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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경찰은 '아버지'같았다 (한겨레21, 2020.06.22)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6-23 13:01
조회
589

북한이탈주민 고민 상담까지 업무 역할 넓혀온 보호관,


생활 지원 업무 경찰 대신 통일부가 맡아야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배경에는 ‘신변보호담당관’(이하 신변보호관) 제도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과거 보안(옛 대공) 경찰이 북한이탈주민을 감시하려고 만든 경찰청 보안국 신변보호관이 현재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탓이다.


73% 제도에 만족한다, 42% 인권침해 경험


신변보호관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북한이 공산권 붕괴와 자연재해로 1994년께부터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란 심각한 굶주림을 겪으면서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이 급증했고 법적 체계가 마련됐다. 애초 신변보호관의 역할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을 감시하고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과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신변보호관은 자연스럽게 북한이탈주민의 직업이나 교육을 지원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까지 맡았다. 신변보호관은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북한에서 감시사회를 경험했기 때문에 신변보호관은 북한의 보위부와 같다”고 인식하는 것이다.(‘경찰의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관한 고찰’, 2018) 이는 신변보호관의 역할을 북한이탈주민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이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제도 개선방안 실태조사’ 보고서의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남성 51명·여성 169명)를 보면, 북한이탈주민 응답자의 73%가 ‘신변보호관의 활동에 만족한다’, 74%는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또 50%가 지난 1년 동안 신변보호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31%는 직장 관련이었고 신변 보호 관련은 11%에 그쳤다. 신변보호관의 주요 업무가 신변 보호보다 정착 지원으로 바뀐 셈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면접조사에선 더 놀라운 답변이 나왔다.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서 고민을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존재가 신변보호관이라고 했다. 또 남한에서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신변보호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라 했고,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신변보호관 교체에 불만을 제기했다. 신변보호관을 ‘아버지’ 같은 존재로 보고, 무조건 신뢰하는 북한이탈주민도 있었다. 2009년 이전에 입국한 북한이탈남성 ㄱ씨의 말이다. “(하나원을 나올 때) 신변보호관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지는 줄 알았어요. 나한테는 하나님 같은 존재죠.”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신변보호관이 경찰관이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좋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효율적이다. 통일부 하나센터에서 하는 일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도 “처음엔 경찰이라 두려웠지만, 자주 연락하다보니 가까워졌다. 통일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신변보호관의 지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보안경찰 규모 유지하는 명분”


북한이탈주민과 신변보호관 사이에 강력한 신뢰와 권력 관계가 형성되기에 신변보호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42%가 ‘신변보호제도로 인한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피해로 ‘사생활 침해’(38%)를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보호 기간 종료 이후에도 계속 연락해왔다’(17%), ‘너무 잦은 전화, 문자 등으로 불편했다’(16%), ‘신변보호관이 교체된 뒤에도 이전 담당관이 개인적으로 연락해왔다’(10%) 등의 사례를 들었다. 10대 때 탈북해 남한에서 대학과 직장을 다니며 결혼하고 아이도 낳은 북한이탈여성 ㄴ씨. 결혼 전 혼자 살 때 그는 신변보호관이 늦은 밤에 방문해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인터폰이 오는 거예요, 담당형사라고. 무슨 수요 조사를 한다고. 내려갔더니 경비 아저씨가 ‘이분이 그분이시구나’ 하는 거예요. 그 동네에 살며 (주변에서) 다 (내가 북한이탈주민인지) 모르고 계셨는데.”


북한이탈주민은 신변보호관에게서 북한이탈주민 출신이라고 무시나 차별을 받거나 자기 말을 따르도록 겁주는 식의 ‘정서적 침해’(7%)도 경험한다. ‘신체적 침해’(4%)도 있는데 여행이나 집회·모임 참가를 방해하거나, 원치 않는 식사나 술자리를 강요하는 것이다. ‘성적 침해’도 4%나 됐다.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을 하거나 불필요한 신체 접촉, 개인적 만남 요청 등이 있었다. 북한이탈여성 ㄷ씨는 신변보호관에게서 부적절한 관계 제안을 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나하고 친하자고 그러더라고요. 결혼한 사람이 왜 이런 마음을 먹느냐고 물었어요. 아내하고 관계를 못 가져서. 내가 혼자 사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지속해서 전화했지만 ㄷ씨는 거절했다. 2008년 입국한 북한이탈남성 ㄹ씨는 “(신변보호관은) 대부분 어리고 혼자 사는 여자”에게만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고도 했다.


신변보호관의 역할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인권위 보고서 연구책임자인 정상우 인하대 교수(사회교육과)는 “신변 보호는 중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처럼 북한이탈주민을 위험한 사람들로 보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질서와 국가 안보라는 관리적 측면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신변 보호하기에 과잉 감시와 통제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가 생기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이 신변보호관을 믿고 의지한다고 해서 이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안 된다. 신변보호관은 안보나 범죄 예방만 맡고, 정착이나 생활 지원 업무는 통일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변보호관을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국 서광철 북한이탈주민안전계장도 “법령상 신변보호관의 임무는 신변 보호와 범죄 예방이고, 정착·취업 지원과 상담 등은 통일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 75%지만 신변보호관은 18%


그러나 통일부와 경찰청의 업무를 조정하는 데는 ‘인원’이라는 중대한 걸림돌이 놓여 있다. 통일부 하나센터의 북한이탈주민 담당자는 민간인으로 180명 정도 있는데, 경찰청의 신변보호관은 공무원으로 900명이나 된다. 일이 있어야 북한이탈주민과 연락하는 하나센터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북한이탈주민과 연락하는 신변보호관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통일부 마삼민 정착지원과장도 “하나센터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과 민원인을 중심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신변보호관은 줄이고 하나센터 담당자 수를 늘려서 경찰과 통일부의 업무를 정상화해야 한다. 경찰은 신변보호관을 보안경찰 규모를 유지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신변보호관과 관련한 북한이탈주민 인권침해 사건을 줄이기 위해 신변보호관의 성별을 북한이탈주민 성별 구성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9년까지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여성 비율은 75%지만, 현재 경찰청 신변보호관 중 여성 비율은 17~18%에 그친다.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남성 신변보호관과는 아무래도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성 신변보호관과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여성 신변보호관 비율을 높이면 신체적·성적 침해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경찰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서광철 북한이탈주민안전계장은 “북한이탈여성과 만날 때는 되도록 여성 경찰관을 대동하게 하고, 경우에 따라 여성 경찰관을 대신 보내기도 한다. 오해받지 않게 주의하라는 지침도 내렸다”고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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