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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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 방효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34
조회
1289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박경서, 김창남, 오인영, 조효제, 안수찬, 이상재, 김희수, 이찬수, 오창익 지음/ 철수와 영희(2015)
인권연대와의 첫 만남은 교사 직무연수였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업무 시간 외에 일 년에 60시간 정도의 직무연수를 받도록 직․간접으로 압박을 느낀다. 교육청 인정 장소와 강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는 증명서를 떼어 오면, 직무연수 시간이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된다. 학교평가에 해당 학교 교사들이 직무연수를 받은 시간에 따라 점수를 매긴 적도 있어서, 교감이 전화를 돌려 육아휴직인 사람에게도 온라인으로 직무연수를 받으라고 종용한 경우를 보았다.
재미없는 연수를 듣자니 고역인데, 경험한 선배의 말이 인권실천시민연대(현 인권연대) 강의는 들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게 인권연대를 만난 이유였다. 형광등 밝은 강의실에 전교조 조합원 같은 선생님들이 모여, 평소에 보기 힘든 스타일의 강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강사는 똑똑한데 이타적이고, 상식적인 어른이었다! 이런 연수가 있다니. 방학 때마다 인권연대에서 주최하는 연수만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전 일이다.
그동안 인권연대에서 하는 교사 직무연수의 강사진은 거의 같았다. 매번 최고의 인권 전문가를 모신 덕이다. 그런데 매번 새로웠다. 대통령이 달라지면 인권 상황이 들쑥날쑥했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게다가 강사나 수강생이나 항상 배우고 전진하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곽노현 방송대 교수와의 대화모임이었다. 약간 추운 3월 저녁, 수요대화모임에서 곽노현 교수의 교육관을 들으면서 이렇게 명쾌하고 분명한 길이 있다니 싶었다. 난 왜 진보하길 두려워하는 걸까, 느낀 대로 말하지 못하고 행동도 우물쭈물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나중에 교육감이 되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세 번째 만남은 인권연대 사람들이 만든 책이다. 이번 여름에는「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라는 책이 나왔다. 작년 8주 동안 진행한 '인권강사 양성과정'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교사 직무연수에서 본 강사도 있고 회원 송년 모임에서 얼굴을 익힌 기자의 글도 있다. 입말이 살아있는 글이 술술 읽힌다. 인권 전문가들의 막힘없는 생각은,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인권침해의 현장에서 사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사의 간추림과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은 덤이다. 다행히 역사는 진보한다. 그리고 그 속에 인권이 있다.
…역사는 우리를 억압하지 않음으로써 역으로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를 생각함으로써 과거와 현실에서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불의한 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인권의 가치를 알게 합니다.… (3강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무지와의 싸움, 오인영)
이번 책에 학교나 교육을 직접 거론하는 글은 없다. 내년부터 닥칠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 문제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처럼 어이없게 신선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책 한 권 편하게 읽다보면, 불편한 현실에서 초등 교사가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말해야 할지 든든한 배경 하나 얻은 느낌이다. 이런 게 사람 사는 기본이라고, 자신 있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세 번째 만남
방효신/ 서울 교동초등학교 교사
인권연대와의 첫 만남은 교사 직무연수였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업무 시간 외에 일 년에 60시간 정도의 직무연수를 받도록 직․간접으로 압박을 느낀다. 교육청 인정 장소와 강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는 증명서를 떼어 오면, 직무연수 시간이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된다. 학교평가에 해당 학교 교사들이 직무연수를 받은 시간에 따라 점수를 매긴 적도 있어서, 교감이 전화를 돌려 육아휴직인 사람에게도 온라인으로 직무연수를 받으라고 종용한 경우를 보았다.
재미없는 연수를 듣자니 고역인데, 경험한 선배의 말이 인권실천시민연대(현 인권연대) 강의는 들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게 인권연대를 만난 이유였다. 형광등 밝은 강의실에 전교조 조합원 같은 선생님들이 모여, 평소에 보기 힘든 스타일의 강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강사는 똑똑한데 이타적이고, 상식적인 어른이었다! 이런 연수가 있다니. 방학 때마다 인권연대에서 주최하는 연수만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전 일이다.
사진 출처 - yes24
그동안 인권연대에서 하는 교사 직무연수의 강사진은 거의 같았다. 매번 최고의 인권 전문가를 모신 덕이다. 그런데 매번 새로웠다. 대통령이 달라지면 인권 상황이 들쑥날쑥했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게다가 강사나 수강생이나 항상 배우고 전진하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곽노현 방송대 교수와의 대화모임이었다. 약간 추운 3월 저녁, 수요대화모임에서 곽노현 교수의 교육관을 들으면서 이렇게 명쾌하고 분명한 길이 있다니 싶었다. 난 왜 진보하길 두려워하는 걸까, 느낀 대로 말하지 못하고 행동도 우물쭈물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나중에 교육감이 되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세 번째 만남은 인권연대 사람들이 만든 책이다. 이번 여름에는「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라는 책이 나왔다. 작년 8주 동안 진행한 '인권강사 양성과정'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교사 직무연수에서 본 강사도 있고 회원 송년 모임에서 얼굴을 익힌 기자의 글도 있다. 입말이 살아있는 글이 술술 읽힌다. 인권 전문가들의 막힘없는 생각은,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인권침해의 현장에서 사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사의 간추림과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은 덤이다. 다행히 역사는 진보한다. 그리고 그 속에 인권이 있다.
…역사는 우리를 억압하지 않음으로써 역으로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를 생각함으로써 과거와 현실에서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불의한 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인권의 가치를 알게 합니다.… (3강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무지와의 싸움, 오인영)
이번 책에 학교나 교육을 직접 거론하는 글은 없다. 내년부터 닥칠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 문제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처럼 어이없게 신선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책 한 권 편하게 읽다보면, 불편한 현실에서 초등 교사가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말해야 할지 든든한 배경 하나 얻은 느낌이다. 이런 게 사람 사는 기본이라고, 자신 있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