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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가 패싱한 포토라인, 누구를 위해 만들었을까 (미디어오늘, 2019.01.2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1-28 17:08
조회
629

취재과열 막고 취재원 보호하려 만들었지만… “검찰 공적 과시, 범죄자 낙인 개선 필요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박근혜 정부 대법원의 재판거래 사법농단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대법원 앞에서만 입장을 밝히고 검찰 포토라인을 ‘패싱’해 논란이 됐다.


포토라인(photo line)은 다수의 취재진이 제한된 공간에서 취재해야 할 경우, 취재진의 동선을 제한해 혼란을 막기 위한 자율적 제한선을 말한다. 특히나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수사기관에 출석할 경우 삼각형 모양의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장면을 언론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이 반드시 포토라인에 서야 하는 걸까. 사실 국민 누구나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 권리가 있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도 ‘초상권 보호조치’로 검찰청 내 포토라인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적 인물인 피의자의 소환이나 조사 사실이 알려져 촬영 경쟁으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고 피의자가 동의하는 경우엔 청사 밖의 구역에서 예외적으로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공보(취재 지원) 담당자는 “취재 과정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질서유지 통제선 설치, 통제 인력 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준칙에 나와 있다.


언론의 포토라인 운영과 관련해 기자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서면 합의가 만들어진 건 지난 1994년 12월이다. 앞서 1993년 1월15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출두했을 때 포토라인 무너지면서 정 회장이 카메라에 이마를 부딪쳐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 등이 계기가 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가 1994년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상호 간의 불필요한 경쟁으로 무질서한 취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포토라인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선포문에선 “포토라인을 경계로 취재원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취재가 끝날 때까지 이를 지키며, 포토라인을 위반하는 기자가 소속한 언론사는 양 단체의 자체 규정에 의한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후 2000년대부터 다양한 인터넷 매체가 생겨나고 기존 ENG카메라 기자들만이 아니라 6mm 카메라 기자들까지 취재 경쟁에 가세하면서 포토라인이 무너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에 2006년 카메라·사진기자협회와 인터넷기자협회가 공동으로 구체적인 운영 방법과 벌칙 규정까지 명시한 ‘포토라인 시행 준칙’을 제정했다.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은 “검찰 포토라인은 1990년대만 해도 청사 안에 있다가 검찰이 초상권과 인권을 존중해 안에서 못 한다 그래서 기자단이 밖에서 하겠다고 나오기도 했다”며 “포토라인이란 게 검찰 소환자에게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타 정부부처나 복잡한 행사장, 국회 등에서도 질서 유지를 위해 신사협정을 맺는 거여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공인들이 언론의 취재가 집중되는 포토라인을 피해 가려다 기자들이 다치는 경우도 있다. 안 회장의 경우에도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 재벌 총수 모임 때 포토라인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몰래 올라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취재하다가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국민의 관심이 많은 이 회장의 모습과 신년 계획에 대한 생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취재였지만, 취재원들이 공개 취재를 원치 않을 경우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포토라인의 인권 침해 우려와 관련해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변호사는 “포토라인 자체는 강제 수단이 아니고 지나친 취재 경쟁을 막기 위한 자율적 통제선이어서 취재원이 받아들일 때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기자단 쪽에서 공인들에게 미리 접촉할 수 있으므로 ‘들어올 때 어떻게 해 달라’고 요구를 조율하고 포토라인 취재가 이뤄진다면 좀 더 원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이 방송에서 “포토라인 문제는 양승태 사건뿐 아니라 모든 사건에 있었는데 이걸 도드라지게 꺼내면서 국민의 시선을 다른 데 돌리려는 꼼수 같아 보여 굉장히 불편하다”며 “검찰도 비공개 소환을 하면 되고 언론사도 과열되거나 단정적인 질문으로 국민 여론을 왜곡하지 않는 방식으로 취재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과 유럽 등 포토라인 관행이 없는 나라는 공인과 연예인에 대한 파파라치 보도 등 사생활 침해 피해도 심해 포토라인 자체를 없애기보다 인권을 더 보호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형준 회장은 “독일 사례를 보면 출두 영상을 얼마나 오래 보관할 것인지,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가) 무죄가 되면 영상을 쓰지 않고 양형에 따라 보존 기한을 정하는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며 “기자들도 질문했을 때 답을 안 하면 더 독촉하지 않고 반론권을 보장하며 ‘기자가 나를 죄인 취급하는 건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취재 방법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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