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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비판에만 귀 기울여도 '경찰개혁' 절로 된다" (한겨레, 2017.08.02)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1 11:29
조회
290

파면 뒤 인권연대 연구원 변신한 표정목 전 경장


한솥밥 동료들에게 3일 동안 23시간에 걸쳐 탈탈 털렸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은데 병원에 가봤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모멸감이 느껴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을 돕고 싶어 2007년 경찰관이 됐지만 직장생활 10년은 꿈꿨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부당한 지시, 과도한 실적경쟁 등이 넘쳐났다. 이런 조직문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다 지난 4월 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파면된 전직 경찰관 표정목(34·전 경장)씨가 지난 14일 인권연대 연구원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내부비판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경찰개혁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 남부경찰서 학동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올해 초 서장 명의로 ‘과태료 실적 제고’를 지시하는 공문이 내려오자 내부게시판에 ‘해당 서장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하겠다’고 글을 썼다. “과태료는 처벌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관이 독촉하러 다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글은 그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소청심사 과정에서 인천지방경찰청은 ‘(표씨가) 내·외부망에 글을 올리면서 서장, 과장, 팀장의 직책 또는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하고 모욕감을 주었다’며 ‘지난해 9월 지휘보고를 통해 (표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감찰팀이 최근 2년간의 행적을 추적했다. 직무 태만, 내부 결속 저해, 사건 처리 지침 위반 등 11가지 사유를 들며 나를 파면했다”고 말했다.


올초 ‘과태료 실적 제고’ 지시에
‘부당하다’ 반발 뒤 감찰당해
태만·결속 저해 등 사유로 쫓겨나
오창익 국장 권유로 인권연대 합류
“실적 쌓기 경찰력 행사 폐해 심각
복직되더라도 활동가로 살겠다”


그는 경찰의 감찰 시스템이 ‘내부비판 입막음용’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아무개 경무관의 경우 일선 서장 시절 관할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공짜로 받았다. 경찰은 그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해 지난 6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감찰 과정에서는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며 “법을 어겨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은 정직 처분하면서, 지휘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사람은 파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가 연구원으로 일하는 인권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최근 경찰청이 외부 쓴소리를 듣겠다며 꾸린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이 됐다. 오 국장은 표씨가 면직 처분된 당일 전화를 걸어와 연구원직을 제안했다. 표씨는 “얼떨떨했다. 평소 경찰인권센터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리고 했던 것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며 “이왕이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 소청심사가 정리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기각되면서 바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표씨는 오 사무국장이 경찰 간부를 대상으로 인권 강연을 할 때 강연 자료를 마련하는 등 돕고 있다. 오 국장이 강연 때마다 표씨 사례를 대표적인 부당 표적 감찰로 언급하면, 경찰 간부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고 한다. 그는 경찰뿐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제보도 다루고 있다.


표씨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도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력이 과도하게 실적 쌓기에 치중하는 행태가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미치는지를 연구 중이다.


표씨는 “경찰력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한 뒤에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경찰이 수십년째 안전띠 미착용 단속을 강조하고 한해 수백억원씩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자동차 제조사에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도록 제안해보든가 하는 행정적인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씨는 조만간 복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복직되든 안 되든 활동가로 살아가겠다. 30대에 확실하게 꿈을 바꾼 것만 해도 다행 아니냐”며 “잘리더라도 ‘그들’에게 잘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5284.html#csidx0dc843b64bfbf44b684af1eee74c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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