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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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이나 윤리 과목 대신 인권 가르쳐야(PBC-R, 2014.12.2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4 17:06
조회
489

[인터뷰 전문] 오창익 "도덕이나 윤리 과목 대신 `인권` 가르쳐야"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인권문제, 20년 동안 제도적으로 나아졌지만 후퇴한 것도 있어" 
"자살문제 심각, 돈 독이 오르도록 부채질" 
"도덕이나 윤리를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도덕이나 윤리 대신 <인권>을 가르쳐야" 
"인권문제를 다루는데 종북이라고 말하는 것 어이 없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박창진 사무장의 용기있는 행동 중요해" 
"인권교육 위해 각 성당의 주일학교 더 활성화돼야" 
"인권증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신도의 역할" 
"인권단체에 후원해주시고 활동에 참여해주세요" 
"유엔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 갖고 개선 노력하는 것은 당연" 
"남북관계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시급, 인권문제도 마찬가지" 


[발언전문] 


2014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각 분야마다 다양한 시상식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1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선 뜻깊은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31회를 맞는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주관의 가톨릭대상 시상식이 바로 그것인데요. 
가톨릭대상 정의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연결해 예수성탄대축일에 돌아보는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에 대한 얘기들 나눠보겠습니다. 


- 오창익 사무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 성탄 축하드리고요. 


▶네, 축하드립니다. 


- 늦었지만 가톨릭대상 정의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신 것도 축하드리고요. 수상소감부터 한 말씀 주시죠. 


▶성탄절 아침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뭐 자격이 돼서 받은 것은 아니고요. 부족한데도 상을 받겠다고 한 것은 제가 인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무자인데요. 제가 일하고 있는 시민단체도 그렇고 교회 여러 기관이나 단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실 어떤 단체나 실무자들 역할이 되게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죠. 실무자들 노고가 빛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저는 많은 익명의 실무자를 대표해서, 대신해서 그 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신지 20년이 다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20년이 좀 넘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닙니다. 


-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 참 많이 나아졌다곤 합니다만 20년 전과 지금의 인권 수준을 비교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제도적으로 좀 나아진 것도 있는데 최근에 공안 몰이나 통합진보당 해산사태 이런 걸 보면 제도적으로 나아진 게 도대체 뭐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아진 것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후퇴한 것도 많은데요. 저는 가장 심각한 표시로 자살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살률이 엄청나게 높아졌거든요. 지난해 2013년 한해만도 정부 발표로는 만 사천 사백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살 숫자는 최소숫자입니다. 정부가 확인하고 있는 게 실제 자살 숫자보다는 적은 숫자인 거거든요. 굉장히 심각한 사태라고 봅니다. 인권이란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데 사람 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가장 확실한 방증이고요. 저도 물론입니다만 우리 모두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이 뭐랄까요.. 심각한 중병을 앏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너무 돈독이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사람을 위한 수단인데 오로지 돈 때문에 인간이 파괴되거나 하는 일이 너무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하는데 최근에 보면 국가가 그런 역할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돈독오르기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인간이 잘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것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드는 상황입니다. 


-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그 때부터 쳐다보는 눈길이 다르다, 이런 얘기들 하거든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십니까? 


▶네, 오해가 좀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한데 학교다닐 때 부터 한국 사람들은 도덕, 윤리 이런 것을 배우잖아요? 윤리도 그냥 윤리가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윤리를 배웁니다.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도덕이나 윤리를 교과로 가르치는 나라는 없거든요. 만약 꼭 필요해서 배운다면 집에서 부모에게 배운다면 동네에서 이웃 어른에게 배워야되죠. 사실은 인권을 배웠어야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이게 쉬운 문제이지만 어렸을 때 부터 배우고 몸에 익히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거든요. 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지.. 이런 것을 착실하게 배웠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습니다. 그래서 인권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것, 심지어 좌파적인 것, 불온한 것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 인권 하면 이른바 종북 이런 말로 표현하신 분들도.. 


▶심지어 그렇게도 생각하시는데.. 저는 인권침해적인 모습을 많이 갖고 있는 인권후진국인데 인권을 얘기하는 게 북한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니까 택도 없는 모욕이고 편견이죠. 


- 인권 교육 말씀하셨는데 오 국장님께서도 청소년 인권 학교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제가 들었습니다만.. 


▶저희 단체는 청소년 인권학교만이 아니라 교사, 다른 법집행공무원, 전문가들을 위한 인권교육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인식을 제대로 갖는 것이 어렸을 때 부터 자기 자신, 주변 사람을 귀하게 보는 것,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 이런 것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최근에 정말 참담한 사건이지만 고마움을 느꼈던 게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었는데요.. 


- 왜 그렇게 느끼셨어요? 


▶대한항공 박 사무장님 때문에 그래요. 그 분이 우리 교우시던데 부하 직원을 대신해서 무릎을 꿇었잖아요. 수모를 자청했습니다. 용기있는 행동을 했고 또 나중에는 용감하게 진실을 증언했거든요. 그때 그분이 인터뷰에서 뭐라고 그러냐면 `자존감을 가져야겠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런 말씀을 했는데 이렇게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 이웃을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조현아 부사장이 행태와 행패는 굉장히 고약하고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피해자 중에서도 인간의 모습을 갖고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려는 정말 감동적인 모습이 있었던거죠. 저는 이런 것은 쉽게 만들어지는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좀더 노력해야되고 기성세대가 청소년, 어린이들이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고요. 저희가 하는 청소년인권학교도 중요하지만 사실 교회는 주일학교가 있지 않습니까? 저도 고백하건대 주일학교를 통해서 배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각 교회 주일학교가 활성화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유일한 희망일수도 있고요. 


- 우리 가톨릭교회를 비롯해 종교인들부터 인권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한 종교계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선 어떤 생각들을 해 보세요? 


▶그것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저는 기본적으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 교회 가르침이 일관되고 우리가 사랑하는 교황, 교정께서도 그런 모범을 잘 보여주시지 않습니까? 사회적 실천이 없는 교회는 죽은 교회이고 사회적 실천이 없는 그리스도인은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거죠. 저는 각자 작든 크든 자기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고요 실천했으면 합니다. 


- 저도 오창익 사무국장님 몇 번 인터뷰도 하고 뵐 때마다 진정한 신앙인이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매번 합니다. 


▶과찬이십니다. 


- 정말 종교인이라면 인권에 대한 투신도 필요한 데 투신하는 그 모습이 이번 상을 받지 않았나 싶고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인권 문제 언급하실 때마다 형제애나 연대 의식 빼놓지 않고 강조하신데요. 인권에 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대방안.. 좀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저는 사실 인권의 증진, 인간 존엄성을 확인하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신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가 여러 주교님들, 여러 신부님들, 수도자들께서도 많이 애써주시고 계시지만 상대적으로 평신도 역할은 도드라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요. 저는 이 대목에서 청취자 여러분께 호소하고 싶은 게 있는데.. 꼭 제가 일하는 인권연대라는 단체가 아니더라도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여러 단체와 인권운동가가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단 한달에 얼마라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고 봅니다.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대라고 봅니다. 인권단체 홈페이지에 가서 회원 가입도 하시고요 활동에도 참여하고 이게 아마 성탄의 의미도 잘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요. 그러니까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그 관심이 구체적이어야하고 관심은 실천적이어야합니다. 교우들에게도 각 교구별로 여러 행사들도 많이 열리거든요. 이런 데도 찾아가보기, 주변에서 권하고 있는 좋은 책 나눠보며 읽어보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구나 전업으로 투신해서 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럴수도 없고요.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고 중요한 것은 하냐, 안하냐의 차이라든거죠. 


- 북한 인권 문제도 뜨겁습니다. 지난 주 유엔 총회 본회의가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인권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는데요. 인권운동가로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 표명,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나다. 유엔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유엔의 설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일인데 다만 문제는 북한이 세계적으로 독특한 나라라는 것도 살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1948년에 북한이라는 나라가 생긴 다음에 70년 가까이 됐는데 여러가지로 국제 사회가 압박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없었잖아요. 또 하나는 유엔이 해야될 역할과 달리 남한은 다른 역할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능하고 무기력한 것 같기도 한데..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인권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죠. 북한은 인권후진국이고 왕조국가같은 수준이니까요.. 북한의 공식 국가이름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아닙니까? 근데 조선 빼고는 민주주의도 아니고 인민공화국이라고 볼 근거도 거의 없거든요. 혈통에 따라서 지도자가 정해지니까.. 다른 인권 문제가 온전할 까닭이 없습니다. 근데 아무리 상대가 답답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형제 자매라는 것입니다. 보다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최근에 교정께서 쿠바와 미국의 관계정상화를 위해서 큰 역할을 하셨잖아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었는데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하나의 답이라고 생각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적대적인 상대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시작하면 여러가지 접점을 찾을 수 있거든요. 인권문제도 응징하고 규탄하는 것도 있지만 우정어린 조언을 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예전에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련해서 그런 태도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이게 꼭 당신들 잡아먹는 문제가 아니고 당신들이 말하는 것 그대로 당신들의 인민을 살리고 인민을 귀히 여기는 태도이니 꼭 적대적으로 바라볼 게 없다라는 우정어린 조언도 함께 해주고 다양한 국제사회와 북한도 그렇고 남북도 그렇고 대화를 많이 해나가면 북한 인권 문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과 말씀나눠봤습니다. 오 국장님 예수성탄대축일에 감사드립니다. 


▶네, 고맙습니다.