면서 완력을 쓰지 않아요. ‘경찰업무는 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을 무제한으로 뽑아선 안 된다?’ 그건 난센스입니다. 경찰한테 완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여성 경찰의 완력 문제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든 남성 경찰의 완력 부족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 거죠? 또 경찰업무가 완력을 쓰는 일도 있지만, 완력을 쓰지 않는 업무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건(완력이 부족한 여경의 채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 그냥 여성 경찰이 싫다는 걸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경찰청은 지난 4월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고,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중입니다. 여성학 박사인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 과장은 ‘여성 경찰청장 시대’의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여성 경찰청장을 임명하라’는 구호가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여성 대상 범죄수사, 여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여성 경찰을 필요로하는 민생현장은 점차 늘어나고 있죠. 미투 운동 이후 경찰 내에서도 여성 경찰의 중요성과 필요에 대해 깨달아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조직을 바꾸기 위해 성평등정책담당관실도 만들게 됐죠. 내부적으로 현재 10.9%인 여성 경찰의 비율을 2022년까지 1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성 경찰 비율이) 조금 더 높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있고요. 분명한 것은 조직 내 성평등을 이루는 일은 치안정책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핵심입니다. 내부 구성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조직이 성평등적 관점을 제대로 갖게 됐을 때 한쪽 성별에 치중되지 않은 범죄수사와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선발 뒤 바로 관리자로 전환할 수 있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을 성별 구분 없이 통합 모집하기로 한 결정은 경찰 내 성평등을 위해 의미있는 결정입니다. 이렇게 작은 노력을 이어가다 보면 머지않아 ‘여성 경찰청장의 시대’가 오겠죠.”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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