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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이야기 두 번째 - 클럽 안 범죄(이회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6-19 13:22
조회
1147


이회림/ 00경찰서


 여름이 다가오니 슬슬 클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클럽 안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클럽 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절도가 발생합니다. 춤을 추는 사람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몰래 빼가거나, 테이블에 잠시 내려놓은 지갑을 그냥 가져가기 일쑤입니다. 크고 작은 시비와 폭행도 빠지지 않습니다. 담뱃재를 아무렇지 않게 떨다 옆 남성의 얼굴에 화상을 입힌 대학생도 있었고, 몸을 부딪쳤다고 서로 뺨을 때려가며 몸싸움을 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20대 초반 여성도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남자 두 명이 여자 한 명을 클럽 안에서 성폭행한 사건입니다. 가해자들을 편의상 2인조 강간범 A, B라고 하겠습니다. 40대 초반 A와 30대 초반 B는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A는 아들 둘을 둔 가장이었고, B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습니다. A와 B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클럽에서 놀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춤추기를 좋아해서 클럽을 다닌 것이 아니라 어린 여성들과의 소위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기 위해 주기적으로 클럽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클럽에 온 여성들에게 다가가, 새벽이 되면 대중교통이 끊기니 자신의 차로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말로 환심을 산 후 차에 태워 성범죄를 일삼았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 피해자 C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으로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겸해서 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C가 혼자 화장실을 가는 모습이 가해자들의 눈에 포착되었습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뒤따라 가 손목을 끌고 에어컨 앞으로 데리고 가서는 번갈아 가면서 몹쓸 짓을 하였습니다. 가해자들은 서로의 몸을 이용해 가려주는 식으로 망을 봐 주었고 어두운 조명과 소음도 그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신속히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A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지만 B는 어수선한 틈을 타 인파속으로 경찰을 피해 도망가 버렸습니다. A는 재판정에서 뻔뻔하게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공범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끈질긴 수사과정을 통해 또 다른 강간 피해자들이 밝혀지자 결국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되었습니다.


 클럽 안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면 어둡고 시끄러운 환경 때문에 피해자의 목소리가 소음에 묻혀서 제때에 도움을 받기가 힘듭니다. 피해자가 계속 비명을 질렀으나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그런 목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가해자들의 비정상적인 몸놀림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소음과 어둠이 가득한 클럽은 가해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입니다. 피해자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도 클럽 안의 음악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만약 클럽 안에서 모르는 남자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 같고 불안함을 느꼈다면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나서 쫓아 온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당하게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저기요! 지금 저 따라오시는 건가요?”


 그들이 범행 의도를 품고 있던 자들이라면 여러분의 이런 대찬 말 한마디가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허를 찔린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고를 했어도 남자가 과도하게 치근덕거려서 불안하다면 클럽보안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보안요원이 없다면 지체 없이 112로 신고해서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고 “저 남자의 이런 이런 언행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고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가해자에게 몸이 붙잡힌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발로 가해자의 발을 순간적으로 내리찍듯이 밟아서 타격을 가해보시길 권합니다. 하이힐을 신고 있다면 하이힐을 벗어 가해자를 향해 무기처럼 사용하면 도망칠 기회를 더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낭심차기 기술까지 활용한다면 가해자가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낭심차기는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 중 하나입니다. 남성의 고환에 타격을 주면 극심한 고통이 아랫배 쪽으로 전이되고 골반근육이 급작스럽게 수축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동안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집니다. 상대의 가랑이 전면부를 차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자세를 높이고 무릎을 높이 들어 다리가 펴지기 전에 차야 합니다. 발등으로 상대의 고환을 노리고, 무릎을 드는 동작과 차는 동작이 분리되지 않도록, 무릎을 들어 올리면서 동시에 무릎의 스냅을 이용해 차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때 한 번에 확실한 타격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상대도 방어 자세를 취할 것이고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럽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대형 유흥접객업소의 안전 실태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됐으나 여전히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신나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출 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즐기는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춤을 추기 위한 장소인 ‘클럽’에 범죄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파악 못한 채 어슬렁대는 못난 가해자들이 보인다면, 용기 내서 경고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만약 위의 사례처럼 심각한 범죄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뚫고 나가고 만다는 의지만큼은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내 스스로 나를 보호하고야 말겠다는 마음, 즉 용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호신술의 가장 기본이자 완성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