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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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타인의고통>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역 - 길주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30
조회
1685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글/ 이재원 옮김, 이후(2004), 원제 :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타인의 고통>은 너무도 적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수전 손택은 사라예보에서 직접 전쟁을 체험하면서, 이미지로만 전쟁을 접한 시청자들이 결국은 그 참혹함을 ‘진부하게' 느끼게 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것은 지난 1세기하고도 반세기동안 [오늘날의] 언론인과 같다고 알려진 전문적인 직업여행자들이 촘촘히 쌓아올린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경험이다.…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 이른바 ‘뉴스’는 비참한 모습을 시청자들의 눈에 내던져 동정심이나 격분, 그도 아니면 찬성 같은 반응을 자아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분쟁과 폭력을 대서특필하기 마련이다.”1) 라고 지적하며, 참사와 언론, 그리고 언론의 폐해로 점점 건조해지는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논했습니다.
오늘날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언론이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가져다주는 충격을 통해서 전쟁을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그중 어떤 사건은 (거리상이나 심리적으로) 먼 곳에서 ‘뉴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이미지를 통하여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참사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와 이미지에 분개하고 관심을 가지다가, 반복되는 노출에 지쳐, 결국에는 ‘타인에게 일어난 고통스러운 사건(혹은 현실)'으로만 접하게 되는 것이죠. 저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같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죽어가는 생명과 그 가족이 안타깝다.' 등의 감정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그 감정에 스스로 지쳐버리고, 참사에 익숙함과 지겨움을 느끼다가, 결국 의도적으로 나와 먼 이야기로 치부하며 철저히 ‘타인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어떤 ‘의도'를 가진, 공정하지 못한 언론이 자리하고 있음을 꼬집습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단순히 참사 당사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동정하는 것 역시 경계하고 있습니다. 연민이라는 것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오히려 멀리서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잔혹한 이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일차원적인 현실인식과 동정이나 연민, 공포라는 감정 이외에 진정한 공감과 연대,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인의 고통>을 읽는 내내, 이 책에 등장하는 ‘전쟁'과 너무도 닮은 참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느덧 1주기가 다가오고 있는 4.16참사가 그것입니다. 세월호 사건, 혹은 4.16이라 불리는 이 끔찍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순간, 누군가는 피로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진부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반복되는 노출과 의도를 가진 언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한 ‘전쟁'이나 ‘참사'와 같은 것이라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4.16참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참사 당사자에 대한 단순한 연민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공감'과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한 것이죠. 관련 기사가 나올 때 의도적으로 외면한다거나, 단순히 피해자들을 동정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또한 진실을 밝히려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만하라!'는 비난 대신 그들을 지지해 주는, 아주 작은 격려의 움직임이라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지금, 다시 ‘공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수전 손택,『타인의 고통』, 이후, 2004, p.39
다시, '공감'에 주목하다
길주희/ 인권연대 간사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타인의 고통>은 너무도 적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수전 손택은 사라예보에서 직접 전쟁을 체험하면서, 이미지로만 전쟁을 접한 시청자들이 결국은 그 참혹함을 ‘진부하게' 느끼게 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것은 지난 1세기하고도 반세기동안 [오늘날의] 언론인과 같다고 알려진 전문적인 직업여행자들이 촘촘히 쌓아올린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경험이다.…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 이른바 ‘뉴스’는 비참한 모습을 시청자들의 눈에 내던져 동정심이나 격분, 그도 아니면 찬성 같은 반응을 자아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분쟁과 폭력을 대서특필하기 마련이다.”1) 라고 지적하며, 참사와 언론, 그리고 언론의 폐해로 점점 건조해지는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논했습니다.
오늘날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언론이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가져다주는 충격을 통해서 전쟁을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그중 어떤 사건은 (거리상이나 심리적으로) 먼 곳에서 ‘뉴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이미지를 통하여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yes24
참사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와 이미지에 분개하고 관심을 가지다가, 반복되는 노출에 지쳐, 결국에는 ‘타인에게 일어난 고통스러운 사건(혹은 현실)'으로만 접하게 되는 것이죠. 저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같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죽어가는 생명과 그 가족이 안타깝다.' 등의 감정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그 감정에 스스로 지쳐버리고, 참사에 익숙함과 지겨움을 느끼다가, 결국 의도적으로 나와 먼 이야기로 치부하며 철저히 ‘타인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어떤 ‘의도'를 가진, 공정하지 못한 언론이 자리하고 있음을 꼬집습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단순히 참사 당사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동정하는 것 역시 경계하고 있습니다. 연민이라는 것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오히려 멀리서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잔혹한 이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일차원적인 현실인식과 동정이나 연민, 공포라는 감정 이외에 진정한 공감과 연대,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인의 고통>을 읽는 내내, 이 책에 등장하는 ‘전쟁'과 너무도 닮은 참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느덧 1주기가 다가오고 있는 4.16참사가 그것입니다. 세월호 사건, 혹은 4.16이라 불리는 이 끔찍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순간, 누군가는 피로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진부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반복되는 노출과 의도를 가진 언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한 ‘전쟁'이나 ‘참사'와 같은 것이라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4.16참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참사 당사자에 대한 단순한 연민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공감'과 그에 따른 행동이 필요한 것이죠. 관련 기사가 나올 때 의도적으로 외면한다거나, 단순히 피해자들을 동정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또한 진실을 밝히려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만하라!'는 비난 대신 그들을 지지해 주는, 아주 작은 격려의 움직임이라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지금, 다시 ‘공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수전 손택,『타인의 고통』, 이후, 2004,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