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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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두들겨패줄 거야!> 글·그림 페르닐라 스탈펠트, 이미옥 역 - 김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25
조회
1281
「두들겨패줄 거야!」글·그림 페르닐라 스탈펠트/ 이미옥 옮김, 시금치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제반의 조건 혹은 권리들을 ‘인권’이라고 했을 때, 인권이 가장 참혹하게 유린당하는 게 전쟁 상황일 것이다. 가자 지구에서처럼 폭탄이 터지고 총탄이 수시로 날아오는 참혹한 상황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조용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아이들은 입시 전쟁에 대학생들은 취업 전쟁, 직장인이나 사회인들은 회사나 자기 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쟁을 치루고 있다. 너무나 치열한 경쟁, 이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쟁은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뿐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경찰차 벽이나 경복궁 역 부근 골목마다 서 있는 경찰들이나, 집회를 하고 있노라면 엄청난 성능의 스피커로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는 살벌한 경고는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것만 같다.
이 와중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 치열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소년병이 되고 테러범이 되는 경우는 흔히 보아온 바이다. 최소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사회가 주는 상시적인 긴장과 불안 속에서 폭력에 대해 저도 모르게 무디어지지는 않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두들겨패줄 거야!’ 다. 표지에는 속옷만 입은 남녀가 서로 머리를 때리고 경찰이 사람을 밀치고 있다. 그림은 정말 화난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매우 직설적이다. 책을 펴 보면 여러 폭력의 상황이 나온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꽥 지르는 것도 폭력”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형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거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도 폭력이라고 한다. 특히 욕하고 놀리는 말도 폭력이며, 깔려 죽은 동물을 무심코 치고 가는 할머니를 그리면서 무관심도 폭력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나는 이 책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무관심’이 폭력의 하나라고 알려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놓치기 쉽다. 별 생각 없이 다는 악성 댓글, 자신의 불안을 투영하면서 배설하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지 우리는 코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하는 경우야 불법을 넘어 이 권력의 부당함과 야비함이 드러나는 것이겠지만, 그런 댓글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다는 경우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이런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무관심이 폭력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지적이다. 어른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 평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동료에 대해, 혹은 말 못하는 식물이나 지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 뒷부분에는 환경오염도 폭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참 좋다고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점이다. 아이들을 체벌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나 똥으로 전쟁을 했다는 뜨끔한 지적, 흥미로운 대목을 보여 주며 역사적으로 폭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폭력의 이유, 폭력의 반대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다. 물론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이야기한다.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이해하기, 이야기로 협상하고 말하기, 나부터 전쟁을 반대한다는 시위까지 다양한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오히려 폭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웨덴 그림책이다. 서구권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 그림책과는 그림의 느낌도 다르고 화법도 매우 직설적이라 어쩌면 바로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울퉁불퉁해 보이고 날카롭고 세련되지 않아 보이는 그림 속에 담긴 폭력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일독을 권한다.
두들겨패줄 거야!
김상미/ 너머북스 대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제반의 조건 혹은 권리들을 ‘인권’이라고 했을 때, 인권이 가장 참혹하게 유린당하는 게 전쟁 상황일 것이다. 가자 지구에서처럼 폭탄이 터지고 총탄이 수시로 날아오는 참혹한 상황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조용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아이들은 입시 전쟁에 대학생들은 취업 전쟁, 직장인이나 사회인들은 회사나 자기 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쟁을 치루고 있다. 너무나 치열한 경쟁, 이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쟁은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뿐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경찰차 벽이나 경복궁 역 부근 골목마다 서 있는 경찰들이나, 집회를 하고 있노라면 엄청난 성능의 스피커로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는 살벌한 경고는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것만 같다.
이 와중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 치열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소년병이 되고 테러범이 되는 경우는 흔히 보아온 바이다. 최소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사회가 주는 상시적인 긴장과 불안 속에서 폭력에 대해 저도 모르게 무디어지지는 않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두들겨패줄 거야!’ 다. 표지에는 속옷만 입은 남녀가 서로 머리를 때리고 경찰이 사람을 밀치고 있다. 그림은 정말 화난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매우 직설적이다. 책을 펴 보면 여러 폭력의 상황이 나온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꽥 지르는 것도 폭력”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형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거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도 폭력이라고 한다. 특히 욕하고 놀리는 말도 폭력이며, 깔려 죽은 동물을 무심코 치고 가는 할머니를 그리면서 무관심도 폭력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나는 이 책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무관심’이 폭력의 하나라고 알려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놓치기 쉽다. 별 생각 없이 다는 악성 댓글, 자신의 불안을 투영하면서 배설하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지 우리는 코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하는 경우야 불법을 넘어 이 권력의 부당함과 야비함이 드러나는 것이겠지만, 그런 댓글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다는 경우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이런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무관심이 폭력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지적이다. 어른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 평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동료에 대해, 혹은 말 못하는 식물이나 지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사진 출처 - yes24
이 책 뒷부분에는 환경오염도 폭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참 좋다고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점이다. 아이들을 체벌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나 똥으로 전쟁을 했다는 뜨끔한 지적, 흥미로운 대목을 보여 주며 역사적으로 폭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폭력의 이유, 폭력의 반대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다. 물론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이야기한다.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이해하기, 이야기로 협상하고 말하기, 나부터 전쟁을 반대한다는 시위까지 다양한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오히려 폭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웨덴 그림책이다. 서구권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 그림책과는 그림의 느낌도 다르고 화법도 매우 직설적이라 어쩌면 바로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울퉁불퉁해 보이고 날카롭고 세련되지 않아 보이는 그림 속에 담긴 폭력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