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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검찰개혁, 벌써부터 포기하는 건가 (경향신문, 2018.01.1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1-19 18:03
조회
556

견제와 균형.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란다. 옳은 방향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가고 영화 <1987>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시민적 요구도 높은 때이니, 이쯤에서 청와대가 청사진을 밝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막상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뭘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권력기관 개혁이 가능하다고 진짜로 믿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식이라면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잡는 개혁은 불가능하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이 모두 개혁 대상이며, 범죄나 과오로 친다면 막상막하겠지만, 그 위세나 영향력으로 보면, 역시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검찰공화국’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국가기관 중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단연 독보적이다. 수사권과 경찰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그리고 형집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검찰이 틀어쥐고 있다. 이런 권한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법무부를 장악하고 여러 부처 파견을 통해 국정 전반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지닌 막강한 권한을 쪼개는 데 있다. 그게 민주주의 원칙에 맞고, 시민들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도 그리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발표에는 검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나누는 방안이 전혀 없다. 겨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법무부 탈검찰화밖에 없다.


공수처 설립은 법무부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갈등에서 보듯, 어떤 공수처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이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원안이 훼손된 상태인 데다, 뒤가 구린 탓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기에 또 어찌 될지 모르겠다.


공수처를 통해 검사들의 개인 비리는 단속할 수 있겠지만, 검사들이 범죄를 일삼는 사람들은 아닐 테니,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순환을 막을 방도는 아니다. 법무부 탈검찰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시도했던 일이다. 인권국장, 출입국관리국장 등 여러 요직에 검사가 아닌 사람들을 임명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자리는 다시 검사들 차지가 되었다. 불가역적 개혁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다만 몇 걸음 더 나아간다고 개혁이라 부를 수는 없다. 핵심은 검찰 권한을 쪼개는 데 있다.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마저 검찰이 ‘특수수사 등’은 계속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특수수사는 개념부터 모호하다.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지만, 법률 용어도 아니고, 특수수사와 그렇지 않은 수사를 나누는 경계조차 없다. 검찰이 특수수사라고 규정하면 특수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 권력 중에 가장 센 권력이 바로 ‘정의(定義)하는 권력’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특수수사에다 ‘등’까지 붙여줬으니, 검찰로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경찰이 전체 수사의 98%를 담당하고, 검찰은 선택적으로 ‘특수수사 등’만 골라서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영장청구권이나 기소독점권도 그대로다. 형집행권도 여전히 검찰의 권한이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검찰개혁은 단박에 물 건너간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넘겨받는 수사권도 없고, 검찰의 지휘도 여전하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갖는 건 아니지만, 경찰도 엄연한 개혁대상이다. 하지만 경찰개혁 방안도 별 게 없다.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지만, 지금의 국가경찰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제주도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단다. 경찰의 힘을 분산하는 데 아무 도움도 못된다. 광역단체장은 수천명 규모의 자치경찰을 부릴 수 있어서 좋겠지만, 시민에겐 어떤 새로운 이익이 있을지 모르겠다. 범칙금 부과 건수야 확실히 늘겠지만, 민생치안이 얼마나 좋아질지 모르겠다. 제주도민들이 자치경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치안서비스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제주는 범죄 분야에서 3년 연속 가장 낮은 5등급에 머물러 있는 유일한 광역시·도다. 정부 공인 ‘범죄도시’에만 자치경찰이 있는 거다.


경찰을 통제할 좋은 방안은 이미 제시되었다.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청에 권고했고, 경찰청도 수용하겠다는 경찰 전담 감시기구 신설이다.


영국의 ‘독립적 경찰비리민원 조사위원회’가 모델인데, 수백명의 인원으로 밤낮없이 경찰을 감시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이다. 감시만 제대로 한다면, 경찰은 시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왜 이런 핵심이 빠졌는지 모르겠다.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도 내치와 외치를 분리한다는 것처럼 공허한 이야기다. 교과서에선 가능할지 모르지만, 조직을 완전히 떼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공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구성되는 한, 인사권과 감찰권을 지닌 경찰청장, 나아가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정도의 개혁안으로 권력기관이 바뀌는 일도, 이 기관들이 오로지 시민들만을 위해 거듭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권력을 잡고 난 다음에 생기는 일종의 안도감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권력기관을 이용해 시민들을 괴롭히지 않을 테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모두 정권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적당한 선에서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결국 그런 막연한 생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았고, 지난 10년 동안의 적폐를 불러왔다. 개혁은 원칙대로, 불가역적으로 해야 하고 청와대가 아니라, 불과 1년 전 야당이었을 때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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